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위고비(세마글루타이드, 노보노디스크)'와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일라이 릴리)'가 국내 임상 현장에 안착하면서 처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의원급 의료기관의 지형도를 통째로 뒤흔들고 있다.
비만 치료가 비급여 시장의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로 자리 잡자, 전통적인 '평일 진료'나 '365일 진료'의 패러다임을 넘어 주말에만 집중적으로 운영하는 이른바 '주말 특화 의원'까지 등장하는 등 개원 트렌드가 급변하는 모습이다.
반면, 겉잡을 수 없이 커지는 비만약 시장을 향한 정부의 규제 칼날도 동시에 매서워지고 있다.
마운자로 고용량 가세…식약처 '오남용 우려약' 지정 초읽기
11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국내 비만치료제 시장은 마운자로의 최고 용량 라인업인 12.5mg과 15mg 물량까지 본격적으로 임상 현장에 공급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마운자로가 국내에 도입된 지 1년이 가까워지면서 환자들의 투약 용량 단계가 점차 높아졌고, 이에 맞춰 공급이 시작된 고용량 제품의 공급 단가가 '67만 5000원' 수준으로 확정되면서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존의 초기 용량인 2.5mg(약 28만원 선)이나 5mg(약 37만원 선)에 비해 한층 높아진 단가로 인해 임상 현장에서 형성될 실제 비급여 처방 '가격 저항선'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셈이다.

실제 공급가를 고려했을 때 현재 임상 현장에서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이보다 높다. 초기 용량인 2.5mg은 최저 약 30만원, 5mg은 최저 약 39만원 선으로 분포되어 있으며, 고용량의 경우 환자 부담액이 더 커질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한 환자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비만치료제 처방 규모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실제로 의약품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460억 7300만 달러로 2024년(252억 9700만 달러)보다 82% 증가했다. 이 중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3억 7700만 달러(약 5700억원)로 미국, 브라질, 캐나다, 호주에 이어 세계 5위를 차지했다.
전년 대비 137% 증가해 상위 10개국 중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위고비, 마운자로의 국내 도입에 따른 임상 현장 활용 증가분이 그대로 반영된 결과다.
하지만 시장이 급성장하는 만큼 그림자도 짙어지고 있다. 미용 목적의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과 오남용 사례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가 직접 제동을 걸고 나섰기 때문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위고비,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는 규제 절차를 밟고 있다.
구체적으로 식약처는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 고시안을 행정예고하며 비만 치료제의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을 초읽기에 돌려놓았다.
지정이 완료되면 향후 비대면 진료를 통한 처방 제한 등 전방위적인 관리·감독이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임원이기도 한 A가정의학과 원장은 "식약처의 오남용 우려의약품 지정 추진 소식까지 전해져 향후 처방 가이드라인이나 규제 수위가 어떻게 변할지 임상 현장에서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라며 "원외처방 원칙 준수 여부도 향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핵심 사안이 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마운자로라고 하면 보통 한 달 치를 처방하게 되는데, 의원급 특성상 처방전 발행 외 원내 조제는 불가능해 철저한 원외처방이 원칙"이라며 "자가 주사제의 특성상 장기 처방이나 대리 수령 문제 등을 두고 향후 개원가 안팎에서 민원의 대상이 될 여지가 크다"고 우려했다.
'토·일 주말 의원' 등장…개원가 무한경쟁 시대
정부의 규제 움직임과 가격 저항선 우려에도 불구하고, 개원가에서 비만 치료는 이미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아이템'으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비만 환자들의 독특한 내원 패턴이 개원 형태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는 사실이다.

비만치료제 처방을 원하는 주요 타깃층이 직장인이나 젊은 층에 집중되다 보니, 평일 주간 진료보다는 주말 진료에 대한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다.
이에 따라 개원가에서는 기존의 평일 야간 진료나 '365일 연중무휴' 형태를 넘어, 아예 평일에는 문을 닫고 '토요일과 일요일(주말)'에만 집중적으로 개원하는 변칙적인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경기도 등 주요 신도시를 중심으로 주말에만 문을 여는 의원이 등장했다.
평일에는 아예 문을 닫고 주말 이틀 동안 비급여 비만 환자 혹은 대상포진‧폐렴구균‧HPV 백신 및 탈모 치료제 처방을 원하는 환자를 집중 유치해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
이를 의식한 인근 의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비만 치료제의 가격을 내리는 치킨게임에 동참하는 대신 환자 처방 시 '신데렐라 주사'나 'L-카르니틴' 등 다이어트 수액 케어를 서비스(패키지)로 제공하는 형태까지 확인되고 있다.
높은 약가 마진을 고집하기보다 수액 칵테일 요법을 묶어 환자 락인(Lock-in) 효과와 수익성을 동시에 챙기겠다는 계산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남들보다 하루라도 더 문을 여는 '365일 의원'이 대세였다면, 이제는 인건비와 임대료 등 고정비를 줄이면서 고수익 비급여 환자만 타깃팅하는 '실속형 주말 개원'이 등장한 것"이라며 "초기 용량부터 60만원대 고용량까지 라인업이 넓어진 비만치료제라는 강력한 무기가 있기에 가능한 변화"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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