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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수섬유증, 여전히 미충족 수요 커…치료 옵션 더 늘어야"

발행날짜: 2026-02-24 05:30:00

혈소판 수치 5만 미만 등 고위험군 사실상 치료제 없어
"해외선 이미 승인, 국내 사각지대 해소 위한 결단 필요"

[메디칼타임즈=허성규 기자] 골수섬유증(Myelofibrosis, MF)은 만성 골수증식 종양에 속하는 희귀 혈액암으로 이 가운데 임상적 중증도가 가장 높은 질환으로 꼽힌다.

골수섬유증이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질환이 악화될 뿐 아니라 일부 환자는 이차성 급성 골수성백혈병(secondary AML)으로 진행하기도 해, 환자에 따라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점차 치료 환경이 개선되고 있지만 여전히 특정 환자군에게는 사용할 약제가 없는 '치료 공백'이 존재해 옵션 확대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이성은 교수를 만나 임상 현장에서의 골수섬유증 치료와 향후 방향성 등을 들어봤다.

■ 골수섬유증 적극적인 치료 필요…옵션은 여전히 제한적

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의 경우 2가지가 문제가 되는데 우선, 조혈모세포의 유전적 변이(돌연변이)에 의해 발생하는 클론성 증식과 비정상 세포에서 분비되는 다양한 물질과 염증 반응으로 인해 골수 미세환경이 손상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골수환경이 손상되면 결국 섬유화 조직으로 대체되며, 병이 진행될수록 정상적인 조혈 기능에 장애가 생기며,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들이 간이나 비장으로 이동하면 장기 비대를 유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골수 내에서 비정상적인 조혈세포들이 증식하며 '만성 염증 상태(chronic inflammatory state)'가 지속되고, 이 과정에서 다양한 염증성 사이토카인(cytokine)이 분비돼 체중 감소, 발열, 야간 발한, 골(뼈) 통증 등이 나타난다. 또한 장기가 커지고 조혈 기능이 떨어지면서 빈혈, 혈소판 감소가 발생하며, 이에 따라 출혈·감염 위험 증가가 나타난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병원 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 환자에서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은 교수는 "문제는 골수섬유증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진적으로 악화되는 진행성 질환으로 치료가 적절히 이뤄지지 않으면 질환이 악화될 뿐 아니라 일부 환자는 급성 골수성백혈병(secondary AML)으로 진행하기도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특히 골수섬유증 치료는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경증부터 중증까지 위험도에 따라 치료 강도가 달라지는데, 환자는 다양한 복합 요소를 가지고 있으므로 어떤 문제가 가장 심각한지를 파악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치료는 조혈모세포이식이지만 모든 환자가 이식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환자들의 평균 연령이 60대이기 때문에 이식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조혈모세포이식은 환자의 나이, 동반질환, 전신 상태 등을 포함한 이식 적합성 평가 지표를 통해 이식 가능 여부를 결정한다.

조혈모세포이식은 고강도 항암요법(high-dose chemotherapy) 과 전신 방사선 치료(total body irradiation) 후 조혈모세포를 주입(Stem Cell Rescue)하는 치료다.

이런 고강도 치료를 시행하려면 환자의 동반질환(comorbidity) 이 매우 중요하다. 고령이거나, 심각한 내과적 동반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고강도 치료를 진행하기 어렵다.

골수섬유증은 진행될수록 혈구가 감소하는 경우가 많아, 빈혈과 혈소판 감소가 흔하다. 또한 동일한 치료를 받더라도 중간에 혈소판 감소가 발생하는 환자의 예후가 더 나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혈소판 감소 자체가 중요한 예후 지표가 된다.

문제는 룩소리티닙 등 기존 치료제들은 혈소판이 5만 미만인 환자에게 사용할 수 없거나, 투여 중 수치가 떨어지면 용량을 줄이거나 중단해야 한다.

국내에서 쓸 수 있는 치료제로는 룩소리티닙과 페드라티닙, 모멜로티닙이 있다. 룩소리티닙과 페드라티닙은 혈소판 5만/µL 이상의 골수섬유증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약물 용량을 줄이면 치료 효과는 급격히 떨어지고, 약을 중단한 환자들은 수개월 내에 급성 골수성백혈병으로 진행되거나 사망에 이르는 비극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혈소판 5만/µL 미만의 골수섬유증 환자에게도 사용할 수 있는 모멜로티닙이 허가를 받았지만, 빈혈이 있는 골수섬유증 환자에만 쓸 수 있고 아직 보험급여가 적용되지 않아 사용이 어려운 상황이다.

이외에도 해외에는 5만/µL 이하의 환자에게 사용되는 파크리티닙이 사용되고 있으나 국내에는 아직 허가 전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에 현재 국내에 관련 품목의 허가가 차츰 넓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 환자들이 있는 만큼 옵션 확대 필요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 해외선 이미 쓰이는 신약, 빠른 국내 도입 필요

이성은 교수는 "약제 부작용과 무관하게 질환 진행으로 혈소판이 계속 하락하는 환자군이 있으나 현재 치료 옵션으로는 '병의 진행으로 인한 혈소판 감소'에 대응할 후속 치료에 대한 선택지가 없다"며 "비장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면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를 고려해야 하지만 혈소판이 낮아 수술 위험이 매우 크고, 방사선 치료도 일시적이고 위험도가 높아 이런 환자들에게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즉, 혈소판 수치가 너무 떨어지는 환자는 적은 수라 하더라도 실제로는 가장 심각한 치료 공백을 겪게 된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성은 교수는 치료 옵션이 없는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절실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성은 교수는 "골수섬유증은 전체 환자를 포괄적으로 바라보는 접근에서 벗어나, 세부 아형과 환자 개개인의 임상적 특성을 기준으로 치료적 필요를 재평가해야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직 국내에서는 충족되지 않은 의료 수요가 명확히 존재하며,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은 선택이 아니라 임상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성은 교수는 여전히 골수섬유증 환자의 치료 접근성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해외 신약의 빠른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한국보다 많은 골수섬유증 치료 옵션을 갖고 있고 혈소판 수치가 5만 미만으로 떨어져도 쓸 수 있는 약제가 2022년부터 쓰이고 있다"며 "이 약제는 임상 데이터를 확보해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실제로 NCCN 가이드라인(2024)은 혈소판 5만/µL 이하의 골수섬유증 환자군을 별도의 고위험군으로 구분하고, 이 환자군에서 파크리티닙 사용을 권고하고 있다.

이어 "미국 FDA에서도 골수섬유증 환자들의 의료적 미충족 수요를 인정하여 승인 한 것으로 이미 FDA 승인을 획득한 만큼, 국내 승인 절차에서도 특별한 장애 요소는 없을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이 약제는 기존 치료제와 단순히 시장에서 경쟁하는 성격의 약제가 아니라 혈소판 감소로 인해 기존 약제를 투여하기 어려운 환자군에서 사용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치료 옵션이라고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또 "최근 70대 환자 한명이 처음부터 심한 혈소판 감소가 있는 경우라 조혈모세포이식도 어렵고, 쓸 수 있는 약제가 사실상 없는 상태였다"며 "수혈로 경과를 보던 중 비장이 더 커지면서 심한 통증과 비장 경색까지 발생해 결국 응급실로 오게됐다"고 사례를 공유했다.

이어 "사실 심한 혈소판 감소 환자도 사용할 수 있는 약제가 있어 임상시험 참여를 권유했지만, 고령 환자에게는 잦은 외래 방문이라는 현실적 제약이 너무 컸다"며 "이는 결국 필요한 치료 옵션이 있어도 접근 자체가 어렵다는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는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이처럼 실제 임상 현장에서 느끼는 점은, 현실적으로 골수섬유증은 필요한 환자에게 제때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선택지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라며 "특히 혈소판 수치가 낮은 골수섬유증 환자들은 적용 가능한 약제가 거의 없어 치료가 중단되는 경우를 경험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환자군은 숫자는 많지 않지만, 질환의 특성상 치료 공백이 곧 예후 악화로 이어지기 때문에 더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이러한 측면에서, 국내에서도 혈소판 감소로 치료제를 쓸 수 없거나 치료제 사용을 중단하는 골수섬유증 환자들을 위한 새로운 치료제의 허가가 조속히 이뤄진다면, 치료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사실 환자가 소수인 중증 질환의 경우 치료는 물론 경제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그런 만큼 소수의 환자들이 겪고 있는 치료 중단 등의 어려움에 대해서도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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