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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M 보급 확대만으로는 한계…판독 수가가 마지막 퍼즐"

발행날짜: 2026-04-27 05:30:00

수백개 데이터에도 해석해도 보상 전무…의료진 활용 유인 부족
"데이터 기반 산업 생태계 마련 위해 합리적인 보상방안 필요"

[메디칼타임즈=최선 기자] 혈당 관리의 패러다임은 이미 '측정'에서 '해석'으로 이동했다. 연속혈당측정(CGM)이 보편화 단계에 진입하면서, 산업의 경쟁 축은 더 이상 센서 정확도나 착용 편의성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핵심은 데이터다.

수 분 단위로 축적되는 고해상도 혈당 데이터는 예측·개입·행동 변화까지 연결되는 의료·헬스케어 생태계의 원료가 되고 있지만 CGM이 '표준 치료'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기술보다 제도가 먼저 정비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

급여 체계와 수가 설계, 그리고 디지털 헬스케어와의 결합 방식은 향후 시장의 크기와 방향성을 결정짓는 구조적 변수에 대한 해법을 모색했다.

■ 급성장하는 CGM 시장…선진국과 급여 제도 '격차'

국내 시장에서 연속혈당시스템의 비중은 불과 5년 만에 8%에서 45.3%로 급격히 확대됐다. 세계 혈당측정기기 시장에서 CGM의 비중은 2024년 35.5%에서 2032년 42.9%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급여 지원과 같은 제도화는 시장 확대에 마중물이 됐다.

2020년 1월 소아·청소년 1형 당뇨병 환자를 시작으로 건강보험 요양비가 처음 적용된 이후, 한국의 CGM 급여 정책은 단계적으로 외연을 넓혀왔다. 2022년 8월에는 성인 1형 당뇨병 환자의 연속혈당검사에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검사 1회당 환자 부담이 평균 8만 7천 원에서 1만~1만 9천 원 수준으로 낮아졌고, 2024년 11월에는 인슐린 치료가 필요한 임신 중 당뇨병 환자까지 급여 대상이 확대됐다.

문제는 전체 당뇨 환자의 98% 이상을 차지하는 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급여는 여전히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점. 보건복지부는 2025년 현재 중증 2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급여 확대를 본격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며, 건강보험공단은 급여 우선순위·재정 소요·단계적 확대 방안 도출을 위한 연구 용역을 수행 중이다.

선진국과의 제도 격차는 뚜렷하다. 미국은 2023년 메디케어(Medicare)가 모든 당뇨병 환자의 CGM에 전액 급여를 적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했고, 2024년부터는 FDA가 비처방 OTC CGM을 승인해 당뇨 진단 여부와 무관하게 구매가 가능해졌다.

영국 NHS는 1형 당뇨병 환자 전체에게 CGM을 무상 제공하며 2형 고위험군으로의 확대를 추진 중이고 독일은 법정 의료보험을 통해 인슐린 의존 2형 환자에게도 전액 급여 지원뿐 아니라 디지털 치료기기(DTx)에 대한 별도 보험 등재 체계(DiGA)를 세계 최초로 도입해 디지털 헬스케어 수가 체계를 선도하고 있다.

기기 보급만으로는 CGM의 잠재력을 온전히 끌어내기 어렵다는 것이 의료 현장의 공통된 지적이다. 문제의 핵심은 현행 급여 방식이 '요양급여' 구조에 묶여 있다는 데 있다.

현재 국내에서 CGM은 병원에서 직접 제공되는 '의료 서비스'라기보다, 환자가 처방전을 받아 외부에서 기기를 구매하는 '요양급여' 구조에 가깝다.

즉 환자는 의료기관에서 센서를 지급받는 것이 아니라, 소모성 재료 처방을 받아 별도의 유통 채널을 통해 기기를 구입하고, 병원은 주로 사용법 교육이나 간단한 상담만 제공하는 방식이다. 이 구조에서는 기기 사용과 데이터 해석, 치료 개입이 하나의 진료 과정으로 통합되기 어렵다.

서울성모병원 조재형 내분비내과 교수(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는 "지금은 환자가 기기를 따로 사고 병원은 설명만 해주는 구조"라며 "이렇게 되면 실제 임상에서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기관이 기기를 직접 처방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관리까지 이어지는 체계가 돼야 진짜 치료 도구로 기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의료급여 체계'는 단순한 용어 차이가 아니라, 진료 구조 자체의 전환을 의미한다. 의료급여 혹은 이에 준하는 통합 급여 구조로 전환될 경우, CGM은 병원 내에서 처방·제공되고 그 사용과 데이터 판독, 교육, 치료 조정까지 하나의 패키지로 묶인다.

이 경우 의료진은 단순 설명을 넘어 지속적인 데이터 모니터링과 치료 개입을 수행할 유인이 생기고, 환자 역시 별도의 구매나 관리 부담 없이 진료 흐름 안에서 자연스럽게 CGM을 활용할 수 있다.

조 교수는 "요양급여 방식은 환자 접근성은 일부 개선할 수 있지만, 의료진 입장에서는 노동 대비 보상이 부족해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어렵다"며 "반대로 의료급여 형태로 들어오면 병원에서 처방과 관리가 동시에 이뤄지면서 활용도가 훨씬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기기 보급만으론 한계…"영상의학과 판독 수가 참고해야"

보다 근본적인 과제는 '판독 수가'의 부재다. CGM은 하루 수십에서 수백 개의 혈당 값을 생성하지만, TIR(Time in Range)·AGP(Ambulatory Glucose Profile)·변동계수(CV) 등을 분석하고 치료 전략을 수립하는 행위에 대한 독립적인 수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영상의학에서 판독이 독립된 의료 행위로 인정받듯, CGM 데이터 해석 역시 별도의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는 논리도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CGM은 하루 수십에서 수백 개의 혈당 값을 생성하지만, 이를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패턴으로 전환하는 과정은 여전히 의료진의 몫이다. 조 교수 역시 "연속혈당을 통해 환자의 패턴을 보면 약을 늘리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실제로 많다"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식습관이나 투약을 조정하면 약물 사용을 줄이고도 혈당을 개선할 수 있다"고 말했다.

CGM이 단순 모니터링 기기를 넘어 '치료 의사결정 도구'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 연속혈당 데이터를 제대로 보려면 시간 소요와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이를 단순 진료의 일부로 처리하면 깊이 있는 해석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미국은 원격 생리학적 모니터링(RPM) 수가 코드를 통해 유사한 보상 모델을 이미 운용 중이다. 데이터 분석에 대한 보상 체계가 마련돼야 의료진이 CGM을 적극 활용할 유인이 생기고, 이것이 곧 임상 성과 데이터 축적 및 급여 확대의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CGM이 쏟아내는 방대한 혈당 데이터는 기기 자체의 가치를 훨씬 초과하는 2차 활용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2026년 1월 Nature 저널에 게재된 연구는 그 가능성의 극단을 보여준다.

이스라엘 와이즈만 과학연구소와 엔비디아 등이 개발한 AI 파운데이션 모델 'GluFormer'는 CGM 데이터 약 1주치만으로 당뇨병 발병과 심혈관 사망 위험을 최대 12년 전에 예측하는 성능을 입증했다.

1만여 명의 비당뇨 참가자에게서 수집한 1,000만 건 이상의 혈당 데이터를 훈련한 이 모델은 최고 위험군에서 향후 당뇨 신규 발병자의 66%, 심혈관 사망자의 69%를 포착해 기존 당화혈색소(HbA1c) 수치를 압도했다.

과거의 혈당 패턴, 식이 기록, 운동량, 수면 데이터 등을 통합 분석해 저혈당·고혈당 발생 가능성을 사전 경고하는 AI 시스템은 이미 상용화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

이러한 기술은 단순 경고를 넘어 '개입 권고'로 확장된다. 예를 들어 특정 시간대에 반복적으로 혈당이 상승하는 패턴이 감지되면, 식단 조정이나 운동 타이밍 변경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사후 대응 중심 치료에서 사전 예방 중심 관리로의 전환을 의미한다. 즉, 데이터가 많을수록 환자 개개인의 패턴이 보이고 그에 맞춘 개입이 가능해진다는 것.

■ 데이터가 가치를 창출하는 생태계 조성…선결 과제는?

CGM 데이터는 디지털 치료제(DTx)의 핵심 입력값이 된다. 식이 관리 앱, 운동 코칭 서비스, 인슐린 투여 가이드 시스템이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결합되면서 '데이터-알고리즘-행동'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CGM을 인슐린 펌프와 통합해 실시간 데이터 기반으로 투여량을 자동 조정하는 인공췌장 시스템의 개발은 치료 영역까지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2023년 2월 에임메드의 불면증 치료 DTx '솜즈'가 최초 허가된 이후 2024년 11월까지 총 80건의 디지털치료기기 임상시험이 승인됐다. 당뇨 영역에서는 CGM 연동 혈당 관리 앱, 인슐린 자동 조절 알고리즘, AI 기반 음식 인식·탄수화물 계산 서비스 등이 파이프라인에 진입하고 있다. 그러나 DTx는 임상적 유효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더라도 급여 체계에 편입시키는 과정이 복잡하다.

정부는 2023년 12월 디지털치료기기 건강보험 임시등재 지침을 제정하고 보상을 '의사 행위료'와 '기기 사용료'로 이원화하는 방향을 제시했지만,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대한 수가 미반영과 처방 후 환자 교육 수가 부재라는 두 가지 공백이 여전히 지적된다.

수집된 혈당 데이터는 2차 산업과의 결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개인화 영양·식이 서비스 분야에서는 CGM 데이터를 식이 정보와 연동해 혈당 반응을 학습하고 최적의 식단을 추천하는 정밀 영양 플랫폼이 등장하고 있다. 보험 업계는 혈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경우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건강 증진형 상품을 개발 중이다.

제약·바이오 기업은 CGM이 생성하는 실세계 데이터(RWE)를 임상시험 보조 자료로 활용하는 방안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향후 당뇨 관리 시장은 '기기 시장'이 아닌 '데이터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센서 자체의 마진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커질 것이다. 이는 과거 BGM 시대의 '스트립 비즈니스 모델'이 CGM 시대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당뇨병성 신증·망막증·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치료비는 CGM 비용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CGM 사용이 HbA1c를 유의미하게 낮추고 중증 저혈당 발생과 응급실 입원을 줄인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건강보험 재정 절감 효과가 있다는 논거는 갈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조재형 내분비내과 교수(가톨릭스마트헬스케어센터장)는 CGM 기반의 데이터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판독 수가와 같은 행위료 인정이 필요하다고 봤다.

기술적 논쟁 역시 여전히 존재한다. 일부 의료진은 CGM의 정확도나 지연 시간(약 10~15분)을 문제 삼는다. 그러나 조 교수는 "CGM이 15분 늦다고 하지만, BGM은 하루 몇 번만 측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몇 시간의 공백이 생긴다"며 "연속적으로 흐름을 보는 것이 간헐적 정확도보다 임상적으로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보량 자체가 비교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전체적인 판단에서는 CGM이 훨씬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결국 핵심은 '데이터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설계하는 데 있다는 것. 이는 더 많은 환자가 CGM을 사용할 수 있도록 급여 범위 확대 및 비용 부담 저감, 의료진이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판독 수가 마련, AI·DTx·원격 모니터링 등과의 결합을 촉진하기 위한 규제 혁신과 표준화 작업으로 요약된다.

향후 당뇨 관리 시장은 '기기 시장'이 아니라 '데이터 시장'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센서 자체의 마진은 점차 낮아지는 반면, 데이터 분석과 서비스에서 창출되는 부가가치는 커질 것이다. 이는 과거 BGM 시대의 '스트립 비즈니스 모델'이 CGM 시대의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기업 간 경쟁 역시 하드웨어 스펙이 아니라 데이터 처리 능력, 알고리즘 정교도, 사용자 경험(UX)에서 갈릴 가능성이 크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여전히 결정적 변수로 남는다. 조 교수는 "결국 남는 문제는 가격과 정확도인데, 정확도는 기술 발전으로 계속 개선될 것"이라며 "가격만 충분히 낮아지면 CGM을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극단적으로 가격이 크게 낮아진다면 BGM과의 선택 논쟁 자체가 무의미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의료의 관점에서도 변화는 불가피하다. 의사는 더 이상 단발성 진료에서 환자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생성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치료 전략을 조정하는 '데이터 관리자'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환자 역시 수동적인 치료 대상에서 벗어나, 자신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행동을 조정하는 능동적 참여자로 변화한다. 이러한 변화는 궁극적으로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의 실현으로 이어진다. 동일한 진단명을 가진 환자라도, 각자의 생활 패턴과 생리적 반응에 맞춘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이 모든 청사진은 기술 낙관론만으로는 구현되지 않는다. 제도 설계의 디테일, 이해관계자 간의 협력 구조, 그리고 무엇보다 지속 가능한 재원 마련이 함께 논의돼야 한다. 급여 확대는 필연적으로 재정 부담을 동반하며, 이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영역이다. 동시에 데이터 기반 의료가 실제로 의료비 절감과 건강 결과 개선으로 이어진다는 근거를 축적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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