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3월 예정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에서 보건복지부의 제네릭 약가 인하율이 40%대 초반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CSO(의약품판촉영업자)업계가 긴장감에 휩싸였다.
CSO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인하폭이 중소 제약사의 존폐를 넘어 이에 의존하는 CSO 업계도 수익 구조 전반에 걸친 충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0% 초반, 통과될 것"…건정심 앞두고 업계 체념 분위기
복수의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번 건정심에서 40% 초반의 제네릭 약가 인하안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 및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40% 초반으로 통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며 "품목이 많지 않은 중소 제약사는 정말 문을 닫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이번 약가 인하는 품목 수가 적고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 제약사에 치명적이다. 대형사와 달리 이를 상쇄할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수익원 다변화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제네릭 비중이 높은 업체일수록 약가 인하의 충격이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CSO, 수수료 인하 정해진 수순… "접거나, 줄여서 버티거나"
현재 국내 중소 제약사들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10% 내외에 불과하다. 문제는 앞으로도 단계적 약가 인하분이 이 이익률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 기정사실이라는 점이다.
CSO는 제약사로부터 영업 위탁을 받아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 만큼, 제약사 마진이 줄어들면 위탁 수수료율도 동반 하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제약사들은 생존을 위해 가장 먼저 'CSO 수수료'에 칼을 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약가 인하분은 고스란히 마진에서 차감되기에 CSO 수수료 인하는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못 박았다.
국내 대형 CSO업체 대표는 "제약사가 존립하지 않으면 CSO는 필요 없는 조직이 된다"며, 제약사의 경영 위기가 곧 CSO의 소멸로 이어지는 공멸의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약가가 인하되면 제약사 스스로도 (CSO 수수료를) 줄이려 할 것이고, CSO 입장에서는 수입이 줄어든다면 허리띠를 졸라맬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특히 자체 생산 시설 없이 위탁 생산에 의존하는 중소 제약사들과 손잡은 CSO업체들은 직격탄이다.
자사 생산 품목은 원가 절감의 여지라도 있지만, OEM 품목은 약가 인하 시 손익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 다른 대형 CSO 업체 임원은 "수입이 100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줄어드는 격"이라며 "특별한 라이선스가 없는 영업인들은 결국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거나, 수익이 나지 않는 품목을 포기하고 접는 방법밖에 없다"고 전했다.
정산 시스템의 변화 "처방 데이터(EDI) 인정 못 해"
또한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정책으로 과거 전화, 팩스를 통한 대체조제가 아닌 전자적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대체조제의 실무 장벽을 낮출 것으로 보인다.
이는 CSO업체 입장에서 보면 앞으로는 병·의원 이외 약국 및 약사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중요해진다는 얘기다.
CSO업계도 대체조제 간소화 정책을 반기기 보다는 우려하는 입장이다. 동일 성분 의약품이라도 제형, 흡수율, 부형제 구성, 복용 편의성 등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히 만성질환자나 고령환자의 경우 작은 제형변화나 복약 방법의 차이도 치료 순응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봤다.
CSO협회 관계자는 "대체조제 간소화는 이러한 개별 환자 특성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약국 현장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될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며 "이는 결과적으로 치료 일관성 저하 및 부작용 리스크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의료책임 구조의 불명확성도 짚었다. 현행 의료체계는 처방은 의사가, 조제는 약사가 담당하도록 하고 있는데 대체조제가 활성화될 경우 의약품 선택 과정이 분산되고, 책임 소재가 모호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CSO협회 관계자는 "특히 동일성분 대체 가능 품목, 수급 불안 품목, 환자 복약 편의성이 중요한 품목은 약국 현장에서의 정보 전달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약 처방에 있어 책임소재가 모호해지는 것은 의료의 연속성 측면에서 리스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약가 인하와 더불어 CSO들을 압박하는 또 다른 축은 '정산 기준'의 변화다. 정부가 대체조제 사후통보 간소화 제도에 드라이브를 걸면서 CSO업계도 연쇄반응에 대해 예의주시 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병원의 EDI(처방 자료)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정산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대체조제 간소화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실제 약국에서 우리 약이 조제된 데이터(유통 데이터)만 인정하려는 조짐을 보이면서 변화가 예상된다.
만약 약국에서 대체조제가 빈번해질 경우, CSO는 처방을 끌어내고도 정산을 받지 못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하게 된다.
대형 CSO업체 한 임원은 "약국에서 실제 조제 내역 자료를 주지 않으면 정산이 불가능해지는 구조적 모순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제약업계는 그동안 고수수료 영업은 앞으로 옛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CSO에 지불하는 수수료가 낮아지면 제약사들이 판촉비를 줄여 마진을 보전하는 눈치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형 CSO업체대표는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인건비와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해 도태될 가능성이 높으며, 결국 시장은 자금력을 갖춘 대형 법인 CSO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M&A)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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