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경척수염은 반복적인 재발로 인해 시력저하 및 사지 마비 등 심각한 장애를 유발하는 희귀질환이다.
최근에는 치료제들이 시장에 나와 급여를 받고 있지만 여전히 엄격한 급여 기준에 따라 실제 혜택을 보는 환자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임상 현장에서는 현재 2차 치료제로 쓰이는 리툭시맙은 물론, 3차 치료제로 쓰이는 에쿨리주맙, 사트랄리주맙 등의 급여 기준 확대 및 이네빌리주맙의 요양급여승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국립암센터 김수현 교수를 만나 시신경척수염과 관련한 급여 기준 개선 필요성과 임상 현장의 어려움 등을 들어봤다.

우선 시신경척수염은 시신경과 척수에 주로 침범하는 질환으로 과거에는 다발성경화증의 아형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으나 2004년 특이적인 항체가 발견되면서 규명됐다.
발병하게 되면 갑작스런 양안 시력의 소실이나 사지 마비 등이 발생하고, 급성기 치료 이후 재발이 반복되면서 심각한 신경학적 장애 위험을 가지고 있다.
김수현 교수는 "이 질환은 한 번 발병하고 아쿠아포린-4 항체가 양성으로 확인되면, 95% 이상에서 재발이 발생한다"며 재발할 때 마다 장애가 생기는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재발을 막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질환"이라며 "따라서 첫 발병시 진단을 정확히 내리고, 재발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신경척수염은 급성기에는 신경학적 증상 회복을 위해 고용량 스테로이드 치료를 시행하고,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 혈장교환술 등을 병행한다.
급성기 치료 이후에는 재발 방지를 위해 장기 면역억제제 치료가 필요한데, 국내에서는 이 치료의 급여 기준이 불합리하게 설정되어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김 교수는 "현재 시신경척수염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1차 치료제는 아자티오프린, 미코페놀레이트 등의 경구 면역약제제로, 이들 약제 치료 중 재발이 발생한 경우에만 리툭시맙을 2차 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FDA 승인을 받은 에쿨리주맙, 사트랄리주맙, 이네빌리주맙 등의 표적 치료제들이 있지만, 현재 국내에서는 리툭시맙 치료 이후에도 재발이 있거나 부작용으로 사용이 어려운 경우에만 3차 치료제로 제한적으로 급여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특히 에쿨리주맙은 최근 2년동안 3회 이상(최근 1년 이내 1회를 포함) 또는 1년에 2회 이상의 재발이 있어야 급여가 적용되는 구조"라며 "결국 여러 차례 재발을 겪고 장애를 입은 뒤에야 보다 효과적인 치료로 전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경구 면역억제제의 경우 약 60~70%의 환자가 치료 중임에도 재발하며, 리툭시맙에서도 약 20% 정도는 재발을 경험한다"며 "반면 최근 FDA 승인을 받은 에쿨리주맙, 사트랄리주맙은 재발을 보다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에쿨리주맙은 임상 시험에서 90% 이상의 환자에서 재발을 완전히 억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더 강력한 치료제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환자들은 효과가 제한적인 약물로 먼저 치료를 시도하고 재발을 경험해야만 상위 치료제로 접근할 수 있는 현실에 놓여있다"며 "단 한번의 재발만으로도 시력 손상이나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 특성을 고려하면 환자들은 늘 심한 신경학적 장애에 대한 불안감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는 "현재 급여 기준은 결국 소를 잃고 나서야 외양간을 고치는 격으로, 환자들이 장애를 입은 뒤에야 효과가 좋은 약제를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며 "환자가 기능을 보존한 상태에서 조기에 효과적인 치료를 받아야 약제의 진정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본을 비롯한 여러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FDA 승인된 표적치료제 약제들이 허가 및 급여가 인정되어 의사 및 환자의 협의만으로 1차 치료제로 바로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에쿨리주맙의 바이오시밀러 등장 등에 따라 향후 약가 인하 및 공급 안정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현재 에쿨리주맙의 연간 치료비는 약 3억원 이상에 달하며, 바이오시밀러의 경우 오리지널 대비 약 30% 수준의 비용 절감이 예상된다. 그러나 여전히 고가 약제인 만큼, 급여를 적용하더라도 환자 본인 부담금은 1년에 최대 약 800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이오시밀러의 등장은 사회적 비용의 절감과 공급 안정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되며, 장기적으로는 약가 인하 효과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교수는 "무엇보다 급여 기준이 현실적으로 확대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번의 재발이 유발할 수 있는 심각한 장애 위험성을 고려하면, 질환 활성도가 높은 환자에서 무조건 경구 약제부터 사용하도록 하고 재발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리툭시맙의 경우 전액 본인 부담시 1년에 약 400~500만원의 비용이 발생하지만, 재발을 막는 것이 절실한 환자들이 리툭시맙을 1차 치료로 선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러나 이 경우 리툭시맙 치료 중 재발이 발생하더라도 에쿨리주맙이나 사트랄리주맙으로 즉시 전환할 수 없다.
현행 급여 기준은 리툭시맙을 2차 치료제로 급여로 사용한 뒤 실패한 경우에만 에쿨리주맙, 사트랄리주맙 사용을 인정하고 있어, 이러한 경우 임상 현장에서는 오히려 효과가 낮은 경구약제로 치료단계를 되돌릴 수 밖에 없는 불합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 교수는 "사실 어떤 약을 사용해야 가장 효과적인지는 이미 알고 있지만, 현행 급여 기준 때문에 환자들이 그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현실적으로 접근성이 높은 리툭시맙을 1차 치료제로 확대하고, 리툭시맙 치료에 실패한 경우에는 즉시 에쿨리주맙이나 사트랄리주맙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부는 보험 재정을 이유로 제한을 두고 있지만, 재발로 인한 장애 누적이 의료비와 사회적 부담을 오히려 키운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효과가 우수한 약제를 먼저 사용하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신경척수염은 발병 연령의 중앙값이 30대 후반으로, 비교적 젊은 층에서 많이 발생한다"며 "젊은 환자일수록 재발 시 장애가 빠르게 악화될 위험이 크기 때문에, 재발을 조기에 차단하는 것이 삶의 질을 지키고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 단순히 환자 개인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의 의료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며 "더 이상 경제적 이유로 치료 기회를 잃는 환자가 없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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