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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횟수 대신 '환자별 보상', 한국형 주치의 첫 시험대 올라

발행날짜: 2026-10-01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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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 120곳서 3년간 시행, '단독·협력' 모형 가동
55곳 통합수가 선택, 건강위험도 따라 차등 지급

[메디칼타임즈=김민건 기자] 정부가 '한국형 주치의' 모델 안착을 위해 50세 이상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동네의원 중심의 통합 건강관리 시범사업에 착수했다. 의사를 필두로 간호사,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다직종 팀이 가동되어 예방부터 지역사회 복지 서비스 연계까지 포괄적 관리를 제공한다.

특히 보상 체계를 기존의 '행위별수가'에서 환자 상태별로 사전 책정되는 '통합수가'로 전환해 의료행위의 양보다는 지속적인 환자 관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강민구 복지부 지역의료정책과장은 '한국형 주치의' 시범사업에선 통합수가를 통한 의료기관과 환자의 의료 이용 행태 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민구 보건복지부 지역필수공공의료실 지역의료정책과장은 30일 전문기자협의회와 만난 자리에서 "의사뿐 아니라 코디네이터 역할을 맡는 간호사를 두고, 환자 상태에 맞춰 사회복지사·영양사·물리치료사 등이 함께 환자를 관리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의원 내 자체 팀 구축 vs 거점기관 연계 협력

이달 29일 시작한 이번 시범사업에는 총 120개 의원이 참여한다. 환자 관리 조직 구성 방식에 따라 '단독모형(20곳)'과 '협력모형(100곳)'으로 나뉜다.

단독모형은 의원이 다직종 전문인력을 원내에 직접 갖추는 방식이다. 의사와 전담 코디네이터 간호사를 중심으로 영양사, 물리치료사, 사회복지사 등을 자체 채용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반면 협력모형은 의원이 모든 전문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외부 거점지원기관과 네트워크를 맺어 연계하는 방식이다.

예컨대 여러 동네의원이 기본적인 진찰과 만성질환 관리를 맡고, 영양·재활·복지 서비스가 필요할 때 거점기관의 전문 인력을 연계한다. 거점지원기관으로는 병원·종합병원 뿐 아니라 보건소, 지방의료원, 일정 규모 이상의 의원 등이 선정됐다.

즉, 두 모형의 차이는 환자 관리에 필요한 다직종 서비스를 '원내에서 직접 제공하느냐' 아니면 '지역 네트워크를 통해 연계하느냐'에 있다.

단독·협력 모형에서 통합수가, 행위별수가 선택

환자 관리 모형을 정한 뒤에는 의료기관이 보상 방식을 선택할 수 있다. 단독·협력모형이 환자를 '어떤 조직으로 관리할 것인지'를 구분한다면, 통합수가와 행위별수가는 제공한 의료서비스를 '어떻게 보상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구조다.

참여 의원 120곳 중 55곳은 통합수가를, 65곳은 기존 행위별수가 방식을 택했다.

복지부가 이번 시범사업에서 무게를 두는 쪽은 통합수가다. 강 과장은 "정부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행위별수가보다 통합수가제의 성패"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주치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지불 방식의 변화가 실제 임상 현장의 진료 행태 변화로 이어지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행위별수가와 통합수가의 결정적 차이는 보상 발생 기준이다.

행위별수가는 환자가 내원해 진찰·검사·처치를 받을 때마다 건별로 비용이 청구된다. 반면 통합수가는 개별 행위 발생 여부와 상관없이 등록 환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연간 보상액이 사전에 정해진다.

강 과장은 "통합수가를 선택한 기관은 개별 행위 발생 여부와 무관하게 1년 치 보상 규모가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의 방문으로 수입 규모가 달라지는 구조가 바뀌는 것이다.

복지부가 설계한 통합 보상체계는 크게 네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진료서비스 보상 (진찰·검사·처치 등 통상 진료) ▲일차의료서비스 보상 (환자 교육·상담, 심층 평가, 서비스 조정) ▲운영지원 보상 (다학제팀 구축 및 운영 인프라 비용) ▲성과보상 (환자 관리 결과 및 질 향상 인센티브) 등이다.

통합수가라고 해서 모든 환자에게 동일한 금액을 지급하지는 않는다. 환자의 질병 부담과 예상 의료이용량을 반영하기 위해 미국 메디케어에서 활용하는 HCC(Hierarchical Condition Category) 위험조정 모형을 벤치마킹했다.

강 과장은 "환자의 성별·연령·보유 진단명을 대입해 1년간 소요될 의료비를 통계적으로 예측한 뒤 4개 분위로 나눴다"고 설명했다.

건강 상태가 양호한 환자보다 중복 만성질환이나 합병증을 앓아 관리 부담이 큰 고위험 환자일수록 상위 분위에 배정돼 더 높은 수가가 적용된다.

통합수가제의 진료서비스 보상은 연간 1분위 4만 6800원, 2분위 7만 5960원, 3분위 12만 6600원, 4분위 19만 7160원이다.

교육·상담과 조정 등에 지급하는 일차의료서비스 보상은 통합수가제 기준 1분위 7만 5960원, 2분위 12만 3240원, 3분위 20만 5320원, 4분위 31만 9680원이다. 복지부는 여기에 일차의료서비스 보상에 30%를 가산한다.

두 항목을 합하면 환자 1명당 연간 보상액은 1분위 12만 2760원, 2분위 19만 9200원, 3분위 33만 1920원, 4분위 51만 6840원이며, 연간 기준으로 환자별 금액을 정한 뒤 월할해 주기적으로 지급하게 된다.

복지부는 일차의료 기능 강화를 유도하기 위해 일차의료서비스 보상분에 별도 가산(30%)을 덧붙이며, 연간 책정된 총액은 월할 계산해 주기적으로 지급한다.

분위별 기본 보상액(진료서비스 + 일차의료서비스)

팀 구축 인프라 비용 선지급…단독 3천만원·거점 1억 5천만원

개별 환자 단위 수가와 별개로, 다학제 관리 인프라를 구축·유지하는 비용도 직접 지원한다.

단독모형 의원에는 연간 3000만 원, 협력모형에서 여러 의원을 지원하는 거점기관에는 연간 1억 5000만 원의 운영지원 보상이 지급된다. 사후 정산하는 환자별 수가와 달리 운영지원비는 사전 지급되며, 10월부터 본격 집행된다.

진료 행위가 일어난 뒤에만 사후 보상하던 관행을 깨고, 의사가 환자 한 명을 온전히 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코디네이터 간호사, 사회복지사, 영양사 등 전담 인력 구성을 돕기 위해 선제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을 투자했다는 의미가 있다.

의사 한 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보다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확인하고 다른 전문인력과 연결하는 기능까지 일차의료 역할에 포함시키겠다는 취지다.

환자 관리 결과에 따른 성과보상도 별도로 지급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통합수가 기관은 '일차의료서비스 보상 + 운영지원 보상' 합계액의 최대 20%까지, 행위별수가 기관은 최대 10%까지 사후 성과급을 받는다.

복지부는 단순히 환자를 얼마나 많이 진료했는지가 아니라 실제 환자에게 어떤 변화가 나타났는지를 보겠다는 방향이다.

실제 환자의 만성질환 조절률, 환자 경험 평가, 병원 입원 및 응급실 방문 억제 여부 등을 종합 평가한다. 결국 통합수가를 선택한 기관은 환자 상태에 따른 '기본적인 진료·관리 보상'에 '다학제팀 운영비'와 '성과보상'까지 받는다.

정부가 통합수가에 거는 기대는 진료 행태의 정상화다. 강 과장은 "안정적인 혈압 환자가 매달 약을 타러 오던 것을 두 달에 한 번으로 늘릴 수 있다"며 "행위별수가에서는 내원 횟수가 줄면 의원 수입이 줄어들지만, 통합수가는 수익이 유지되기 때문에 교육과 상담, 지속적인 건강관리에 집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전의 양면처럼 '과소진료' 위험도 있다. 정해진 보상금 안에서 비용을 줄이려다 필요한 검사나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강 과장 역시 "통합수가가 지나치게 과소 진료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며 "적정 진료의 선에 대해서는 아직 사회적 합의가 부족한 상태"라고 짚었다.

따라서 이번 사업에서는 내원 횟수 감소를 무조건적 성과로 보지 않고, 의무 기록과 행위 내역을 면밀히 추적해 필수 진료 누락 여부를 상시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진료 행태 변화뿐 아니라 처음 설계된 수가 자체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정부가 추산한 시범사업 추가 재정은 연간 약 250억원이다. 기존 의료비 전체가 아니라 사업 시행에 따라 추가로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 재정이다. 실제 소요액은 등록 환자 수와 4개 분위 환자군의 구성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사업이 진행되며 축적될 위험군별 실제 진료 내역과 자원 투입량을 대조해 수가 적정성을 재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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