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의료 AI 육성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 연구개발과제를 발주하면서 관련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의 수익과 기술 고도화가 가능해 업계가 수주 준비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
9일 보건복지부 연구개발과제를 수주하기 위한 의료 AI 업계의 움직임이 포착됐다. 수주 경쟁을 위한 전략 노출 우려와 탈락 시 이미지 손상에 대비해 대외비로 준비 중이나, 주요 기업들이 대거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조 652억 원 역대급 예산 편성 "의료 AI 육성 본궤도"
현재 복지부는 오는 30일을 마감 기한으로 의료 AI, 제약, 바이오헬스 분야 연구개발과제 참여 기관을 모집 중이다. 각 과제는 특성에 따라 1~6년(주요 과제 3~5년) 규모로 지원된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R&D 사업 통합 시행 계획'을 발표한 바 있는데, 이에 따라 관련 예산은 전년 대비 12.6% 증가한 1조 652억 원으로 편성됐다.
역대급 예산에 더해 의료 AI 기업을 타깃으로 한 과제들도 대거 편성되면서 관련 업계가 들썩이는 상황이다. 특히 의료 AI 관련 과제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현장 적용에 초점을 맞췄다.
■수술 로봇·신약 개발 등 현장 실증 중심 과제 대거 포진
이중 업계가 주목해야 할 만한 과제는 크게 네 가지 영역이다. 우선 정부는 AI 기반 수술 로봇 이노베이션랩 구축 및 활용 사업에 32억 원 규모로 2개 신규 과제를 선정하며, 과제당 연간 최대 지원액은 21억 원 수준이다. 기술 고도화와 현장 적용을 위한 실증 연구가 과제의 핵심이다. 개발 중이거나 완료된 수술 로봇 제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신약 개발 분야에선 구조 기반 AI 신약 개발 지원 사업이 눈에 띈다. AI를 활용해 약물 구조를 분석하고, 후보 물질을 발굴하는 기술에 4개 과제를 선정해 지원한다. 이를 위해 연간 8억 원 규모의 연구비를 투입해 국내 AI 신약 개발 기업의 기술 자립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돕는다.
진단 및 치료 고도화를 위한 과제도 풍성하다. 특히 치매 관련 의료기술 R&D 사업 내에서 AI 기반 영상진단 및 분석 기술 개발에 3억 원 규모의 과제가 신설된다. 환자 안전을 위해 AI를 활용한 낙상 예측 및 예방 통합 솔루션 개발에도 10억 원이 투입된다.
또한 응급실 특화 AI 임상 지원 시스템과 중환자 특화 빅데이터 구축을 통한 CDSS(임상 의사 결정 지원 시스템) 개발 등 병원 기반의 AI 실증 과제들도 계속 사업으로 이어진다.
이 외에도 ▲지역 거점 AX(AI 전환) 혁신기술 개발에 51억 원 ▲가상 환자 및 가상 병원 기반 의료기술 개발에 75억 원 ▲다기관 연합학습 기반 의료 AI 시범 모델 개발에 90억 원 등 대규모 프로젝트가 줄을 잇는다.
■데이터 관리 역량 필수…의료진 협업 네트워크 중요
다만 이번 R&D 사업에 참여하려는 의료 AI 기업은 고도화된 데이터 관리 역량을 필수로 보유해야 한다. 정부가 2026년 신규 사업부터 연구 데이터 관리 계획(DMP) 제출을 의무화하고, 수집한 데이터를 표준 양식에 맞춰 관리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단순한 알고리즘 개발을 넘어 실제 의료 현장의 미충족 수요를 파악하는 만큼, 이를 임상적 유효성으로 입증할 수 있는 의료진과의 협업 네트워크가 당락을 결정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많은 의료 AI 업계 특성상 글로벌 공동 연구가 이뤄지는 것도 전례 없는 기회다.
복지부는 미국, 영국, 스위스 등 주요 선진국과의 글로벌 공동연구 지원 사업을 대폭 강화했다. 과제에 선정된 기업은 정부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해외 유수 기관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다.
이와 함께 특히 최고급 해외 인재 유치 지원 사업(18억 원)과 첨단바이오 융합인재 양성 사업(56억 원)을 통해 고질적인 전문 인력 부족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

■글로벌 공동 연구·해외 인재 유치 "사업화 기반 기대"
가장 큰 이점은 연구 성과의 조기 상용화 지원에 있다. 보건의료 R&D 핵심기술 얼리 부스트(Early Boost) 사업을 통해 랩 투 마켓(Lab to Market) 단계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는 덕분이다.
이는 기술적 완성도가 높은 기업들이 곧바로 시장에 진입해 수익을 창출하는 마중물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가 집중 투자를 선언한 만큼, 기술력을 갖춘 의료 AI 스타트업들에 2026년은 공공 시장을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의료 AI 업계에선 과제 수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특히 그동안 부족했던 임상 현장 실증이나 AI 특화 융합 인재 양성에 예산이 배정된 점을 높게 평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진입장벽은 있다. 특히 연구데이터 관리 계획 제출 의무화 등 행정적 절차와 데이터 표준화 요구는 중소 AI 스타트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 연구자는 과제 신청 시 연구데이터 관리 계획(DMP)을 제출해야 하며, 연구 과정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표준 양식에 따라 수집해야 하는 의무가 부여된다. 따라서 데이터 표준화 역량과 보안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
■실익에 업계 관심 집중…보안 속 수주 경쟁 치열
그동안 정부 과제에 꾸준히 참여해 온 AI 기업 어반데이터랩 역시, 이번 복지부 R&D 사업이 예년과 비교해 규모가 커졌을 뿐 아니라 과제의 내용도 내실 있게 구성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해외 전문가의 국내 정착과 3년간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과제는, 과거 예산 삭감 등의 이유로 해외로 유출됐던 우수 연구 인력들을 다시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는 기회라는 것.
실제 규모가 큰 양질의 사업들이 대거 포진하면서 이미 업계 곳곳에서 수주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 등 사전 준비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어반데이터랩 안치성 대표는 "과거 연구비 문제로 우수한 인재들이 해외로 떠나야 했던 것에 아쉬움이 컸다"며 "하지만 이번에는 이들을 다시 데려올 수 있을 만큼 깊이 있고 규모가 큰 사업들이 많이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워낙 메리트가 큰 과제들이라 이미 곳곳에서 수주를 위한 컨소시엄 구성이 한창"이라며 "철저한 경쟁 체제인 만큼, 구체적인 수주 전략에 대해 서로 언급을 피하며 보안을 유지할 정도로 긴장감이 높다"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다른 의료 AI 기업 관계자 역시 "당장 안정적인 매출을 내기 어려운 업계 특성상, 원래도 수익 창출과 기술 고도화를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정부 과제에 대한 관심도가 매우 높다"며 "특히 이번 사업은 역대급 규모로, 인력 확보와 기술 축적 등 향후 사업 기반을 다질 기회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사업부에서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전략 노출 우려 등으로 구체적인 내용은 모두 대외비로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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