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정부가 지난 10월 28일 제19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통해 건강보험 수가 구조의 뼈대를 뒤흔드는 대대적인 혁신안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개원가의 저항이 만만찮다.
10.28 수가 개편의 핵심은 과도한 수익이 난다고 지목된 혈액·소변 등 검체검사와 CT·MRI 영상검사 비용에서 연간 2조 6,000억 원을 깎아, 분만·소아·중증응급 등 필수의료와 의사의 기본 진료(진찰료)에 2조 7,000억 원을 우선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좀 더 살펴보면, 건강보험 재정 지출 비중이 지나치게 컸던 혈액·소변 등 검체검사 수가는 평균 28%, CT·MRI 등 영상검사 수가는 평균 25% 낮춘다. 검사수익으로 낮아진 만큼 동네 의원의 초진 진찰료는 기존 1만 8,840원에서 내년부터 2만 1,210원으로 2,370원 인상된다. 상대가치점수 상향(6%)과 환산지수 연계 재정(5.2%)이 함께 반영된 결과다.
재진 진찰료의 상대가치점수도 4% 상향(+환산지수 연계)되면서 현행 1만3479원에서 1만4140원으로 670원 정도 오른다. 여기에 일반병실 입원료는 7%, 중환자실 입원료는 10% 높인다. '3분 진료'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과 아동 일차의료에 적용하던 심층진찰 시범사업을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이용 횟수를 늘린다.
전체적인 그림은 과보상했던 검사비 부담을 줄이고 필수 의료와 일차의료를 살리는 합리적 개편으로 맞췄지만 정작 환자 곁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온 동네 개원가의 저항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개원가는 현장에서는 정부의 개편안이 "동네 의원의 생존 기반을 무너뜨리는 숫자 조작"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이번 개편의 취지가 개원가에 수익이 낮아지는 구조라는 점 때문이다. 특히 개원가 매출의 30~40%로 차지했던 검체검사 수익이 사라지면 비급여, 과잉진료 등의 구조에서 맞춰야 하는 등 부작용만 늘 것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한 비뇨기과 개원의 원장은 "진료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검체검사를 기본으로 해야하는 내과계열, 비뇨기, 산부인과 등 검사 기반의 진료 과는 이번 제도 개편으로 인해 수익이 크게 줄 것"이라며 "개원가를 지원하겠자는 제도라는 취지가 현장에서는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5일 성명에서 "정부가 근거로 쓴 건보공단 비용분석에서 의원급 검체검사는 비용 대비 수익이 168.2%였지만 기본진료료는 79.1%에 그쳤고, 의원 급여 부문 전체도 99.1%로 원가에 못 미쳤다며 "유리한 숫자만 골라 쓸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내과가 전체 검체검사 위·수탁의 40%를 차지하지만 초·재진료 비중은 20%에 못 미친다, 재정 중립 과정에서 내과의 구조적 손실을 심층진찰료로 보강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했다. 또 위탁기관이 검사료를 일괄 청구하고 배분율대로 수탁기관에 지급하는 방식과, 새 청구체계에 적응할 충분한 시간도 요구했다.
현장에서는 위탁 개원의들에게 지급하는 임상결과 분석 및 관리료(신규)도 환자당 연 4회로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추가 인력, 시간, 투입비용을 감안하면 적자형 보상 항목이라는 반응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검체수가 인하대신 보상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동네 의원의 초진 진찰료 인상도 실효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한 개원과 내과 원장은 "생각해보라. 의원은 동네 환자가 오는 곳이다"라며 "그런 만큼 대부분 재진 환자이고, 초진비율은 거의 없다. 670원 남짓한 수가 인상안은 의원들에게 크게 와닿지 않는 정책"이라고 항변했다.
이렇듯 불만이 나오면서 의료계는 또다시 정밀 분석을 요구하고 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표본에 '빅5' 병원이 빠졌고 의원급 표본이 전체의 0.24%이며, 종별가산을 제외하면 150% 안팎으로 떨어진다. 검사만 수행하는 수탁기관은 진찰료 인상 같은 보전책이 없어 고난도·저빈도 검사를 포기할 수 있다"며 원가보상률 산출의 대표성을 문제 삼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는 이번 제도로 일차의료 위축을 우려하고 있다.
내과의사회는 2026년 상반기 내과 레지던트 1년차 충원율이 67.6%(전체 73.4%)였고, 하반기에는 조사에 응한 60개 수련병원에서 115명 모집에 18명 지원에 그친 점을 들어, "동네 내과 기반이 무너지면 지역·필수의료 투자 효과도 반감된다"고 우려했다.
대한의사협회는 "검사 수가 인하는 당장 내년 1월부터인데 지역 가산은 3월부터, 심층진찰은 세부안조차 미정이라 '손실 먼저, 보상은 나중' 구조가 되는 구조"라며 "연간 인하 한도와 단계적 시행, 접근성 악화 시 조정 중단 기준 마련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복지부는 표본 기관의 회계자료가 진료비 기준 전체 의과 수가의 99%를 포괄하고 3개년 연구를 거쳤다며 "로드맵대로 간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분기별 모니터링 체계로 시행 이후 영향을 점검하고 추가 개선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한편 급여 진료만으로는 급격한 수익 감소를 메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개원가들은 비급여 영역 및 웰니스 진료로의 비중 확대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번 개편이 만성질환자를 더 꼼꼼히 돌보는 진정한 가치 기반 일차 의료의 정착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비급여 진료 팽창과 내과 기피에 따른 일차 의료의 모세혈관 붕괴로 귀결될지는 향후 1~2년간 개원가가 마주할 가장 중대한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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