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중환자실과 수술실에 국한됐던 환자 모니터링 설비가 중대형병원의 일반 병동으로 확산되고 있다. 일반 환자에게 웨어러블 센서를 부착, 심전도·산소포화도·맥박·혈압 등 생체신호가 실시간으로 중앙 스테이션으로 전송해 환자 관리를 용이하게 하겠다는 시도다.
고정형 모니터링 장비가 비용과 인프라 부담으로 중증 환자 중심 적용에 머물렀던 것과 달리, 이동형·웨어러블 방식은 상대적으로 적은 투자로 일반 병동까지 감시망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상급종합병원들의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이 시장에서 국내 대표주자로 꼽히는 곳이 씨어스, 메쥬, 휴이노다. 세 회사 모두 웨어러블 기반 생체신호 모니터링이라는 같은 솔루션을 갖고 있지만 접근 방식과 유통 전략, 사업 모델은 각각 다르다. 공통적인 점은 60만개 병상을 국내 시장 규모로 잡고 있는 것. 금액으로는 2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으며 현재 점유율은 3~4%에 불과하다.
따라서 이 시장을 잡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이어지고 있다.
3사 중 시장 진입이 가장 빠른 곳은 씨어스다. 이 회사는 병원에 장비를 먼저 설치하고 이후 발생하는 요양급여 수가를 병원과 나누는 방식을 제시해 국내 환자 모니터링 시장을 실질적으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메쥬 박정환 대표조차 이 수가 공유 모델이 병원들에 "실제로 돈이 된다"는 확신을 심어주면서 시장이 열리기 시작했다고 인정할 정도다.
씨어스의 플랫폼 씽크(thynC)는 환자에게 부착한 웨어러블 센서로 심전도, 산소포화도, 맥박, 체온 등 주요 활력징후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병동 전체를 하나의 모니터링 망으로 묶는 구조를 갖췄다.
대웅제약이 독점 유통을 맡아 전국 의료기관 보급을 확대하고 있으며,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병원 전자의무기록(EMR) 연동과 임상·간호 워크플로우, 수가 구조까지 통합한 플랫폼 사업 모델을 표방한다. 악성부정맥·심정지·패혈증·폐렴 예측 등 비급여 AI 서비스로 수익원을 확장하려는 것도 특징이다.
메쥬는 애초부터 이동형 원격 환자 모니터링(aRPM), 즉 환자가 병동 안팎을 이동해도 생체신호를 끊김 없이 측정·전송하는 기술에 주력해 온 회사다.
강원 디지털헬스케어 규제자유특구에서 등산객을 대상으로 한 실증사업을 통해 미처 인지하지 못했던 부정맥 환자를 발견한 사례를 쌓는 등 일찌감치 개념을 검증했지만, 코로나19 이후 병원 수익 구조 악화와 제도적 제약으로 씨어스보다 시장 진입이 늦었다.

하지만 메쥬는 현재 씨어스와 동일한 수가 코드를 적용하는 수가 공유 모델로 전환해 정면 승부에 나섰다. 주력 제품 '하이카디' 시리즈, 특히 차세대 모델 'M350'을 앞세워 국내 상급종합병원 47곳 중 약 53%에 도입됐고 전국 700여 개 이상 병·의원에서 활용되고 있다.
동아에스티를 전략적 투자자이자 국내 유통 파트너로 삼아 병원 네트워크 확산을 꾀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누적 약 6000병상 규모의 도입 실적을 확보했다. 올해 초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고, 조달 자금은 북미·유럽 유통망 구축과 AI 기반 예측·진단 기술 고도화, 차세대 제품 임상시험 등에 투입할 계획이다.
휴이노는 심장질환 환자의 실시간 모니터링에 특화된 '메모 큐(MEMO CUE)'로 시장에 진입했다. 핵심 웨어러블인 초소형 심전계 '메모패치 M'은 미국 FDA 510(k) 승인을 받았고 이식형 제세동기·페이스메이커 환자에서도 사용 가능한 제세동 보호 회로를 적용했다. 병원 내 기존 통신 인프라를 활용해 최대 300명 환자의 생체신호를 시간과 장소 제약 없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운다.
유한양행이 전략적 투자자이자 유통 파트너로 참여하면서 확산 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졌다. 고려대 안암병원 분당서울대 순환기내과·심장혈관흉부외과, 성남중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부터 지역 거점 병원까지 공급이 이어지고 있으며, 자체 AI 분석 알고리즘으로 노이즈를 부정맥으로 오인하는 '오알람'을 최소화해 의료진의 대응 효율을 높였다고 설명한다.
유한양행의 대규모 발주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에만 지난해 연간 매출에 육박하는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으며, 연내 공급 병상 수가 2500병상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회사는 이를 발판 삼아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재추진하고 있다.
수가 공유 모델과 '병상 확보' 전쟁
세 회사의 경쟁 키워드는 '수가'와 '병상 수'다.
입원 환자 모니터링에 적용되는 주요 급여 코드는 원격심박기술감시(EX871, 1일 4만4287원), 경피적 혈액산소포화도 측정(E7230), 심전도 침상감시(E6544), 24시간 혈압측정검사(E6548) 등으로, 환자 1명당 하루 6만~7만원 수준의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구조다.
구독개념으로 병원 입장에서는 초기 도입 비용 부담 없이 추가 수익을 낼 수 있고, 기업 입장에서는 공급 병상 수가 늘어날수록 매출이 자연스럽게 커지는 만큼, 3사 모두 상급종합병원 병상 확보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 회사가 나란히 IPO 시계를 돌리고 있는 것도 이 병상 확보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자금 조달 성격이 짙다.
빠른 확산의 이면에는 풀어야 할 과제도 뚜렷한데 가장 큰 과제는 표준화다.
국내 임상 현장에서는 웨어러블 기기로 수집한 개인생성건강데이터(PGHD)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된다. 착용 시간과 방식, 데이터 취합 알고리즘에 대한 표준화된 질관리 기준이 없다는 지적이다. 병원 시스템 간 데이터 연동을 위한 HL7·FHIR 등 상호운용성 표준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면 전송 과정의 보안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의료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위험이다.
아울러 현재의 수가 공유 모델이 정부의 원격모니터링 급여 정책 변화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 등 유럽 일부 국가처럼 웨어러블 기반 원격 모니터링을 위한 별도 수가 제도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사례와 비교해 국내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점검할 필요도 있다.
한 임상 모니터링 업체 임원은 "지금은 병원간 경쟁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나중에는 정보와 임상 표준화에 대한 숙제가 반드시 해결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도권을 위한 다음 단계는 임상근거
세 회사 모두 국내 상급종합병원 침투율 경쟁에서는 이미 유의미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다음 단계의 주도권은 병상 수 확보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우선 임상적 근거의 축적이 관건이다. 부정맥 예측, 패혈증·심정지 조기 감지 등 비급여 AI 서비스의 실질적 가치를 입증하려면 다기관 전향적 연구를 통한 민감도·특이도 검증이 뒷받침돼야 한다. 데이터 신뢰성에 대한 임상 현장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하면 AI 서비스 확장은 매출 다각화 수단에 머물 수밖에 없다.
또한 상호운용성과 보안 표준화다. EMR·간호 워크플로우와의 매끄러운 연동, HL7·FHIR 기반 표준 준수, 의료기기 사이버보안 대응 체계는 병원이 장기 파트너를 선택하는 핵심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해외 진출을 위한 인허가와 임상 검증이다. 메쥬의 유럽 상급종합병원 공동연구 계획, 휴이노의 FDA 510(k) 승인 등은 국내 시장의 좁은 파이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해외 상환 체계는 국내의 수가 공유 모델과 근본적으로 다른 만큼, 각국 보험·인허가 환경에 맞춘 별도 전략이 필요하다.
그외 젱도적 지속가능성 확보다. 원격 모니터링 수가가 병원의 안정적 수익원으로 자리 잡으려면 정부·건강보험 당국과의 협의를 통해 급여 기준을 명확히 하고, 장기적으로는 예방적 가치를 반영한 별도 평가 체계 마련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결국 메쥬·씨어스·휴이노의 3파전은 '누가 더 많은 병상에 장비를 까느냐'의 초기 국면을 지나, '누가 임상적으로 검증되고 지속가능한 모니터링 생태계를 완성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메쥬 박정환 대표는 최근 기업공개 간담회에서 "향후 관건은 정보보호와 표준화에 대한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이부분에 대한 기술적 보완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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