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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 수위 높아지는 손보 청구 간소화…심평원 배제 가닥?

발행날짜: 2022-12-29 05:30:00

내년 보험료 평균 8.9% 인상…3년 연속 인상에 여론 악화
압박 수위 높이는 정부·정치권…의료계 내부 입장차 분분

연이은 실손보험료 인상에 청구 간소화법 제정 압박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가 관련 논의에 참여하면서 국민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배제하는 방향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청구간소화 자체를 두고 의료계 입장차가 여전한 상황이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023년 실손보험료가 평균 8.9% 인상될 전망이다. 세부적으로 1세대와 2세대 실손보험의 경우 각각 평균 6%, 평균 9%대 인상된다. 3세대 실손보험료는 평균 14% 증가할 예정이며 4세대는 동결된다.

의료계에 대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제정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2021년 10~12%, 2022년 14.2% 인상에 이어 내년에도 10%에 가까운 보험료가 인상되면서 국민 여론이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인상률의 이유로 높은 적자와 손해율을 강조하고 있다. 실손보험으로 매년 2조 원대 적자가 발생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까지 평균 손해율이 130%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는 이 같은 문제의 원인으로 과잉진료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 손해보험협회는 이 같은 인상률을 밝히며 그 화살을 비급여 과잉진료, 보험사기 등에 돌렸다. 보험금 누수가 지속되고 있으며 누적된 적자와 가입자 보험료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것.

또 금융당국 관련 대책을 논의하는 한편, 공공의료데이터 활용 강화 방안 및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추진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21대 국회가 내후년 총선을 앞두고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공세에 열을 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지난달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주관한 '실손보험금 청구간소화 실손비서 도입' 토론회 이후 의료계가 조건부로 관련 법안에 동의했다는 여론이 형성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에 대한 전 방위적 압박은 이미 시작됐다. 보험료 인상과 과잉진료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실손보험 청구 자체가 어렵다는 국민 불만이 지속된 탓이다.

실손보험은 보험사의 가입자 간의 사적계약인 만큼, 그동안 제 3자인 의료계가 논의에 참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의협 역시 관련 논의에 무대응으로 일관해왔지만, 정부·정치권 드라이브로 청구간소화법이 의료계를 배제한 채 추진되는 기미가 보이자 대외협력팀이 나서게 된 상황이다.

의협이 나서면서 심평원이 보험금 청구를 대행하는 기존 방안이 원점으로 돌아간 상황은 호재다. 보험업계 역시 심평원 청구 대행이 무산됐을 때의 대안을 내부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의협 김종민 보험이사는 "그동안 정무위원회와 8자협의체 측에 심평원을 통한 실손보험 청구간소화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계속해서 피력했다"며 "현재 회의 석상에서 심평원 관련 내용이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흐름상 이후에도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계약 당사자가 아닌 의사들이 불필요하게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 한다"며 "이후 회의에서 어떤 내용이 오가는지 듣고 의협 내부에서 컨센서스를 만들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심평원을 배제한다고 해도 실손보험 청구간소화 자체에 대한 의료계 내부 입장차가 여전한 것은 난점이다.

의협은 의료정보를 집적하지 않는 핀테크 업체 등 민간주도로 자율적인 청구간소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선 실손보험 서류전송 자체에 의료인이 참여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의료정보를 집적하지 않는다고 해도 해킹·유출 등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며 문제 시 의료인이 책임을 져야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청구간소화 논의가 의료기관의 참여를 강제하는 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미 자율적으로 청구간소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을 의료계 탓으로만 돌리는 접근도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의료를 통제해 실손보험 재정을 보전하겠다는 접근은 절대 안 된다. 이미 자율적으로 청구간소화가 이뤄지는 부분이 있는데 의료기관에 강제적으로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보험료 인상을 청구간소화를 연결하는 것 자체가 의료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의료정보 집적과 개인정보 유출 우려 없이 필요한 서류만 전송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며 "민간 영역에서 충분히 환자 편의 등 여러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의료기관 책임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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