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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 사망 후 10억 소송 날벼락…생애 리스크 관리해야"

발행날짜: 2026-08-11 05:30:00 업데이트: 2026-08-11 11:14:21

[인터뷰] 조태진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
"사고 대응은 기본, 승계·노무·세무까지 변호사 역할 확장"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과거 병의원 원장이나 환자가 변호사를 찾는 가장 큰 이유는 의료사고였다. 의료과실이 있었는지,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소송에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변호사 상담의 핵심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의료 전문 변호사를 찾는 병의원들의 고민이 달라지고 있다. 의료분쟁에 대한 사후 대응을 넘어 직원 관리와 노무, 세무와 절세, 자산관리, 병원 승계와 상속 등 병의원을 둘러싼 다양한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고 관리하려는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앤율 조태진 의료 전문 변호사는 최근 의료분쟁의 변화와 관련해 "분쟁 자체는 늘어나는 것 같지만, 환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졌다고 해서 의료소송에서 환자의 승소 가능성까지 높아진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조태진 법무법인 한앤율 변호사

특히 과거에는 병원에서 발생한 낙상사고처럼 비교적 경미하게 여겨졌던 사건까지도 환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게 조 변호사의 설명이다.

고령화와 함께 낙상사고가 증가하는 데다, 과거라면 병원과 환자가 합의로 마무리했을 사안도 이제는 분쟁 절차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조 변호사가 주목하는 변화는 의료분쟁 건수 자체보다 병의원과 변호사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사건이 발생한 뒤 변호사를 찾아가는 '사후 대응'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분쟁이 발생하기 전부터 변호사와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법적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병의원이 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예전에는 큰 병원들만 분쟁이 생겼을 때 변호사를 선임했다면, 지금은 작은 분쟁도 많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고정적으로 법률 자문을 받는 방식이 필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분쟁이 발생했을 때 초기 대응이 중요해진 것도 이 같은 변화의 배경이다. 병의원 입장에서는 환자를 달래기 위해 치료비를 감면하거나 성급하게 합의를 시도했다가 오히려 책임을 인정하거나 사건을 무마하려 했다는 정황으로 해석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병의원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객관화'를 꼽았다. 병원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기보다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실제 법적 책임 가능성과 예상되는 손해배상 규모 등을 파악한 뒤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환자와 의료진의 대화 방식도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환자가 진료 과정에서 대화를 녹음하는 사례가 늘면서 의료진의 발언 하나하나가 향후 분쟁 과정에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이 커졌다.

조 변호사는 "원장이 환자를 달래려고 했던 말이 나중에 발목을 잡는 경우가 있다"며 "녹음 내용만으로 의료과실이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정황과 결합되면 불리한 증거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료진도 대화가 녹음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자 의무기록(EMR), CCTV, AI 기반 진료보조 솔루션 등 의료환경의 디지털화 역시 새로운 법적 리스크를 만들고 있다. 의료진이 사용하는 AI 도구나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 남은 기록이 향후 분쟁에서 증거로 활용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의료분쟁 자체의 복잡성이 커지는 동시에 병의원 원장들이 변호사에게 요구하는 역할도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소송을 잘하는 변호사'를 넘어 병의원의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법적 위험을 미리 발견하고 다른 전문가들과 연결하는 역할까지 요구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변호사는 이를 병의원의 '만성질환 관리'에 비유했다. 그는 "의료소송처럼 사건이 터진 뒤 해결하는 것은 한 번 발생한 외상을 치료하는 것과 비슷하지만, 직원 관리나 세무, 상속, 승계 문제는 평소 관리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만성질환과 같다"고 설명했다.

최근 병의원 원장들의 상담 주제는 의료분쟁을 넘어 노무와 세무, 직원 관리, 자산 승계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의사들은 병원을 운영하는 의료인이면서 동시에 사업가이자 자산가라는 점에서다. 병원 규모가 커질수록 직원 수가 늘어나고, 병원 건물이나 별도 사업체 등 자산이 축적되면서 의료사고 외에도 다양한 법률·세무·노무 리스크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의사들의 고령화가 진행되면서 '병원을 어떻게 다음 세대에 넘길 것인가'라는 승계 문제도 새로운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실제 사례를 통해 사전 관리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조 변호사는 "대형 병원과 병원 건물을 보유하고 있던 한 원장이 갑작스럽게 사망했지만 자녀 가운데 병원 운영에 관여하거나 의사인 사람이 없었던 사례가 있었다"며 "문제는 원장이 생전에 병원과 자산의 승계에 대한 준비를 충분히 하지 않았다는 데 있었다"고 했다.

그는 "상속이 시작된 이후에는 상속세뿐 아니라 직원들의 퇴직금 문제까지 한꺼번에 불거져, 직원 약 100명이 퇴직금 문제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 규모만 약 10억원에 달했다"며 "의료소송이라면 환자 한 명에 대한 배상으로 끝날 수 있지만, 병원 운영과 승계에 대한 준비가 없으면 수십억원 규모의 문제가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병의원 원장에게 필요한 법률 서비스가 '사건 해결'에서 '리스크 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과정에서 변호사 혼자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아니다. 노무사, 세무사, 변리사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협업해 병의원의 전체적인 리스크를 관리하는 구조가 중요해지고 있다.

조 변호사는 "병원이나 의원은 규모가 크든 작든 하나의 기업으로 볼 수 있다"며 "대기업처럼 내부에 변호사, 노무사, 세무사를 모두 둘 수 없다면 외부 전문가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병의원 규모가 작다는 이유로 법률·노무 관리가 미흡했던 것이 법적 책임을 면하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 만큼,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전문가와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병의원 내부에서 애매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원장이 독단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변호사 등 전문가와 먼저 논의한 뒤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인 리스크 관리라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병의원 경영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최근 원장들 사이에서는 가족법인이나 사내근로복지기금, 병원 승계, 별도 사업체 운영 등 장기적인 자산 및 경영 구조를 고민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조 변호사는 "이런 변화 때문에 변호사, 노무사, 세무사가 각자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장기간 병의원의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시점에 서로 협업하는 구조를 마련해 두고 있다"며 "사건이 터진 후 대응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리스크 관리와 예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주치의와 같다"고 했다.

결국 의료 전문 변호사의 역할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 환자와 병원 사이에 분쟁이 발생한 뒤 법정에서 책임 소재를 다투는 '소송 전문가'에서, 의료기관이 운영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률적 위험을 미리 찾아내고 다른 전문가들과 함께 해결책을 만드는 '리스크 매니저'로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의료분쟁의 증가가 단순히 소송 시장의 확대만을 의미하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의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의료환경이 디지털화되는 한편, 의사들의 고령화와 병의원의 기업화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의료기관이 관리해야 할 위험의 범위 자체가 넓어지고 있다.

조 변호사는 "앞날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미리 대처해 두어야 리스크 관리가 된다"며 "당장 문제가 되는 사건은 그때 해결하더라도 평소에는 병원에 어떤 위험이 쌓여 있는지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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