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최근 국내 제약바이오 시장을 관통하는 묘한 풍경이 있다.
글로벌 혁신 신약들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인 '건강보험 급여' 논의는 뒷전으로 미뤄둔 채, 잇따라 '비급여' 시장으로 직행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편두통 치료 영역에서는 애브비의 '아큅타(아토제판트)'에 이어 화이자의 '너텍(리메제판트)'까지 경구용 신약들이 급여 논의는 제쳐두고 비급여로 국내 임상 현장을 빠르게 공략하고 있다.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수용체 길항제 계열의 이들 경구용 신약은 복용 편의성 측면에서 강점을 지녔지만, 온전히 경제적 부담은 환자가 안고 가는 형국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 국내 출시가 예상되는 에자이의 불면증 신약 '데이비고(레보렉산트)' 역시 마찬가지 행보가 예고되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신경질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바티스의 만성 두드러기 신약 '랩시도(레미브루티닙)' 또한 상대적으로 고가의 비급여로 출시를 강행한 뒤, 현재로서는 "추후 급여 검토를 시작하겠다"는 원론적인 계획만 내놓은 상태다.
결국 당분간은 환자들의 온전한 비급여 부담이 불가피한 구조다.
이전 같았으면 신약 출시와 동시에 급여권 진입을 위한 치열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을 터다. 하지만 어쩌다 이들은 보험 급여라는 '정석 코스'를 마다하고 비급여라는 우회로를 택하게 된 것일까.
근본적으로는 국내 급여 제도의 높은 장벽, 특히 경제성평가 과정에서 발목을 잡는 '대조약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현행 제도 아래서는 현실성 있는 약가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여기에 글로벌 본사의 약가 정책 등 복합적인 대외 변수들까지 맞물려진 결과다.
문제는 이러한 비급여 장기화의 고통이 온전히 환자 몫으로 돌아간다는 점이다. 실제로 만성 두드러기 분야의 경우 기존 '졸레어(오말리주맙)'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항히스타민제와의 대조약 설정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 채 국내 허가 이후 여전히 비급여 늪에 머물러 있는 전례가 있다.
혁신 신약이 나와도 그림의 떡인 셈이다.
제약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급여 적정성 평가의 문턱을 넘지 못해 수년째 발이 묶이느니, 차라리 비급여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해 치료 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리다.
하지만 비급여 공략이 대세가 될수록 환자들의 경제적 양극화와 치료 소외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제약사 모두 환자가 '돈이 없어서 약을 못 먹는' 비극을 방치해선 안 된다. 실효성 있는 약가 제도 개선과 유연한 급여 논의가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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