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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사회 디지털헬스 뜨는데...기술로만 접근하면 필패

발행날짜: 2026-07-09 05:30:00

8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 디지털의료기 인허가 표준 세미나
관련법 규제도 빠르게 변화해..."기획 단계부터 인허가 전략 짜야"

[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보건의료 시장의 지형이 변화하는 가운데, 디지털 헬스케어가 핵심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에 관련 기술·기기 인허가 기준도 급변하면서 기업의 방향성 설정 및 선제적인 규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현장 전문가들 사이에선 '에이지 테크(Age Tech)' 중심 기술 표준을 정립하는 한편, 연구개발(R&D) 초기 단계부터 구체적인 인허가 로드맵을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8일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는 '디지털 의료기기 인허가 트렌드 및 표준 세미나'를 열고 디지털 의료기기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과 인허가 전략을 조명했다.

연세의료원 한태화 교수는 초고령사회로 디지털 헬스케어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을 조명하는 한편, 이에 따른 표준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초고령사회에 커지는 디지털 헬스케어 "표준 마련 시급"

연세의료원 한태화 교수는 발제를 통해 현재 헬스케어 기술·제품의 실질적인 최대 수요층은 고령자와 장애인이라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유엔 인구 전망 보고서 및 인구개발위원회 세션 내용을 인용해 보편적 보조 기술 접근성과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했다고 짚었다.

대한민국 외에도 2050년 싱가포르·중국·일본·대만 등 주변국 80대 이상 인구가 전체의 10%를 초과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구 구조의 격변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이다. 75세를 기점으로 의료비용 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만큼, 기술을 통한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것.

각국의 정책적 접근 방식 차이도 짚었다. 일례로 싱가포르는 인증·보안 시스템을 갖춘 플랫폼을 구축해 병원과 홈 헬스케어 전반에 인공지능(AI)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질병통제예방센터 주도로 노인이 거주하던 지역에서 계속 늙어갈 수 있도록 돕는 '에이징 인 플레이스'를 지원 중이다. 특히 30년 이상 거주한 65세 이상 노인에게 보유세와 부동산세를 대폭 감면해 주는 등 조세 혜택을 통해 지역사회 기반의 돌봄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고령화로 인한 사회적 부양 부담을 국가적 차원의 극단적 대응 시스템으로 해결하려는 양상까지 관찰되는 상황이다.

한 교수는 이런 흐름 속에서 2024년 포브스가 선정한 헬스케어 10대 트렌드에 생성형 AI, 디지털 트윈, 가상 병원 등과 함께 노인 돌봄이 핵심으로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2025년 기준 1만 3000여 개의 글로벌 디지털 스타트업 역시 원격 의료, 디지털 건강 기록, 멘탈 헬스 등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홈 헬스케어 디바이스의 사이버 보안 취약점과 유튜브 등에서 고령층을 겨냥해 양산되는 가짜 건강 정보 등은 강력한 규제와 단속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했다.

또 고령자와 장애인 대상 제품이 개별 기기로 흩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보통신기술을 주거환경과 결합하는 등 포괄적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국제표준화기구와 국제전기기술위원회가 보청기의 데시벨 관리와 전기적 특성을 각각 규제하듯, 에이지 테크 전반에 걸친 범국가적 표준 연계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우리나라 등록 장애인 9명 중 1명이 노인일 정도로 고령화와 장애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어 이 두 대상을 통합적으로 지원할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며 "단순한 기기 개발을 넘어 미국은퇴자협회나 영국표준협회 등의 국제 동향을 주시해 제품 기획 단계부터 노인을 위한 표준과 규제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지윤 팀장 규제 과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선제적인 인허가 전략 필요성을 강조했다.

■"기술만으론 사업 선정 불가" 법 기반 인허가 전략 필수

이어진 발제에서 대구경북첨단의료산업진흥재단 이지윤 팀장은 현장 기업들이 체감하는 규제 장벽을 짚고 그 돌파구를 제시했다.

이 팀장은 과거 기술 개발과 시제품 제작에 치중하던 정부 지원 사업의 평가 기조가 완전히 바뀌었다고 진단했다. 현재는 해당 기기가 과제 종료 후 실제 허가를 받고 시장에 출시될 수 있는지를 최우선으로 검토한다는 것.

실제 지난해 범부처 사업 1기 우수 과제로 선정된 기업들의 공통점 역시 기술 자체가 아닌 ▲국내외 인허가 획득 ▲임상 완료 ▲투자 유치 등 실질적인 사업화 성과를 낸 곳들이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무엇보다 최근 시행된 디지털 의료 제품법으로 인해 개발 과정에서 발생하는 예기치 못한 규제 변화에 주의를 당부했다.

일례로 다수의 과제 성과를 목표로 했던 한 기업은 기존 일반 소프트웨어에 AI 기술을 추가했다가 품목이 디지털 의료 제품으로 전환되는 직격탄을 맞았다. 유예 기간이 끝난 사이버 보안 규제가 즉각 적용된 것. 이에 따라 단순 진단 보조 목적의 소프트웨어임에도 임상 시험 요구가 떨어지면서 예산과 시간 부족으로 사업화에 실패했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실패 사례로는 해외 허가 제품과의 동등성 비교를 통해 임상 시험을 면제받으려던 일반 전자 의료기기의 취하 건을 들었다. 해당 품목이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3등급의 고위험 제품으로 분류돼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와 함께 비교 대상 제품의 시장 취하 사유가 불분명할 경우, 한국 식품의약안전처 역시 환자 안전을 우려해 예외 없이 임상 시험을 요구한다는 진단이다.

이에 이 팀장은 기술성숙도(TRL) 6~7단계에서 인허가를 고민하던 과거의 방식을 버리고, 5단계 이전의 R&D 초기부터 사이버 보안, 임상, 해외 규격 등을 반영한 마스터플랜을 짜야 한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5년 단위 정부 과제라면 3차 연도까지 허가용 시제품을 완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후 4차 연도엔 사용 적합성 평가 및 임상에 돌입해 5차 연도 초반에는 인허가 심사를 신청해야 병목 현상을 막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또 사업 계획서 작성 시에도 구체적인 연차별 문서 산출 계획과 예산을 명시해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디지털의료제품법 시행에 따른 규제가 과도기인 상황인 만큼, 기관 간 해석이 엇갈리는 상황에 대한 유연한 대처도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미 인허가받은 제품에 AI를 도입하는 과정에서 한국의료기기안전정보원은 추가 임상이 불필요하다고 본 반면, 식약처는 임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 등 혼선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모든 인허가 전략과 품목 등급, 적용 규격은 제품의 사용 목적 하나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기획 단계부터 이를 명확히 정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규제가 급변하는 시기인 만큼 구두 답변에 의존하지 말고 식약처의 사전 상담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서면 형태의 공신력 있는 근거를 남겨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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