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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그녀 or Not?

황진철
발행날짜: 2015-05-12 08:58:10

Dr. 황진철의 '비오니까'

|황진철 원장 칼럼(그랜드비뇨기과)|

우아한 그녀

그녀가 들어 온다. 나는 잠시 숨이 멎는 듯하다. 늘 그렇듯 커다란 가방을 진료실 책상 위에 올려 둔다. 브랜드는 나를 향한다. 나도 안다. 그 정도의 유명한 브랜드는... 다리를 꼰다. 허리를 곧추 세운다. 옷매무새를 살짝 정리한 후 말을 시작한다. 찰나의 순간. 내 마음은 몹시나 복잡하다.

참 교양있는 말씨다. 그녀의 사위는 성형외과 의사다. 그녀의 자부심은 참으로 대단하다. 내 진료실을 찾기 전, 참 많은 비뇨기과 정보를 갖고 온다. 그리고 내게 온전히 풀어 놓는다. 아는 의사도 많단다. 단지 집 가까이에 있다는 이유로 내 진료실을 찾았다. 그렇게 그녀를 처음 만났다. 그렇다. 그때부터다.

"내 자신은 내가 가장 잘 안다. 한번 먹을 약을 처방하라."
"방광염이라면 간단한 소변 검사 후 3일 정도 약을 드실 수 있다. 요로결석일 수 있으니 X-ray 한 컷 찍어 보는 것도 좋겠다."
"큰 병원에서 이미 6년 전 검사에서 이상이 없다고 했다. 약만 처방해라."

그녀의 자세는 흔들림이 없다. 우여곡절 끝에 소변검사를 했다. 갑자기 발생한 혈뇨, 배뇨통증, 그리고 좌측 측복통...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한달이 조금 지났다.

"소변검사를 하고 싶어서 왔다."
"혈뇨와 약간의 염증이 보인다."
"곧 아는 원장님한테 쏴악(그녀의 표현) 검진할거다."
"염증이 없는데도 그리고 증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혈뇨가 보인다면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
"그건 더 큰 병원에서 쏴악 다 확인할거다."

그리고 나흘이 지나, 배양검사 결과가 나왔다. 그녀는 오늘 결과를 확인하러 왔다. E coli...

"약도 필요없다. 일단 지켜 보겠다."

모든 결정은 그녀의 몫이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항생제 감수성 결과를 입력하고 수납을 내렸다. 우아한 그녀가 밖에서 소리를 지른다.

"내가 오늘 뭐한게 있다고, 7400원을 내나?"

난 충분히 설명을 했다. 그리고 더 충분히 그녀의 말을 들었다. 그후 7400원을 청구했다. 그녀의 맹공은 대상을 가리지 않는다. 병원 실장까지 나섰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나서야겠다. 그렇지만... 우아한 그녀의 격에 맞지 않는 온갖 상스러운 욕은 다들은 듯하다. 대기 환자들은 위아래로 날 훑어 본다. 그녀는 소리를 지르며 병원 문을 박차고 나간다.

"뭐, 이런 데가 다 있나!"

저절로 터져 나오는 한숨이 날 위로할 뿐이다. 직원들에게, 동료 원장님에게 소란을 피워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내 진료실에 앉았다. 크게 숨 한번 몰아 쉬고, 대기 중인 나를 위아래로 훑어 봤던 다음 환자를 클릭한다. 그리고 난 금새 환한 얼굴을 준비한다.

난 웃픈 대한민국 비뇨기과 전문의다. 그리고 오늘도 진료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난 그녀가 부디 건강하길 바란다.

https://www.youtube.com/embed/c00PdSbeL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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