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혈액암 진료 현장이 인력 공백과 필수 의약품 공급난이라는 안팎의 위기에 직면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이대로 몇 년간 지속할 경우 전체 진료 성적 하락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혈액학회는 26일 서울 그랜드 워커힐에서 국제학술대회(ICKSH 2026) 개최를 겸해 기자간담회를 열고 혈액학 분야 중심 진료 현장이 직면한 전방위적인 문제를 설명했다.
우선 학회는 의료대란 이후 전공의들의 지위가 피교육자에서 '단순 노동자'로 고착화되면서 혈액학 전문의 양성 구조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학회 박용 총무이사(고대안암병원 내과)는 "과거에는 전공의가 환자 치료의 처음과 끝을 함께하며 책임지는 '몰입의 시기'가 있었으나, 현재는 이러한 수련의 연속성이 완전히 깨졌다"며 "피교육자로서의 위치가 약해지면서 숙련된 전문의를 양성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전공의법 시행과 최근의 사태가 맞물리며 전공의들이 '자기 환자'라는 개념을 갖기 어려워졌고, 이는 곧 진료의 연속성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홍경택 부총무(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이 치료의 전 과정을 배우는 지속적 수련이 불가능해진 현실 "이라며 "이러한 수련 부재는 결국 향후 혈액암 환자들의 치료 성적(Outcome) 저하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고 경고했다.
특히 주요 대형병원 진료 현장에서는 부족한 전공의 인력을 전문간호사(PA)가 대체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 혈액학 분야의 전문 진료 체계 구축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회 김혜리 홍보이사(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가 들어와도 전문간호사를 줄여야 하는 상황이라 실질적인 인력 충원은 없다"며 "클리니컬 로드(진료 부담)는 그대로인데 돌볼 인원이 충분치 않아 안전한 진료가 힘든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더 큰 문제는 혈액학 진료를 지탱하는 연관 전문과와의 협진 인프라 붕괴다.
김혜리 홍보이사는 "혈액암 치료는 CAR-T 등 고난도 치료뿐 아니라 급할 때 수술을 해줄 소아 외과 등 관련 전문과가 같이 있어야 한다"며 "이러한 필수 전문 인력들이 개원가 등으로 이탈하면서 혈액학 숫자만으로 계산할 수 없는 복합적인 진료 체계의 붕괴가 진행 중"이라고 꼬집었다.
"100원짜리 약이 수십만원 희귀약으로"
인력 문제보다 더 시급한 현안은 암 치료의 기본이 되는 세포독성 항암제의 공급 중단이다.
수익성 저하를 이유로 제약사가 생산을 포기하거나 수입을 중단하면서, 치료 성적이 검증된 고전적 항암제들이 현장에서 사라지고 있다.
홍경택 부총무는 "도노마이신, 빈블라스틴 등 예전에는 100원도 안 하던 기초 항암제들이 품절되면서 희귀의약품센터를 통해 수십만 원을 들여 가져와야 하는 기형적인 상황"이라며 "가장 기본이 되는 치료가 흔들리는 분야가 바로 혈액학"이라고 지적했다.
함께 자리한 학회 임호영 학술이사(전북대병원 내과) 역시 "퇴장방지의약품 제도가 있지만 원가가 맞지 않거나 전쟁 등으로 원료 수급이 어려워지면 쇼티지(Shortage)가 반복된다"며 "결국 훨씬 비싼 신약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이는 국가적 의료비 부담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학회는 국가 차원의 필수 약제 관리 체계 마련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았다.
단적으로 젊은 층에서 발생해 완치율이 90%에 달하는 호지킨림프종조차 약제 수급 문제로 치료 성적 저하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학회 김석진 이사장(삼성서울병원 내과)은 "완치 가능한 질환에서 약 한두 가지가 빠져 치료가 흔들리는 것은 의사로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담"이라며 "단순히 특정 품목의 쇼티지를 해결하는 수준을 넘어, 기초 약제들이 지속 가능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수가 현실화와 관리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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