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비만기본법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학회가 각종 근거로 지원사격을 했다.
국내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은 당뇨병에 못지않은 수준으로, 근본적으로 비만 상태를 치료하면 각종 만성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
4일 비만학회는 콘래드호텔에서 국제비만학술대회(ICOMES 2025)를 개최하고 비만 관리의 건강보험 적용 필요성과 정책 설계의 방향성에 대해 제언했다.
2021년 성인 남성 비만 유병률은 49.2%로 2명 중 1명이 비만이고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남아는 2012년 10.4%에서 2021년 25.9%로 약 2.5배, 여아는 2012년 8.8%에서 2021년 12.3%로 약 1.4배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연구에 따르면, 비만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2021년 기준 15조 6천억원을 넘어서는 등 연평균 7% 수준으로 증가해 흡연(11조 4천 206억원), 음주(14조 6천 274억원)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비만으로 인해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등의 주요 질환이 발생하고 이를 건강보험에서 치료하지만 그 근원인 비만은 방치하고 있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지적이 임상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이날 학회도 법 체계로 비만 문제에 개입해야 국민건강 차원의 '비용-효과성'이 극대화된다는 점을 중점적으로 파고 들었다.
이청우 대한비만학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중앙보훈병원 가정의학과)은 "비만전단계부터 비만도가 높아질수록 모든 사망, 암 사망, 순환계통 사망 위험이 각각 1.6배, 1.5배, 2.5배 증가한다"며 "20대와 30대에서 2단계 이상 비만에 따른 사망 위험 증가가 두드러진다"고 말했다.
그는 "연령별 비만도에 따른 기대 여명 역시 남녀 모두 모든 연령대에서 정상 체중에 비해 2, 3 단계 비만에서 기대 여명이 감소한다"며 "비만도에 따른 연간 의료 비용 연구에서도 체질량지수 및 허리둘레 증가와 의료 비용 증가의 상관성이 관찰된다"고 지적했다.
55~65세의 경우 BMI가 18.5 미만에서 연간 의료비용은 100만원 수준이지만 BMI가 35 이상인 경우 200만원으로 두배에 달한다.
이 위원은 "학력과 가국소득 수준에 따라 비만도가 엇갈리는 상관성이 관찰되고 이는 곧 비만이 단순한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는 지표"라며 "이미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 추정에 관한 선행연구는 차고 넘친다"고 강조했다.
2024년 공개된 라규원 연구원 연구에 따르면 의료비, 간병비, 교통비와 생산성 손실액, 생산성저하액 등을 감안한 비용은 15조 6382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위원은 "고혈압의 사회경제적 비용은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2017년 연구에선 13조 5천억원 수준, 2022년 연구에선 3조 2천억원, 2019년 연구는 1조 4천억원으로 비만 관련 연구 결과 대비 훨씬 낮다"며 "비만을 치료하면 각종 만성질환이 개선되거나 완치된다는 측면에서 국가적 차원의 비만의 조기 개입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현황과 해외 사례를 발표한 이준혁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위원은 "비만인이 의사를 만나서 전문적인 조언을 듣고 약물치료를 하게 되면 감량 성공률이 92%에 달한다고 보고된 적이 있다"며 "다만 치료를 중단하기 되는 이유 중요 이유는 약 30%가 비용 부담을 꼽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마글루타이드·터제파타이드 등 신약의 효과가 이미 입증됐음에도 경제적 여유가 있는 환자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비만 치료제의 급여화와 단계적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게 그의 판단.
실제적인 근거도 나왔다. 이 위원은 "여성 80%, BMI 38이고 당뇨병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비만 약물의 비용 효율성을 평가(ICER) 코호트가 진행됐다"며 "치료를 통한 BMI 감소 및 이를 통한 생존 연수, 질 보정 수명, 동등 가치 수명, 총 비용을 분석한 결과 펜터민/토피라메이트가 생활 습관 개선과 병행 시 비용 효율적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마글루타이드와 리라글루타이드는 일반적 임계값을 초과했다"며 "세마글루타이드는 44~57%의 도매 취득 가격 할인이 필요하고 부프로피온/날트레곤은 제네릭 처방 시 비용 효율적이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해외 사례도 참고됐다. 영국은 BMI 30 이상이면서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에게 영양·운동 상담을 의무화했고, 미국은 비만 약제 자기부담 한도를 설정해 접근성을 높였다.
일본 역시 국가검진 단계에서 비만과 혈압을 함께 관리하는 체계를 운영 중이다.
반면 한국은 대사수술을 제외하면 대부분 치료가 비급여로 남아 있어 환자의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따라서 비만을 개인 책임의 차원이 아닌 국가적 건강 위협 요인으로 규정하고, '비만기본법'을 통해 만성질환 관리 체계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학술대회에서 모인 전문가들은 ▲비만 관리와 예방을 위한 법적 근거 마련 ▲급여체계를 통한 치료 접근성 보장 ▲재정 정책을 통한 비만 예방 투자 확대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저소득층·소아청소년 등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 단계적 급여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강조됐다.
이 위원은 "비만은 관리,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며 개인의 책임이 아닌 사회 문제로 해결하기 위해선 보건당국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수적"이라며 "비만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법률이 필요하고 이는 건강증진과 예방, 치료를 포함하는 영역을 모두 아울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BMI 35 이상 3단계 비만 혹은 30 이상 2단계 비만과 동반만성질환 1개 이상인 사람들에게 단계적인 건강보험 적용을 제안드린다"며 "비만이 소득에 결부돼 있고, 연령에 따라 추후 사회적 비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반영, 저소득층과 소아청소년을 우선하는 정책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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