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불완전함(Perfectly imperfect)
오수빈 학생(가톨릭관동의대 본과 2학년)
기사입력 : 2021-07-12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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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2#그 전부터 다른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 농담처럼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한테 언제 시험 기간인지 묻지 말고, 차라리 '안 시험 기간'이 언제인지를 물어봐! 난 늘 시험 기간이거든."

칼럼을 쓰고자 문서 파일을 열었을 때, 몇 년 전 시험 기간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지금 또한 -당연하게도- 수많은 페이지의 강의록이 나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의과대학 학생에게 수많은 시험은 너무나도 자주 찾아오는 존재다. 카페인과 함께하는 밤샘의 여정을 계속 맞이하는 것이 작년의 나에게는 벅차게 느껴졌다.

아직도 잊지 못하는 순간이 있다. 시험이 그리 많이 남지 않은 작년 어느 새벽 날이었을 것이다. 해안도시에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나의 악몽에서는 해안가에 서 있는 나를 거대한 파도가 덮치는 장면이 자주 등장하곤 한다. 그날 내 눈앞에 남아있는 엄청난 강의록의 페이지 수가 마치 내 꿈속의 쓰나미를 닮아있었다. 끔찍하다, 라고 마음속으로 혼자서 되뇌었던 것 같다.

공부로 인한 부담감으로 인해 생겨난 두 가지 나쁜 관념이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우선 가면 증후군이 있었다. 가면 증후군은 자신의 성취를 운, 또 주변 사람들을 속여서 이룬 것으로 생각하며 자신을 스스로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고 불안해하는 심리를 일컫는다. 다들 저렇게나 똑똑하고 완벽하게 모든 일을 해내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기 일쑤였다.

첫 번째의 잘못된 관념은 자연스럽게 시간에 대한 강박으로 나를 이끌었다. 너는 안 그래도 능력도 부족한데,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도 못한다면 너는 실패한 인생인 거야! 라는 생각이 나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잠을 예상보다 1시간 더 많이 잤다고, 2시간 동안 자신을 자책했다. 그렇게 3시간을 허비했다고 또 4시간을 우울했다. 그런 바보 같은 짓을 누가 하냐 싶지만, 과거의 나에게는 꽤 일상적인 일이었다.

그러했던 내가 지금은 훨씬 건강한 삶을 살고 있다. 가끔씩 불안이 찾아올 때도 있지만, 금세 평온을 되찾는다. 더 많은 사람과 교류하고,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며, 나의 취미생활을 놓지 않는다. 동시에 공부할 때는 집중해서 최선을 다해 지식을 습득하고자 한다. 과연 어떠한 변화가 지금의 나를 만들 수 있었을까?

돌이켜보면, 해답은 완벽 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그저 실패를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었다.

내가 자격이 없다는 생각, 그래서 어떻게든 있는 시간 없는 시간을 내서 공부에 투자해야 한다는 생각은 더욱 완벽해져서 결코 실패하고 싶지 않다는 심리에서 기원했다. 하지만 우리는 모두 인간이며, 결코 완벽해질 수 없다. 아무리 자신을 억지로 바꾸려고 노력해도 결국 나는 잠이 많으며, 노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이룰 수 없는 환상을 좇으며 자신을 갉아먹기보다는, 불완전한 나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완벽해지고자 하는 욕심을 내려놓자, 오히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들었다. 역경을 기반으로 조금씩 발전하고자 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기 시작했다. 아직도 실패는 쓰라리고, 아프다. 하지만 이제는 그 실패를 통해 다시 일어날 수 있으며, 오히려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다가올 힘든 순간을 더욱 단단하게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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