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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리는 첫 병원 배치…"인턴, 신고합니다"

박성우
발행날짜: 2015-11-24 05:15:39

인턴 의사의 좌충우돌 생존기…박성우의 '인턴노트'[6]

"인턴, 신고합니다"

온 병원의 인력들이 새로운 인턴 선생님들을 기다리는 듯했다. 일 년이 끝나가는 시점에는 기존 인턴 중에 군의관 입소훈련으로 인해 빨리 퇴사하는 경우와 전문의 선발 경쟁에서 밀려난 인턴들이 중도 이탈하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2월이 되면 인턴 인력이 부족해진다.

그래도 일 년이란 시간 동안 산전수전을 겪은 인턴인지라 분담해야 할 업무가 늘어나도 어찌어찌 해결되곤 한다. 하지만 빨리 퇴사해서 쉬고 싶은 전년도 인턴들의 바람과, 하루 빨리 새로운 인턴들이 들어와서 인력 수급이 원활하길 바라는 다른 의료진들의 바람은 다르다.

병원 전체가 우리의 배치 일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나 이맘 때쯤 겪는 진통인지라 교육수련부는 각종 문의 전화로 통화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다. 멀리 고향에서 올라오는 인턴들은 기숙사로 짐만 보낸 채 잘 곳도 없는 상태로 배치 일정을 기다렸다.

인턴은 한 달 단위로 근무 과가 바뀌는 순환근무 체제로 보통 일 년 동안 12개의 과를 돌면서 근무하는 시스템이다. 그래서 일 년 치 일정이 한꺼번에 발표 나는데 배치 일정 때문에 웃고 우는 일도 생긴다.

특히 첫 3월 근무과에 따라 인턴들 사이 입장이 미묘하다. 첫 달이 지방 파견 근무인 동기들은 발표가 나자마자 짐 상자를 본원 기숙사 복도에 쌓아놓고 간단한 개인물품만 챙기고는 바로 정읍이나 보령, 홍천이나 강릉으로 뿔뿔이 흩어졌다.

나의 첫 달은 내과였다. 가장 기본적인 인턴잡(intern job)을 많이 하는 내과 병동 인턴일 뿐더러 서울 일정이라 다행이었다. 첫 달부터 일 년 내내 필요한 여러 술기들에 빨리 익숙해질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했다.

일정이 발표나자 마자 병원을 벗어나고픈 전년도 인턴들의 콜이 후임 인턴에게 전해졌다. 몇몇은 바로 끌려갔고 또 몇몇은 몇 시까지 병동으로 인계 받으러 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동기 2명과 호흡기내과로 명받은 나는, 셋이서 빳빳한 의사가운 속에 떨리는 마음을 숨기고 병동에 불려갔다.

익숙한 모교병원이지만 당직 일정을 정하자마자 내 콜 번호가 병동 게시판에 붙는 것을 보니 싱숭생숭했다. 전년도 인턴 선생님은 마지막 며칠 동안 3명이서 해야 할 일을 혼자 하고 있었다.

일이 밀리는 순간마다 빛의 속도로 해치우면서 얼떨떨한 우리에게 인계를 해주었다. 특별한 인계 사항은 많지 않았고 기본적인 인턴잡만 밀리지 말라는 당부와 함께 한 시간 사이에 우리는 병원에 던져졌다.

다행히 첫날부터 당직은 아니었기에 퇴근을 해도 되었다. 하지만 내일부터 바로 인턴잡을 해야 하니 조금이라도 빨리 익숙해지고자 선생님을 따라다니면서 도왔다.

일정 발표 하루 전날, 이미 오전부터 신입 인턴들의 일정이 언제 발표되냐며 재촉하는 선배들의 연락이 이어졌다. 혹여 지방 파견근무일 경우 바로 내려갈 수 있게 짐을 대충 싸놓고 긴장하며 기다리던 사이, 그렇게 첫 호흡기내과 인턴으로서의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음 날부터 익숙하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으로 초겨울 어두운 새벽 5시에 출근했다. '의사 박성우'라고 적힌 빳빳하게 새로 지급된 가운과 사회인이라 부럽다는 친구들의 연락 사이에서 이 정도면 충분히 감내할만하다 여겼다. 유난히도 하얀 가운이 빳빳했던 하루였다.

<7편에서 계속>

※본문에 나오는 '서젼(surgeon, 외과의)'을 비롯한 기타 의학 용어들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실제 에이티피컬 병원에서 사용되는 외래어 발음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이 글은 박성우 의사의 저서 '인턴노트'에서 발췌했으며 해당 도서에서 전문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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