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의 검체 검사 위수탁제도 개편으로 주요 필수 진료과의 재정적 타격이 예상되면서 의료계가 실질적인 보상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의사의 고도화된 검사 해석 행위를 독립적으로 보상하는 '검체 판단료' 신설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16일 국회에서 열린 '올바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방안 마련 토론회'에서 해당 제도의 구조적 문제와 실질적 보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위탁 관리료 폐지로 막대한 손실 예상 "진찰 가치 인정해야"
현재 보건복지부는 제1차 검체 검사 수탁 인증관리위원회 회의를 기점으로 대규모 위수탁제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검체 수가 조정으로 약 4897억 원의 재정이 이동하고 위탁 관리료가 폐지되면서, 약 1692억 원의 손실이 발생해 총 7000억 원 규모의 급격한 재정 이동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에 의료계는 기존 위탁 검사 업무의 행정적 노고와 채혈 과정의 위험도를 반영해 적정 배분율을 설정하고 별도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발제를 맡은 대한의사협회 조원영 보험이사는 이 제도로 검사 비중이 높은 필수 진료과들이 중대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단순한 이상 유무 확인을 넘어, 여러 복합 질환을 감별하고 최종 진단을 내리는 의사의 전문적 판단 행위에 대한 합당한 보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외국 사례처럼 진찰료 외에 고도의 전문 판단 행위를 인정하는 제도가 국내에도 도입돼야 한다는 것.
검체 검사가 임상 추론의 핵심 도구로 쓰이는 만큼 재정 이동 과정에서 의사의 진찰 노고를 충분히 인정받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원영 보험이사는 "과보상 영역을 줄이고 저보상 영역을 적정하게 조정하는 과정에서 진찰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고도의 전문 판단 행위인 진찰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해야 한다"며 "의사의 검사 해석 행위를 독립적으로 보상하는 검체 판단료를 신설해 합리적인 밸런스를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 진료과별 맞춤형 보상 필수 "흡수율 높은 제도로 설계해야"
정부 보상안에 대해서도 각 진료과의 특성을 반영한 세밀한 맞춤형 보상안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진찰료 및 만성질환 관리료 인상, 내과와 산부인과를 대상으로 한 심층 진찰료 신설 등을 당근책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위탁 의료기관과 수탁 기관 간의 상호 정산 배분율을 최소 58대 42 수준으로 보장해야 쌍방의 손해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된다는 반박이다.
진료과별 보상책도 제시됐다. 우선 내과의 경우 심층 상담료의 흡수율을 높이기 위해 제도를 단순화하고, 만성질환 관리료 차등 인상을 통한 추가 재정 확보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산부인과의 경우 심층 진찰료만으로는 보상이 불충분하므로 별도의 검체 처치 및 수술 수가 신설이 필수적이라고 짚었다. 비뇨의학과는 전립선 마사지 등 주요 5개 행위 처치에 대한 명확한 보상안을 제출한 상태다. 일반과는 지역 의료 활성 수가 신설을 통해 의원급으로 재정이 충분히 흡수될 수 있는 안전망 구축을 요청했다.
이번 개편안이 추가 보상이 아닌 재정 이동을 통한 적자 보상의 성격을 띠는 만큼, 일선 의료기관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 이사는 "복잡한 행정 절차를 수반하는 기존 시범 사업과 달리 이번 개편은 행정 절차와 환자의 본인 부담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환자는 만족도 높은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현장 흡수율이 높은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간 재정 피해 규모 1조 원 예상 "성급한 개편안 추진"
이어진 토론에선 의원급 의료기관에 미치는 막대한 파급력을 고려할 때 이번 개편안이 지나치게 성급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한내과의사회 조현호 총무부회장은 이번 개편안으로 인해 의원급 의료기관이 2년에 걸쳐 1조 원에 달하는 재정적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체 의원급 검체 검사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내과의 경우, 수가 인하와 위탁 관리료 폐지로 인한 타격이 가장 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특히 그는 정부가 제시한 초재진 진찰료 인상안만으로는 손실 보전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복합 만성질환 관리에 대한 수가를 신설하고, 의사의 결과 해석에 대한 검체 판단료를 도입해 실질적인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개원의사회 김재선 보험부회장 역시 정부의 필수 의료 정책이 분만 인프라에만 편중돼 있어, 외래 진료 중심의 1차 산부인과가 고사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했다. 위수탁개편으로 인한 타격을 막기 위해, 질강 처치료와 자궁경부암 검체 채취료 등 기존에 저평가된 외래 처치 수가를 신설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김 부회장은 임산부뿐만 아니라 폐경, 골반염, 성병 등 다양한 여성 질환에 대한 심층 상담료를 마련해 일선 의원들의 생존망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초음파 검체 의존도 높은 비뇨의학과…지역 의료 공백 경고
대한비뇨의학과의사회 민승기 보험부회장은 비뇨의학과 의원들은 검체 검사 및 초음파 매출 비중이 절대적인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수가 하향 조정은 전공의 기피 현상 등 과거의 위기를 재현할 수 있다는 경고다.
또 그는 정부가 일부 상급종합병원의 수술 행위만 보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체 수가 인하를 단행한다면 진찰료와 처치료 등 전체적인 상대가치 점수를 일괄 상향 조정하는 등의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한일반과의사회 좌훈정 회장은 이번 개편이 1차 의료기관의 역할을 축소하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검체 검사를 통해 1차 의료기관에서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고 있음에도, 제도가 축소되면 결국 환자들이 대형병원으로 몰리게 될 것이라는 우려다.
특히 도서산간지역의 경우 수탁업체들이 검체 수거를 기피하게 돼 지역 의료 공백이 심화할 수 있다는 것.
플로어에서 토론에 나선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강태경 회장 역시 특정 과목에 국한된 핀셋 보상이 아닌, 동일 가치 의료 행위에 대한 동일 보상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회장 밖에서도 이 제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계속되고 있다. 수탁 업무를 직접 수행하는 병리수탁기관협의회 비상대책모임 역시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개편안이 재정 절감의 도구로 전락해 1차 의료기관의 연쇄 도산을 부추긴다고 반발했다.
이들은 병리 위탁 관리료가 중복 보상이라는 보건복지부의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수술비나 생검비 등 검체 채취에 대한 행위료가 이미 보장돼 있으며, 위탁 관리료는 검체 의뢰 및 결과 전송 등 행정적 절차에 대한 고유의 보상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관리료 10%를 폐지하고 병리 검사료 내에서 10%를 떼어 위탁기관에 지급하는 것은 사실상 필수 의료의 근간인 병리 검사 수가를 삭감하는 조치라는 지적이다.
병리 검사료를 위탁기관과 배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강하게 반대했다. 병리 검사는 고도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휴먼 에러를 막기 위한 엄격한 질 관리가 요구되는 영역이라는 이유에서다. 현재 의과 평균에도 못 미치는 원가 보상률 상황에서 수가를 타과로 이전할 경우 병리 의원들의 연쇄 폐업이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아울러 수탁기관 간의 재위탁을 제한하는 조치에 대해서도 예외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전국적인 검체 수거망을 갖추지 못한 중소형 병리 의원들은 대형 기관의 수거망에 의존해 세부 전공별로 재위탁을 받아온 실정이다.
이를 전면 제한하면 자본력을 갖춘 대형 기관의 독과점이 가속화되고, 영업 수거 조직이 부족한 영세 병리 의원들은 시장에서 퇴출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다.
■복지부 "질 향상과 환자 안전이 목적…적정 보상안 찾을 것"
반면 보건복지부는 이번 제도 개편의 근본적인 목적이 검체 검사의 신속성과 정확성을 높이고, 환자 안전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선을 그었다. 애초에 이 제도가 촉발된 이유 자체가 병리 검사 과정에서 검체가 뒤바뀐 실제 사고 등 환자가 피해에 있다는 것.
다만 복지부 건강보험지불혁신추진단 공인식 단장은 정부 역시 내과 등 의원급 의료기관이 검체 검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탁 관리료 폐지에 따른 재정을 진찰료 인상으로 이전하는 등 보상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정부는 의료계의 우려를 반영해 취약 지역에 대한 추가 보상이나 난이도가 높은 검사 항목에 대한 수가 조정 등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일선 의료기관과 수탁 기관들이 원가 분석 자료 제출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는 당부다. 정부 역시 모두가 수용할 수 있는 적정 수가 선을 도출하고 1차 의료의 가치가 보존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것.
공 단장은 "위탁기관의 적정 검사 기능에 따른 수가를 산정하고 수탁 기관의 규모의 경제를 고려해 적정 수가 수준을 찾아가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1차 의료기관이 회계 분석에 자발적으로 많이 참여해 기여해 주면 적정 수가의 선을 찾고 보상하는 관점에서도 추가적으로 고려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공 단장은 "본 제도는 촉발 자체가 병리 검사 과정에서의 검체 뒤바뀜에 따른 환자의 중대한 피해에서 비롯됐다"며 "제도 개편의 지향점은 환자 진료의 질을 검사 수단으로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에 대한 방향성이다. 각각의 위탁 기관과 수탁 기관이 더 노력해야 하는 부분들을 고려해 배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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