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봇과 AI 에이전트가 차지한 일들이 눈에 띄었다.”
“질문을 지속하는 회사가 AI 시대에도 지속 성장한다.”
“길바닥에 올라서야 어느 길이 맞는지 물을 수 있다?”
지난 1월, 유난히 추운 새벽에 길을 떠나며 ‘이거 괜한 짓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상공회의소가 고용노동위원에게 AI 활용을 잘하는 회사(부산 소재 ‘고모텍’, 대표 윤일진)를 견학시켜 주겠다고 연락이 왔다.
AI 활용 사례가 필요해서 신청했지만 꼬박 하루가 소요되는 일정이라 좀 망설여졌다. 과연 시간을 낸 만큼 내게 자극이 되고 회사에 적용하면 득이 되는 사례가 있을까?
그래도 ‘길 위에서 길을 묻는 법이지, 일상에 묻혀서 무슨 답을 찾겠나’ 하는 마음이 앞섰다.
로봇과 AI 에이전트가 차지한 일들이 눈에 띄었다.
방문한 회사가 LG에서 분사한 회사라 규모가 있었다. 많을 때는 인원이 370명 정도였는데 지금은 240여 명이라고 했다. 어떻게 130여 명이 줄었는데 매출은 늘었지?
공장 견학이 시작되자 그 의문이 바로 풀렸다. 제조에는 로봇들이 주인공이고 직원들은 보조나 검수처럼 보였다.
고도의 작업은 로봇들이 하고 직원들은 단순 작업을 하였다. 인원이 줄어든 대부분의 자리는 로봇들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다음 줄어든 자리는 내근 직원들의 자리로 보였다.
단순 PT 하시는 분이 아니고 현업까지 하시는 분인가? 할 정도로 현업에 정통한 담당 전무의 브리핑을 빌리자면,
“내근 직원을 어깨너머로 보면 하루 종일 엑셀 작업을 하는데, 진짜 뭘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지? 그냥 의사 결정을 위한 ‘하루 종일 작업’이라면 데이터 가공을 하지 말고 데이터가 생성되는 즉시 실시간으로 의사 결정권자가 볼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많은 센서들과 작업으로 쏟아지는 엄청난 데이터로 뭘 하지? 뭘 하려고 하드웨어를 넓혀 가며 차곡차곡 쌓아 두지? 내근들이 상사의 지시와 입맛에 따라 그 데이터 더미에서 어렵게 찾아내고 가공해서 쓰고 있었다는 얘기 아닌가? 그러면 필요한 보고를 위한 프로그램을 미리 짜 놓으면 의사 결정권자가 필요할 때 버튼 하나 누르면 볼 수 있으면 되는 것 아닌가?”
“직원들이 일을 하면서 생기는 휴먼 에러들을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지?”
“직원들이 뻔한 작업을 반복하면서 귀찮아하는 작업은 무엇이지?”
“같은 건을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입력해야 하는 현장에서 사진을 찍어서 한 번에 입력하고, 그 입력된 것을 공유할 수는 없나?”
“작업과 작업 사이에 어떻게 개입하면 작업 지연, 작업 중 사고 등을 미연에 방지하고 생산성 향상을 올릴 수 있지?”
등의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다가 자연스럽게 내근직도 줄어들고 AI 에이전트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먹고사는 것에 대한 질문이다. LG 측에만 기대면 근근이 지속은 되지만 성장할 수 없다. 그래서 사업 다각화도 하고 LG 아닌 다른 회사와의 거래도 넓히고 있다. 자체 브랜드도 가지고 있다. 또 하나 큰 투자는 연구 인원의 확충이다(전체의 12%). 이곳은 인원을 줄이지 않고 늘렸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질문을 지속하는 회사가 AI 시대에도 지속 성장한다.”
돌아오는 길에 버스 안, 공항에서 참가자들끼리 ‘후일담’을 나눴다.
이업종의 분들이라 관심사도 시각도 달랐다.
‘고모텍’의 ‘AI 활용’에 대한 시각도 다 달랐다. 그래도 모두 견학 후 AI에 대한 생각이 달라졌을 것이다.
견학 후 ‘아하’ 하고 생긴 것은 고모텍의 윤 대표가 말한 것처럼 “미친 사람 한 명 있으면 됩니다”였다.
내겐 두 명이 보였다. 그 미친 분과, 그 미친 분을 무한 신뢰로 지지해 주는 미친 대표분이 보였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고 질문에서 끝내지 않고 그 해답을 로봇과 AI와 함께 풀어 나갔다.
회사 일들은 바스켓에 담긴 수많은 공들 같다. 언뜻 보면 꽉 차 보이지만 그 공들 사이에는 빈 공간이 많다.
사람이나 로봇들이 하는 일이 공들이라면 공들 사이에는 구멍이 숭숭 나 있다. 그동안 사람들은 경험치로, 때로는 지루하고 힘든 일이지만 엄청난 노력과 몰입으로 그 구멍들을 그때그때 막아 왔다.
이제는 AI가 빈 공간을, 그 구멍을 24시간 채울 것이다. 그다음에는 점점 산업계에서 ‘휴먼 에러’라는 단어가 없어질 것이다?
돌아오는 내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일부러 스트레스를 접종하는(Stress Inoculation Theory) 행동은 성장에 필요하지 않을까?
한창 나이에 돌아가신 베스트셀러 작가 구본형의 책 《낯선 곳에서 아침을》이 생각나는 이유가 뭘까?
가끔은 내 자신을 낯선 곳에 노출해야 다른 시각, 다른 생각을 갖는다.
비록 잠깐이나마 참가 신청을 망설였던 순간이 내심 창피했다.
길바닥에 올라서야 어느 길이 맞는지 물을 수 있다.
다음 달은 어떤 ‘낯섦’에 나를 노출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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