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초진 비대면진료를 확대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의료계에서 반발이 나온다. 특히 평생 1회에 한해 허용되는 30일 처방은 환자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다.
19일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비대면진료 제도 개편이 기존 4대 원칙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전 회원에게 초진 비대면진료 시 30일 처방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18일 초진 비대면진료를 환자 주소지와 같은 시·도의 의원에서 허용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초진 처방은 7일을 원칙으로 하되 평생 1회에 한해 최대 30일까지 허용하는 내용이다.
대개협은 희귀질환자, 제1형 당뇨병 환자, 장애인 등 의료 접근성이 낮은 환자를 위한 예외 규정과 비대면진료 전담기관 방지 장치를 마련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대면진료 원칙, 재진 중심, 의원급 중심, 전담기관 금지 등 기존 4대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환자를 직접 진찰하지 않으면 촉진·청진·신경학적 검사 등이 어려워 중증질환의 초기 증상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부의 시범사업 분석에서도 초진 처방의 73.0%가 7일 이하였는데, 별도로 30일 처방을 허용할 이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처음 진찰하는 환자에게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는 것은 약물 부작용과 진단 지연의 위험을 키운다는 것.
대개협은 "평생 1회라도 처음 본 환자에게 한 달 치 약을 처방하는 것은 약물 부작용과 진단 지연의 위험을 30일 동안 방치하는 것"이라며 "협의회는 환자 안전을 위해 전 회원에게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30일 처방을 하지 않을 것을 권고한다"고 강조했다.
초진 비대면진료에서 처방을 제한할 약물도 구체적으로 정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원칙적 금지라는 모호한 기준으로는 의약품 오·남용을 막기 어렵고 진료 현장의 혼란만 가중한다는 비판이다.
마약류·향정신성의약품·비만치료제뿐 아니라 수면제, 진통제, 스테로이드, 항생제, 발기부전치료제, 탈모치료제 등도 의료계와 협의해 제한 목록을 확정해야 한다는 것. 정부가 처방을 허용하면서 의학적 책임은 의료계가 떠안는 구조 역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대면진료 플랫폼을 통한 의료 상업화 가능성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광고로 환자를 유인하거나 특정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는 구조가 형성되면 이른바 '약물 쇼핑'이 확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플랫폼의 광고·환자 유인·데이터 활용을 엄격히 금지하고 공공성 중심의 운영 원칙을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대개협은 "비대면진료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보완하는 도구여야 하며, 대체해서는 안 된다"며 "단지 빠르고 간편한 약 처방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내팽개칠 수는 없다. 국민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 또한 '빠른 약'이 아니라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치료'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비대면진료가 플랫폼 기업의 수익모델이 되는 순간 진료는 '상품'이 되고 처방은 '구매'가 된다. 광고로 환자를 끌어모으고 특정 약 처방을 유도하는 구조는 '약물 쇼핑'과 의료 상업화를 부를 뿐"이라며 "정부는 입법예고 기간 동안 의료계의 의견을 실질적으로 반영해,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에 둔 제도로 바로잡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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