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정부 의료정책에 대한 대응 방식을 다변화하고 있다.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과 도수치료 관리급여 도입 등 최근 쟁점들이 의료기관의 경영 문제를 넘어 환자들의 진료 접근성과 의료 이용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라는 점에서다.
이에 따라 의협은 관련 학회·의사회와의 공조를 강화하는 한편 국회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정책의 문제점을 알리며 대중 여론 환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11일 의협은 정례브리핑을 통해 오는 16일 국회에서 '올바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정부가 추진 중인 검체검사 위·수탁 보상체계 개편안은 의료기관과 수탁기관 간 수가 배분 방식을 제도적으로 정비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최종안은 오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의협은 정부가 검토 중인 수가 배분 기준이 의료기관의 진료과 특성과 운영 환경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획일적으로 적용될 경우 일부 필수의료 분야와 1차 의료기관의 경영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과, 산부인과, 비뇨의학과 등 검체검사 의존도가 높은 진료과를 중심으로 검체검사 위축이나 검사를 포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된 바 있다.

김성근 의협 대변인은 "정부도 필수의료 과목과 1차 의료기관의 수입 감소 가능성 등에 대한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양한 보완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의료기관별 특성을 모두 반영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수탁 개편안은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문제가 아니라 이로 인해 검사의 위축이 국민에게 피해로 돌아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의료비 절감이나 건강 향상으로 이어지기보다 오히려 반대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협이 이번 토론회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정책 변화가 소위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이 아닌 환자 진료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 토론회에는 대한의사협회 보험이사와 관련 진료과 의사회 대표들이 참여해 제도 개편이 진료 현장에 미칠 영향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도수치료 관리급여 도입 문제 역시 비슷한 맥락이다. 의협은 신경외과·재활의학과·정형외과 등 관련 학회 및 의사회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 고시 개정 추진을 비판한 바 있다.
의협은 도수치료가 환자의 통증 정도와 기능 저하 수준 등에 따라 치료 방식과 횟수가 달라지는 대표적인 맞춤형 치료인 만큼 획일적인 관리급여 체계 적용이 의료행위의 특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한편 도수치료의 퇴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런 경우 직접적인 피해는 도수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집중된다.
의협은 "건강보험이 일부 비용을 적용하되 환자 본인부담률을 95% 수준으로 높게 설정하고, 치료 횟수·기준 등을 별도로 관리하는 방식이 거론된다"며 "이런 조치가 계속 진행되면 도수치료 행위 자체가 현장에서 퇴출되는 위험성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환자들, 소비자 입장에서 도수치료가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정책에 찬성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 든다"며 "게다가 이를 행하고 있는 물리치료사들도 여러가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같이 공조해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최근 의협의 대응 방식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의대 정원 확대 논란처럼 직역 이해관계가 전면에 부각되는 사안과 달리 검체검사 위·수탁 체계나 도수치료 제도 개편은 실제 환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 변화와 직결되기 때문.
이에 의협 역시 단순한 반대 구호보다는 정책 시행 이후 발생할 수 있는 진료 공백과 환자 불편을 중심으로 논리를 개발하고,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오는 25일 건정심을 앞두고 진행되는 검체검사 토론회와 도수치료 논란은 정부의 의료비 관리 정책과 의료계의 진료 자율성 사이에서 어떤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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