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방역, 용어는 어렵지만 별거 아닙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교수
이인복 기자 (news@medicaltimes.com)
기사입력 : 2020-05-04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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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메타 인터뷰]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
  • |추적 관찰 연구 필요성 강조…"사회적 접근 필요하다"
|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 "포스트 코로나를 얘기하는데 심리 방역은 사실상 지금부터가 관건이에요. 지금까지 1차 피해자들에게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회 전반에 대한 케어가 필요하죠. 그동안 소외됐던 의료진들에 대한 지원도 이제는 고민해야 할 때라고 봅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이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한 준비가 본격화되고 있다. 과거 중증 질환자의 생존과 확진자 치료에 매진했다면 이제는 무너진 사회 시스템에 대한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백종우 교수는 심리적 방역에 대한 장기 추적 관찰 연구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포스트 코로나 준비에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바로 재난정신건강서비스, 즉 심리 방역이다. 그동안 확진자에 집중하느라 상대적으로 소외된 곳에서 극심한 불안과 공포, 스트레스에 노출됐던 이들에 대한 정신건강에 대한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감염 재난이 덮쳤다는 점에서 의료진에 대한 심리 방역도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러한 사태에 대응하기 위한 메뉴얼과 프로그램은 미비하다. 심리 방역의 선봉에 서 있는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백종우 교수를 만난 이유다.

사실 백 교수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다. 코로나 초기 감염학자들이 전면에 나섰던 자리에 이제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대체하고 있다. 그만큼 코로나는 전국을 공포에 빠트렸고 그 공포는 전 분야에 트라우마로 새겨지고 있다. 백 교수가 말 끝마다 '심각'이라는 단어를 강조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그가 진단하는 심리 방역의 현재와 바람직한 방향성은 무엇일까. 그는 메뉴얼과 사회적 공감대를 바탕으로 하는 신뢰, 의료진간에 소통을 그 키워드로 꼽았다.

포스트 코로나에 심리 방역이 핫 키워드다. 하지만 개념 자체는 아직 생소한데

학술용어로는 재난정신건강서비스라고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삼풍백화점 붕괴부터 대구지하철 참사까지 계속해서 존재했지만 구체화된 것은 세월호 사태였다. 그걸 계기로 국가 트라우마센터가 설립됐고 국립정신건강센터를 중심으로 하는 체계적인 심리 방역 시스템이 구축됐다. 말 그래도 심리 방역은 재난 상황에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하는 일이다. 코로나만 해도 전 국민이 공포와 불안속에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정신건강 문제들을 조기에 진단하고 지원하는 것이 바로 심리 방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구체적인 방향성은 어떻게 되나. 앞으로의 전략도 이미 세워놓았을듯 하다

재난정신건강서비스의 제1 대상자는 바로 재난의 직접 피해자 즉 코로나 사태의 경우 확진자가 된다. 이들에 대한 심리 방역은 감염 전담병원 의료진과 정신과의 협진으로 체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경증환자인 생활치료센터 입소자들은 보건복지부와의 업무 협약을 통해 유선 상담을 진행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문제는 이들이 아니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단순히 의료적 문제 뿐 아니라 경제적 후폭풍에 의해 정신건강에 큰 데미지가 올 수 있다. 실제로 관련 연구들을 보면 오히려 재난 초기에는 자살률이 감소한다. 흔히 영웅기라고 하는데 지금도 의료진들에 대한 기대와 응원속에서 이러한 우울감들이 일부 감춰져 있다. 하지만 실업과 폐업 등 경제적 후폭풍이 현실화 되는 시점에는 자살률이 크게 올라갈 수 있다. 지금 시점에서 조기 개입이 필요한 이유다.

심리 방역의 근거도 중요한듯 하다. 결국 사회적 공감과 신뢰의 바탕에는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 부분이 매우 중요한 문제다. 그나마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단이 구성되면서 가이드라인이라던지 메뉴얼, 지침 등이 그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어 다행이다. 메르스때 감염 재난을 경험하면서 고민했던 부분들이 이번에 도움이 된 셈이다. 하지만 역시 연구 분야는 취약하다. 가장 큰 문제가 재난 초기에는 관심이 쏠리는데 금방 이 관심이 식어버린다는 점이다. 하지만 심리 방역, 재난건강관리는 장기 연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초기 대응과 대처 시스템은 상당히 잘 잡혀있는데 재난 피해자들에 대한 장기 관리와 후유증 추적 관찰 등은 아직 부족한 상태다. 미국의 경우 9·11 피해자들에 대한 연구가 아직도 진행중에 있다. 우리도 이제는 이러한 장기 연구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의료진의 소진 문제도 심각하다. 이미 여러 경로를 통해 의료진들이 쓰러지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들도 심리 방역이 필요하지 않나

맞다. 아까 말했듯 감염 재난에서 제1대상자는 확진자지만 이후에는 의료진과 방역 종사자들, 경찰과 소방대원 등 공공 서비스 분야로 파장이 밀려온다. 외국 연구를 보면 감염 재난 상태에서 의료진들은 환자를 잃는 트라우마와 피로 누적 등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특히 이들이 이러한 상황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모두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상태에서 자신이 아프거나 힘들다는 얘기를 도저히 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의료진으로서 책임감이 오히려 정신건강을 악화시키는 결과로 오는 셈이다. 더욱이 코로나 사태가 100일을 넘기며 장기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스트레스가 계속해서 누적되고 있다. 의료진은 방역의 최전선이자 최후 방어선이라는 점에서 이에 대한 지원책이 시급하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의료진도 소진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를 해결해야 하나. 단순히 의료진 개개인에게만 맡겨서 될 문제는 아닌듯 하다

결국 사회적 신뢰와 함께 리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러한 분위기를 함께 만들어 가는 노력이다. 의료진도 힘들고 아플 수 있고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는 공감대랄까. 현재 병원 집단 감염 사례만 봐도 절실하게 드러난다. 집단 감염 사례 대부분이 몸이 아픈 상황에서 책임감과 사명감에 병원에 무리해서 출근하면서 일어났다. 더 안좋은 결과를 가져온 셈이다. 의료진의 스트레스에 대한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시급하다. 미국과 같은 경우 재난 상황에서 의료진을 대상으로 하는 비대면 화상 프로그램 등이 체계화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국내 상황에 맞게 의료인을 위한 근거 있는 지원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으로서는 국립트라우마센터 전화 상담의 경우 익명이 보장된다. 적어도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든 상황이라면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는 것도 의료인으로서의 책임감 일 수 있다.

경제적 후폭풍에 따른 심리방역을 강조했는데 개원의들의 근심도 많다. 이들도 결국 자영업의 일종 아닌가

의료인 중 첫 사망자가 개원의였다. 감염에 대한 공포는 비단 코로나를 직접 진료하는 의료인만의 문제는 아니다. 특히 개원의는 일종의 소규모 자영업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공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만으로 엄청난 데미지를 받게 된다. 특히 환자 감소 등에 대한 경제적 어려움이 겹칠 경우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직접적으로 코로나 치료에 참여하지 않았다 해도 이들 모두 감염 재난 상황에서 공포에 맞서며 환자 곁을 지킨 전문가들이며 사회 안전망이다.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이들이 어려워진다면 이후 상황에 대처 자체가 힘들어진다. 개원의들은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점에서 의사회, 의사협회를 넘어 사회적,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 물론 이들에 대한 심리적 프로그램도 동반돼야 한다.

하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기대하기 앞서 의료계 내부 갈등도 생각보다 많이 드러나고 있다. 심리 방역도 결국 의료진의 역할이 중요한데 이에 대한 의견도 궁금하다

재난 상황에서는 이견과 갈등이 있을 수 밖에 없다. 논쟁은 피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신뢰와 소통을 버려서는 안된다. 심리 방역도 물리적 방역도 결국 의료진이 핵심이다. 전문가들이 비난과 반목으로 나눠져서는 절대 위기를 극복하기 힘들다. 일부에서 의료진을 분열시키는 평가절하 발언이 나오고 정치적 행보도 나오고 있는데 이는 절대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들 모두가 의료진에게 응원을 보내며 성숙하게 현재의 재난을 이겨내고 있다. 의료진들도 사회적 신뢰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목소리를 모아가야 한다. 이러한 힘든 시기에 국민들의 사랑과 인정을 받는 것은 앞으로 의료 환경이 나아지는데 굉장한 자산이 될 것이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내부 갈등으로 버려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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