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법률  
법원이 故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라고 판단한 이유는?
박양명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9-11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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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판례 언박싱|복지부 인정 못받은 임 교수 선행…행정법원서 뒤집혀
  • |유족 측 변호사 "본인 의지로 희생…복지부 사실 왜곡" 주장
[메디칼타임즈=박양명 기자] 2018년 마지막 날 날아든 비보. 환자가 휘두른 흉기에 사망한 고 임세원 교수의 소식은 의료계를 넘어 사회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진료실에서 의료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법이 만들어졌고 '임세원법'이라고 이름 붙여졌다.

더불어 그를 '의사자'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의사자는 자신의 직무와 상관없이 위해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 신체 또는 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말한다.

복지부는 의사상자심사위원회를 두고 의사자 여부를 심의하고 의사자의 가족 및 유족에게는 일정한 보상금 및 특별위로금과 함께 의료급여, 교육보호, 장제보호 등 예우 이외에도 가족 및 유족의 생활안정을 위해 취업을 알선한다.

의사상자심사위원회는 고 임세원 교수의 의사자 인정 여부를 한 차례 보류하고 재심의까지 했지만 지난해 6월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해 고 임세원 교수의 영결식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그를 애도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회는 동료 의사와 국민 4121명의 탄원서를 모아 냈지만 통하지 않았다.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의사자 지정에 대한 폭넓은 시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결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유족 측은 행정소송으로 대응했고, 법원은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재판장 이상훈)는 10일 고 임세원 교수 유족 측이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의사자 인정거부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누구보다 의사자 지정에 힘을 쏟았던 신경정신의학회 백종우 법제이사는 판결을 받아들고 "임 교수는 본인의 생명이 위협받는 순간에도 생명을 구하고자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라며 "우리사회가 안타까운 죽음에 함께 애도하고 기억함으로써 보다 안전하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사회가 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임세원 교수는 의사자? 복지부의 해석 보니

2018년 12월 마지막날, 고 임세원 교수는 가방 속에 칼을 숨기고 진료실로 찾아온 피의자에게 위협을 당했다. 임 교수는 진료실 밖으로 뛰쳐나오며 간호사에게 "도망치라", "경찰에 신고하라"고 외쳤다. 임 교수는 뒤따라온 환자의 칼에 참변을 당했다.

여기까지가 알려진 팩트다. 복지부 의사상자심의위원회는 당시 상황이 담긴 CCTV를 보고 어떻게 해석했을까.

복지부가 법원에 제출한 서면답변에 따르면 "임세원 교수는 자신 스스로의 위해를 구하기 위해 구조요청을 한 것이거나 사회통념상 일반적으로 기대되는 상호협력 수준의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또 "고인이 복도쪽 탈출 경로를 택한 것은 본인에게 가장 용이했기 때문이었다"라며 "고인이 (범인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2~3초 정도 간호사를 응시한 것으로 보일뿐이라서 의사자 지정 거부 처분이 정당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 측 변호를 맡은 김민후 변호사(법무법인 원)는 사실을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당시 CCTV를 확인하고 직접 임 교수가 변을 당한 현장도 직접 찾아가봤다. 사건도 재연해봤다.

고 임세원 교수 사망 후 추모 이미지
김 변호사는 "당시 임세원 교수의 바로 왼쪽, 5m도 안되는 거리에 비상계단이 있었다. 본인을 위해서라면 비상계단으로 가서 문을 잠가버리면 살 수 있었다"라며 "비상계단이 아니더라도 강북삼성병원에는 대피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안전 공간이 따로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본인의 위해를 피하기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경로가 있음에도 일부러 긴 복도쪽으로 대피했고 그곳에는 환자와 간호사 스테이션이 있었다"라며 "다른 사람을 대피시키고, 본인도 위해에서 벗어나기 위해 좀 더 위험한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을 알리려다가 범인의 표적이 돼 결국에는 참변을 당했다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임 교수는 직접적, 적극적 행위를 했고 본인의 의지로 희생한 것이 충분히 드러난다"라며 "복지부는 같은 사실을 놓고 반대로 해석했을 뿐만 아니라 왜곡한 주장을 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판결 취지 따른다면 임세원 교수 의사자로 인정해야"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여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복지부가 항소를 포기하고 이대로 법원 결정이 확정된다면 임 교수는 의사자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소송법 30조 2항을 보면 취소 처분이 당사자의 신청을 거부하는 것으로 내용으로 하고 있다면 그 처분을 행한 행정청은 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다시 이전의 신청에 대한 처분을 해야 한다.

김민후 변호사는 "이번 판결의 취지는 임세원 교수를 의사자로 인정하라는 것"이라며 "복지부가 항소를 한다고 해도 새롭게 나올 논리는 없을 것이다. 1심에서도 판사 3명이 판단한 결정이다. 상급심을 가더라도 유리한 판단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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