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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대 들고 모인 개원 의사들 "재미는 당연 봉사는 덤"

발행날짜: 2018-09-04 12:00:58

서초구의사회-메디칼타임즈 자선 당구대회 통해 김장 봉사 "일석이조"

|현장=서초구의사회장배 메디칼타임즈 당구대회|

본격적인 가을을 알리는 9월의 첫 날. 논현동의 한 당구 클럽에 심상치 않은 포스의 중년들이 모여들었다.

입구를 열고 들어오며 반갑게 인사하는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호칭은 '아이고 원장님'.

가깝게는 논현동에서 방배, 서초, 멀게는 강동구에서 모여든 그들의 명함은 각자 달랐지만 호칭은 동일했다. 우리가 진료실에서 만나는 바로 그 원장님들이었다.

행사의 시작은 4시. 참석자 등록도 3시 반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전 진료를 마친 그들의 마음은 바빴다.

이미 2시경부터 삼삼오오 짝을 이뤄 당구 클럽에 입장하기 시작했고 몸을 풀어야 한다며 다들 팔을 걷어 붙이고 당구 테이블의 결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의 타이틀은 '서초구의사회장배 메디칼타임즈 자선 당구대회'.

서초구의사회가 주최하고 메디칼타임즈가 주관해 자선 기금을 모아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김장 비용을 마련하기 위한 행사였다.

그러한 의미를 기꺼이 받아들여서였을까 일부 원장들은 도착하자 마자 모금함을 찾아 '선기부'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행사가 시작하는 4시가 가까워오면서 이미 당구장의 당구 테이블은 빈 곳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어떤 원장은 개인 큐대를 가져와 주위의 시선을 모았고 구력이 500이라고 밝힌 원장의 한큐 한큐에는 사람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본격적인 행사는 민경협 서초구의사회 총무이사의 사회로 시작됐다. 간단한 행사의 취지를 설명한 뒤 고도일 서초구의사회장의 개회사로 이날 자선 당구대회의 막이 올랐다.

고도일 회장은 "서초구에도 홀로 겨울을 보내야 하는 홀몸 어르신들이 아직도 많다"며 "환자를 생각하듯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회원들과 이러한 뜻깊은 행사를 마련하게 돼 기쁘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오늘 메디칼타임즈와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에 모인 기부금은 이러한 분들의 김장 봉사 비용으로 쓰일 것"이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함께 이웃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자"고 당부했다.

이어지는 행사는 토너먼트 형식으로 당구지수 500의 양주민 원장이 진행했다. 비록 이제 걸음마를 떼는 당구지수 30부터 프로 반열에 오른 500까지 다양한 당구인들이 모였지만 그들에게 승패는 큰 의미가 없었다.

자칫 승부욕이 커져 혹여 갈등이 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그들은 멋진 샷이 나오면 다같이 박수로 축하했고 설사 실수가 나와도 함께 안타까워 하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경기 시간은 공식적으로 30분. 그 안에 승부가 나지 않으면 승자를 가리기 위한 룰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무의미했다. 그들은 서로 승자를 양보했고 경기는 너무나 매끄럽게 진행됐다.

특히 경기가 끝났어도 아쉬움이 남는 듯 옆 테이블에서 경기가 벌어지는 동안에도 예선에서 탈락한 원장들끼리 짝을 이뤄 빈 테이블에서 친선 경기를 이어가는 모습도 보였다.

"우리끼리 치는데 잘 치고 못 치고가 어디있어요. 다같이 즐겁게 어울리는거죠. 상품이 탐나기는 하지만 선배님들도 많이 계시고 오랜만에 다들 얼굴 보니 욕심이 많이 버려지네요."

당구지수 500을 자랑하는 최고수 양주민 원장의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날 당구대회에는 30대 원장부터 60대 원장까지 어울리며 유쾌한 승부를 이어갔다.

준결승까지 마친 시각. 이미 시계는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마치 예상이나 한듯 당구대회에 참여 신청을 하지 않은 원장들도 당구클럽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장면 먹으러 왔어 나는." "기부금 냈으니까 자장면 먹어도 되지?"

비록 당구를 치지 못해 대회에 참여하진 못했지만 행사의 의미에 동참하기 위해 자리한 서초구의사회 회원들이었다.

그들은 자리하기 전에부터 기부금함에 기부금을 넣으며 기부했으니 자장면을 내놓으라는 우스갯 소리로 한바탕 웃음을 이끌었다.

당구장은 자장면. 비록 자선 당구대회지만 이 공식을 벗어날 힘은 없었다. 슬슬 배가 고파오는 시간 결승전 경기만을 앞두고 중국집 배달부 4명이 자장면 통을 들고 당구장에 들어왔다.

당구 테이블 앞에 놓인 간이 테이블에 자리한 원장들은 삼삼오오 모여 자장면 그릇을 돌리며 옛 추억을 회상했다.

"아 옛날엔 당구 치면 먹는 자장면이 얼마나 맛있었는지." "큐대 세워놓고 자장면 먹는게 한 20년 됐나 모르겠네." "옛날엔 자장면이 1000원이었는데."

이처럼 멀게는 수십년전 기억을 끄집어 내며 그들은 당구장과 자장면의 옛 추억을 공유하며 자장면 그릇을 비워갔다.

마침내 시작된 결승전. 아마추어 리그와 프로 리그 두 리그로 시작된 결승전은 결승전답게 순식간에 결판이 났다.

경기 시간을 30분으로 정했지만 결승에 올라온 고수들답게 제 시간 안에 모두 타수를 끝내며 승부를 마무리 지은 것이다.

특히 프로 리그 결승에 올라선 양주민 원장과 권교선 원장은 막판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접전을 펼치며 단 1점 차이로 승부가 갈려 수많은 갤러리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림같은 마무리 점수로 끝을 낸 프로 리그 결승은 결국 구력 500점의 양주민 원장에게 돌아갔다. 그는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메디칼타임즈상' 와인셀러를 받고 V자를 그려 보이며 기쁨을 표시했다.

아마추어 리그 우승도 이경상, 이성윤 원장의 접전 끝에 이성윤 원장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부상으로 상품권을 받았다.

이어지는 경품 추첨도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추첨 공에 아마추어 리그 우승자인 이성윤 원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이성윤 원장의 양보로 결국 재추첨을 진행했고, 경품인 서초구의사회장상 로봇청소기는 박창수 원장에게 돌아가며 행사의 막을 내렸다.

특히 행사 마지막에는 서초구의사회 전 회장인 구현남 원장이 깜짝 방문해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회원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고도일 서초구의사회장은 "대회 내내 당구 클럽에서 웃음 소리가 끝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회장으로서 너무 기쁘고 감사했다"며 "앞으로도 회원들과 재미와 친목을 도모하면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는 행사들을 만들어 모두가 함께 하는 서초구의사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행사 마지막. 대다수의 회원들이 돌아간 뒤 놓여진 모금함에는 5만원권 지폐가 쌓일 만큼 상당한 액수의 기부금이 모아져 있었다.

나이와 승패를 떠나 서초구의사회로 함께한다는 의미를 기뻐하며 그 기쁨을 기부로 모아가는 그들에게서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향기가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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