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오피니언
  • 젊은의사칼럼

의전원생의 서브인턴 체험기③-정신과편

마새별
발행날짜: 2016-10-17 11:15:03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보통의 사람들과는 다르게 보이지만, 결국엔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

정신과 실습을 돈 첫 날은 모든 것이 내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수십 장에 달하는 환자의 종이차트, 들어도 끝이 나지 않는 환자의 히스토리, 같은 질환으로 수십 번은 더 외래에 다녀간 진료 기록, 입퇴원을 반복한 기록들까지..

간단한 과거 병력과 쉽게 납득이 가는 입퇴원 사유를 간결하게 적어 낸 타과의 진료 기록들과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달랐다. 특히 담당 환자의 차트를 잠깐 봐도 되겠냐는 나의 물음에 간호사 선생님이 한 가득한 종이 뭉치를 내미는 것을 보고 가장 놀랐던 기억이 난다.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있길래 저렇게 두꺼울까 싶어서 찬찬히 읽어보니 이건 차트가 아니라 마치 한 인물의 일대기를 보는 기분이었다.

처음 세상에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 이 병동에 입원하기까지 환자의 인생에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가 세세하게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가족관계나 환자와 친밀하게 지내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환자를 힘들게 했을 법한 사건들에 대해서는 더 자세하게 기술되어 있어 환자에 대해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나 많은 사항들을 묻고 답변을 듣고 또 정리하려면 얼마나 큰 노력이 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정신과 선생님들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레지던트 선생님께서 학생마다 폐쇄 병동에 입원 중인 환자들을 배정해주신다고 하셨는데, 사실 폐쇄 병동이라는 말을 듣고 덜컥 겁부터 났고 혹시나 내가 감당하기 힘든 환자를 만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리고 반대로 나의 부주의한 언행으로 인해 환자들이 행여나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 것이 사실이다. 조현병, 양극성 장애, 주요 우울증 등등의 진단명이 적힌 환자 리스트를 쭉 보시면서 학생들에게 환자 한 명씩 연결해 주셨는데 과연 나는 어떤 환자분을 만나게 될지 가슴이 두근거렸다.

내가 만나게 된 환자는 양극성 장애 1형으로 조증 삽화를 보일 당시에 입원을 하셨는데, 현재는 많이 조절된 상태였다.

첫 만남에서 먼저 나서서 내게 인사를 해주시고 자리를 안내하시는 적극성에 놀랐고, 궁금하신 게 있냐는 질문을 선뜻 해주셔서 정작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나 스스로가 더 당황했던 것 같다.

환자분은 탁구 동호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셨던 분이라 병동에서도 다른 환자들에게 탁구를 가르쳐 주면서 즐거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하는 듯 보였다.

정말 소소한 이야기 위주로 대화를 나누었지만, 환자분은 늘 다음 날 다시 만나길 기다리시며 반갑게 맞이해주셨고 앞으로 퇴원 후에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에 대해 이야기 하셨다.

차트를 보면 같은 진단명 하에 수년간 여러 번 병동에 입원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앞으로도 비슷한 증상으로 다시 입원하게 될 수도 있다는 교수님의 소견을 들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더 나아져서 남들처럼 본인이 바라는 삶대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를 적극 응원해 드리고 싶었다.

처음 내 환자와 만나기 전에는 단지 여러 진단명이 적힌 사람들 중 양극성 장애를 가진 환자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환자를 직접 만나고, 그가 겪었던 일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그가 스스로에 대해서 그리고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대화를 나누면서 그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 중의 하나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쩌면 나도 정신과 실습 전에 환자들에 대해 편견을 갖지 않겠다고 다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내심 걱정을 많이 했던 것 같다.

혹여나 갑자기 도발을 하지는 않을까, 나와의 대화를 거부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 때문에 정작 내 환자가 나에게 바라는 바가 무엇일지, 내가 환자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은 무엇일지에 대해서는 온전하게 집중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는 자신을 치료해 줄 의사만큼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친구를 더 기다렸을지도 모른다.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