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이인복 기자]국내 제약사가 생산한 주사제의 품질 이슈가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으로 불씨가 번져나가며 파장이 일고 있다.
휴온스의 주사제 리콜 사태가 글로벌 의료기기 키트에 영향을 주면서 연쇄 리콜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의약품과 의료기기가 결합된 복합 공급망의 취약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애로우 인터내셔널(Arrow International)의 시술 키트에 대해 시정 조치를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키트 안에 휴온스가 제조한 리도카인과 부피바카인, 생리식염수 앰플 등이 들어있다는 점에서 구성품을 전면 교체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조치 수준은 가장 높은 단계인 클래스 원(Class I)이다.
앞서 FDA는 같은 이유로 하루 앞서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비브라운(B.Braun)의 척추 마취 키트도 클래스 원 리콜로 분류해 전량 리콜을 명령한 바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4월 FDA가 휴온스의 충북 제천 공장에서 생산된 무균 주사제에 대해 수입 경보를 발령하고 미국 내 통관을 제한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FDA는 현지 실사를 통해 이 공장에서 생산된 리도카인과 부피바카인, 생리식염수가 데이터 무결성 등의 항목에서 GMP 기준에 미달됐다고 판단하고 이러한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에 따라 휴온스는 미국 유통 물량 전체에 대해 자발적 리콜을 실시했으며 GMP 보완 작업을 진행해 두개 품목에 대해서는 리콜 조치가 해제된 상태다.
이번 비브라운과 애로우의 리콜 조치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의료기기 자체에 결함이 전무한 상황에서 휴온스 제품을 사용한 것만으로 전량 리콜이 결정됐기 때문이다.
비브라운 제품에는 휴온스가 제조한 부피바카인 주사제가 함께 구성돼 FDA로부터 감염과 염증 반응은 물론, 수막염 등 중대한 위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를 받고 리콜 명령이 내려졌다.
또한 애로우의 시술 키트도 리도카인과 부피바카인 약제가 키트에 같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시정조치가 내려졌다.
결국 휴온스의 품질 이슈가 기기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결함이 없는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의 제품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셈이다.
이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의약품, 의료기기 복합 키트 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냈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최근 의료기관에서 사용하는 시술, 수술용 편의 키트는 카테터와 바늘, 주사기, 드레싱뿐 아니라 국소마취제와 세척용 생리식염수까지 한 번에 들어있는 복합 키트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의료기관 입장에서 한 시술이나 수술에 필요한 치료재료 등을 개별적으로 하나씩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만큼 재고 관리와 구매에 유리하며 의료진 입장에서도 키트 하나를 뜯는 것만으로 준비가 끝난다는 점에서 편리하기 때문이다.
또한 의료기기 기업 역시 여러 치료재료와 소모품을 함께 묶어 공급한다는 점에서 계약시 유리하며 한번 공급이 시작되면 반복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하고 있다.
이번 리콜, 시정조치 사태로 인해 이에 대한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제조 기업이 직접 생산하지 않은 의약품이나 치료재료, 소모품에 문제가 발생해도 최종적으로 이를 포장한 기업이 리콜과 시정조치를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이유다.
실제로 리콜과 시정조치가 내려진 애로우의 제품은 중심 정맥관 삽입에 필요한 카테터와 바늘, 주사기, 드레싱과 함께 휴온스가 제조한 주사제가 함께 포장돼 공급됐다. 비브라운의 제품도 마찬가지다.
결국 애로우가 제조한 카테터와 주사기, 드레싱 재료 등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휴온스 주사제의 문제만으로 리콜과 시정조치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 된 셈이다.
글로벌 A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예전에는 의료기기와 의약품은 완전히 다른 산업구조에 있었지만 복합 키트의 등장으로 이제는 하나의 묶음 상품이 됐다"며 "구성품 하나에 문제가 생기면 글로벌 의료기기 기업 전체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결국 이번 사례는 제조, 판매 기업 입장에서 의약품 공급망의 안전성과 신뢰도를 다시 살펴보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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