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의대 신설과 지역의사제 도입은 실패한 정책이다. 강제적 지역 배치는 실효성이 낮다."
보건의료노조 최복준 정책실장은 12일 열린 제54회 국제간호사의 날을 맞아 열린 '간호노동 현장을 말한다' 증언대회에서 이같이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의사단체가 공공의대, 지역의사제에 대해 반대입장을 밝혀왔지만 간호사 중심의 보건의료노조에서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은 이례적이다.
최복준 정책실장은 "의사증원 정책이 의료인력의 양적·질적 관리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교육 인프라와 재정 지원이 없는 의사 수 확대는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필수의료 공백은 의사 수보다 열악한 근무환경과 처우가 핵심 원인이라고 짚었다. 이어 지역 필수의료 확충을 위해선 중앙정부의 종합적 계획과 책임 있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중앙대학교 적십자간호대학 장숙랑 학장은 의사 수 증원만으로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장 학장은 "공공의료 인력 확충과 국공립병원 확대가 핵심 대책"이라며 "현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안이 공공의료 강화라는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지역·분야별 인력 수급 불균형 문제를 해소하려면 정부 주도의 체계적 인력 배치가 필요하다"며 "의대 교육과 수련 체계 개편 없이 단순 증원은 수도권 쏠림과 수익을 쫒는 진료만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이날 행사에 참석한 보건의료노조 임원들은 지난 2024년 의대증원 정책 이후 의정사태로 전공의들이 대거 사직한 이후 의료공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의료현장의 어려움을 고발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오선영 정책국장은 "보건의료노동자 실태조사에서 간호직 응답자가 70%에 달할 정도로 간호사의 현실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며 "간호사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은 '잠시만요'다. 인력이 부족해 환자에게 바로 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어 3교대 근무와 수면장애, 피로 누적, 잦은 업무상 재해의 원인은 모두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있으며 임금, 인력, 업무량이라는 고충은 서로 깊게 연결돼 있음을 토로했다.
의료현장 간호사들의 증언도 눈길을 끌었다. 백혜성 한림대성심병원 간호사는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간호사들이 환자 설명, 응급 상황 대응까지 전방위 역할을 떠안고 있다"며 "진료지원 간호사(PA)의 수는 급격히 늘고 있지만, 병동은 신규 간호사로 채워져 현장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이어 "경력자 이탈과 이중고로 간호사들이 식사도 못 하고 허탈감 속에서 일하고 있다"며 "이런 위기는 간호사의 헌신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호소했다.
국립암센터 윤은정 간호사는 "진료지원 간호사(PA)는 법적 지위 없이 의사 업무를 대행하고 있어, 의료법상 매우 불안정한 위치에 놓여 있다"며 "적절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면 의료사고 위험이 높아지고, 환자 생명에도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PA간호사의 제도적 정착을 서둘러 줄 것을 촉구했다.
인제대해운대백병원 이성진 간호사도 진료지원간호사(PA)는 법적 지위 없이 의사 업무를 대신하며 의료법상 불안정한 위치임을 지적하며 적절한 교육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그는 "과중한 업무와 열악한 환경 속에서 건강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며 "정부는 법적 근거 마련, 업무 범위 명확화, 교육·훈련 제도화로 PA의 제도적 정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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