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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학번은 다르다? "방식이 다를 뿐 생각은 같아요"

발행날짜: 2023-01-02 05:20:00

[신년인터뷰] 20학번 박재찬·최윤갑 학생 'Z세대' 엿보기
'패드'는 공부할 때 필템…"우린 삶 자체가 스마트 기기"

'요즘 애들' 세대를 막론하고 윗세대가 아랫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요즘 애들인 'Z세대'에서 확장된 'MZ세대'는 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됐다. Z세대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걸쳐 태어난 세대를 지칭하는 말이다.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는 최근 열린 학술대회에서 '요즘' 의대생을 이해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세상에 태어나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Z세대와의 만남'을 주제로 열린 세션에서 교수들은 요즘 의대생들에 대한 시선을 공유했다. 의대생 교육에 주로 나서는 세대는 X세대(1960대와 1970년대, 베이비붐 세대 이후 태어난 세대)로 분류되는 연령대였다.

이들은 단순히 의학 교육만이 아니라 의대생들의 '의식주'까지 의대 교육에서 챙겨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며 이들과의 소통에 대해 적극 고민했다.

메디칼타임즈는 Z세대 범주에 있는 의대생을 만나 X세대 교수님들이 던지는 '요즘애들'에 대한 답변을 들어봤다. 이들이 요즘 애들의 생각을 대표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해당 세대의 생각을 엿보기에는 충분했다.

박재찬 학생(22)은 고대의대 본과 1학년, 최윤갑 학생(23)은 가천의대 본과 1학년이다. 이들은 소위 코로나 학번이라고 불리는 20학번이다.

박재찬 학생(이하 박)은 "윗 세대와 생각하는 게 다르다기 보다는 요즘은 (내뜻과 다르더라도) 대세를 순순히 따르는 것보다 아니라는 표현을 자유롭게 하는 것 같다"고 'Z세대'를 정의했다.

최윤갑 학생(이하 최)은 '요즘애들'이라는 막연한 질문에 대해 삶 자체가 '스마트폰'이라고 했다.

그는 "독립적인 것은 맞는 것 같다"라며 "본인을 1순위로 두고, 전자기기로 상호작용을 많이 대체하는 세대다. 휴대전화로 대화하고, 책도 읽는 등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한다"라며 "삶 자체가 스마트폰이다. 이는 나이가 어려질수록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두 사람은 아이패드와 휴대전화, 노트북을 동시 사용하는 게 멀티태스킹이라고 보지 않았다.

그들은 '아이패드'를 학업을 위한 필수 아이템으로 꼽았다. 여기에 휴대용 키보드가 있으면 금상첨화. 패드 안에 교과서, 강의록, 족보 등 공부에 필요한 내용이 모두 들어있다.

"패드 안에 화면을 기본적으로 세 개씩 띄워놓는다. 강의를 하면 화면을 분할해서 한쪽에는 선배들에게 받은 수업 정리본, 한쪽에는 족보를 두고 공부한다. 강의를 틀어놓고 필기하면서 카카오톡 대화방도 띄워 놓는다. 이걸 멀티태스킹이라고까지 생각하지 않는다."

"한 번에 운동도 하면서 밥 먹으면서 노래까지 부르는 등 별개의 행동을 하는 게 멀티태스크라고 생각한다. 족보, 교과서, 강의록 PPT까지 펼쳐놓고 여기에다 국시 기초 문제집까지 펼쳐놓고 공부한다. 이는 그냥 공부의 일환일 뿐 멀티태스킹이 아니다."

"이공계열 학생들은 공감하겠지만 영어 원문 교과서는 PDF 파일 형태로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글 번역본이 있으면 편한데 선배들에게 한글로 된 책을 받아 스캔을 떠서 활용한다. 교과서를 사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교과서 양이 너무 방대하다. 교수님들도 학생들이 교과서를 안 읽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중요한 내용은 강의록에 넣어두고 문제도 강의록에서 낸다. 교과서에 있는 연습문제를 내는 교수님들도 있는데 그럴 때는 따로 교과서 연습 파트만 찾아서 푼다."

고대의대 본과 1학년 박재찬 학생

특히 임상의학을 본격적으로 배우는 본과 수업에 들어가면 교과서는 더 등한시하게 되는 게 현실이라고도 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과서를 보면 오히려 성적이 더 안 나온다, 교과서를 보면 유급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라고 한다.

"기초의학은 교과서 의존도가 높아서 필요한 경우도 많은데 임상의학에서는 해리슨내과 정도가 교과서라고 할 수 있다. 해리슨 내과학이 20판 넘게 나왔는데 분량이 어마어마하다. 현실적으로 꼼꼼히 들여다볼 수가 없다. 문제를 출제하는 교수님도 실제 임상에 있으니 진단, 치료에서 실제 임상 내용을 많이 낸다. KMLE 문제집에도 임상적으로 중요한 내용이 다 정리가 돼 있다."

"의학이 워낙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질병 가이드라인도 수시로 개정되고 있다. 반면, 교과서는 인쇄돼서 나오기 때문에 뒤떨어진(out of date) 내용을 알게 될 위험이 크다."

"아무래도 강의록은 1년마다 새로 바뀌는 것을 넣지만 교과서는 판수가 바뀌려면 몇 년이 걸린다."

문해력은 문자의 음성적 읽기를 넘어서 의미적 읽기도 수행해낼 수 있는 능력을 뜻한다. 나아가 교수들은 학생들의 문장 이해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의학지식은 결국 교과서(text book)와 논문(article)을 읽어낼 능력이 있어야 습득할 수 있다는 데 기반한 생각이다.

두 학생은 적극 부인했다. 오히려 교수님들의 발문을 보면서 문해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당돌함'도 보였다. 여기서 발문은 어떤 내용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모르거나 생각해 보지 않은 사람에게 다양한 측면에서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다.

"문해력 부족은 적어도 의대생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말 아닌가 싶다. 수능 국어에서 요구하는 게 문해력이다. 수학은 못해도 국어를 못하는 의대생을 본적이 없다."

"교수님들이 내는 발문을 보면서 문해력을 의심할 때가 많다. 중의(重義)가 많다."

"문제에 대한 이의 제기를 할 때 국어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받지 않는다고 공언하는 교수님도 있다. 의학적으로 내용이 잘못됐다고 이의 제기를 할 수는 있지만 문제 해석을 잘못해 못 풀었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한다. 바꿔 말하면 발문에 자신이 없으니 그런 공지를 하는 게 아닌가 한다"

가천의대 본과 1학년 최윤갑 학생

물론, 정보를 찾을 때 논문 등을 검색하는 것보다는 유튜브 등의 동영상 플랫폼을 활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문해력과 연관 지으면 안 된다고 단언했다.

"정보를 찾을 때 유튜브에서 검색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알기 위해 논문을 찾아보거나 교과서를 찾아보는 학생이 드문 것은 사실이다. 병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논문 요약 과제가 있었는데 부담이 너무 컸다. 진도는 진도 대로 나가고 문제 풀 것도 많은데 그 와중에 논문을 읽고 요약하라는 과제는 의대 공부 과정에서 비효율적이다."

공부량이 절대적으로 많은 의과대학 현실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논문을 검색해서 찾고 읽어 분석하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라고 바라봤다.

"기초의학 수업 때 24장의 페이퍼를 주고, 읽은 다음 요약하고 분석해 발표하라는 수업이 있었다. 논문을 읽는 데만 8~10시간이 걸렸다. 이 시간이면 5시간, 6시간짜리 강의록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이다. 페이퍼가 시험문제에 나오는 것도 아니고 비효율적이었다."

"논문을 읽을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주면 할 수 있을 텐데 우선 그런 시간이 의대생에게는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연구자, 의사가 됐을 때와 의대생의 위치는 다르다. 제한된 시간 안에 큰 틀을 잡고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

"가천의대는 블록제다. 2~3주마다 한 번씩 과목이 바뀐다. 2~3주 만에 공부를 끝낼 수 있는 양이 아니다. 전체 수업 강의록을 한 번만 읽어도 상위권이라고 할 정도로 시간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 논문을 찾아보고 읽고 분석할 수 있을까"

"해부학 실습은 팀워크로 할 수밖에 없는데 조원의 성향이 맞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무임승차를 하는 상황 등에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서로가 알고 있는 지엽적인 부분을 하나하나 맞춰가다 보면 완성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팀워크 수업 목적이 소통 능력을 키우려고 하는 것이라면 의문이 든다. 논문을 분석하고 발표하는 것은 한 사람이 충분히 할 수 있는 내용인데 조를 나누고 역할을 분담하라고 하면 갈등만 생길 수밖에 없다. 갈등 해결 과정이 병원에서 일할 때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조별 학습 과정에서 불평불만은 무조건 나오는데 이를 커버할 만한 이익이 진짜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

"증례를 제시하고 해결책을 찾는 등의 수업 등은 조별 활동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사람과 머리를 맞대서 오는 해결책은 질적 차이가 크다. 학생들 각자 접근 방법도 서로 다르니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러 의견이 많이 나올수록 이점이 되는 수업에서 팀 활동은 긍정적이다. 증례를 던져주고 여러 학생의 의견을 공유하며 고민하는 수업은 더 나은 결과를 끌어낼 수 있다."

두 학생은 모두 번아웃을 실제로 경험해 봤다고 했다. 이유는 '방대한 학습량' 때문.

"해야 할 공부가 너무 많다. 요만큼이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너무 많이 남은 상황이 반복된다. 열심히 했는데 성적은 또 원하는 데로 안 나온다. 대인관계도 작은 불화가 생기면 엄청 크게 느껴지고 나아가 사람도 만나기 싫어지더라. 악순환되면서 번아웃으로 이어졌다."

"공부할 양이 끝이 없다. 힘든 공부도 일주일이 지나면 전혀 새롭다. 시험 기간에는 그냥 죽을까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달고 산다"

두 학생은 요즘 의대생들의 생각을 허심탄회하게 들려줬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의대가 운영하고 있는 교수와 학생, 선배와 후배 사이 '멘토링' 시스템은 비교적 도움이 된다고 했다. 하지만 일방적인 설교파 멘토는 사양한다고 똑 부러지게 말했다.

"가천의대에는 위아래 학번을 짝으로 맺어주는 제도가 있다. 실질적인 도움은 거기서 많이 받는다. 내년에는 이렇게 공부한다, 이렇게 준비하라는 선배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된다. 멘토 교수님도 있는데 포트폴리오 점검, 함께 식사 정도의 활동만 한다."

"교수님이 수업하는 모습이 아닌 개인적인 조언을 듣고 하는 게 멘탈 관리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고대의대는 학생들이 100명 가까이 있다 보니 교수님이 수업에 들어와도 학생 한사람 한 사람을 알기는 힘들다. 멘토링을 통해 교수님과 소통하면서 긍정적 영향을 받고 있다."

"멘토 교수님이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심되는 부분이 있다. 멘탈적인 지지는 무조건 되는 것 같다."

자다가 깬 듯한 모습으로 수업에 들어오고, 아침을 거르는 등 학생들의 생활습관에 대한 우려가 교수들 사이에서 높다. 자기관리가 된 학생들이 학습에서도 성공한다는 생각으로 이어져 학생들의 의식주에 관심을 갖고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실제 동국의대는 예과 1학년 수업에 '예비의사되기'라는 과목을 두 학기에 걸쳐 개설 운영하고 있다. 기본 인사법부터 대인관계 형성하기, 생활에서 필요한 윤리, 사회인으로 살아가는 윤리에 대한 내용을 교육한다.

두 학생은 '생활습관'을 왜 의대에서 교육을 해야 하는 부분인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 시험 기간에는 일주일 동안 면도도 안 하고 너무 바쁘다 보니 집에 들어갈 시간도 없어 학교에서 숙식하는 학생이 다수다. 옷차림, 먹는 것 등 생활습관에 신경을 쓸 마음의 여유가 없다. 학생들의 생활습관을 지적하기 전에 학사일정이 가혹하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사람마다 우선순위가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시험기간에 면도는 안 하는데 머리는 무조건 감는다. 책이라도 한 번 더 보겠다고 하는 학생은 학교에서 그냥 잔다. 이를 교육으로 바꿔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시험이 끝나면 또 멀쩡해진다. 학업에 대한 열정이 크다는 걸로 이해해 줬으면 한다."

"얘가 나랑 다른 세대라는 것을 분명히 인지하고 공감을 못하더라도 다른 세대니까 하고 넘기는 여유가 필요하다. 나이라는 장벽이 크다. 학생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들어주고, 싫어하는 것은 같이 싫어해주면 된다."

"과거 교수님 때는 공부를 할 때 책이나 논문에서 소스를 얻었다면 요즘 의대생들은 온라인에서 검색하고 영상을 보는 식으로 정보를 얻는다. 교수님들이 보기에는 문해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기저에는 부족한 학문적 지식을 채우기 위함이 깔려있다. 표현하는 방식은 세대마다 다르다. 그런 점을 인정하면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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