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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방치하란 소리냐" 오젬픽 급여기준에 개원가 '발끈'

발행날짜: 2026-01-28 05:35:00

복지부 급여기준 의견수렴 마무리, 임상현장 우려 커져
비급여 사용 제한까지 겹치며 임상현장 활용성 문제 제기

위고비와 동일 성분의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이 다음 달 급여 등재를 앞둔 가운데, 급여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급여기준의 문턱이 지나치게 높아 임상 현장에서 활용하기에 한계가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여기준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제약 세마글루타이드 성분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 제품사진.

2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노보노디스크제약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세마글루타이드)의 급여 적용을 골자로 한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을 발표하고 의견수렴 절차를 마무리했다.

사실상 최종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최종 결정만을 남겨둔 상황이다.

노보노디스크는 2022년 4월 국내 허가 이후 급여 재도전에 나서, 주 1회 투여하는 장기 지속형(Long-acting) GLP-1 수용체 작용제(GLP-1RA)로 등재를 눈앞에 두게 됐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 심의와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거쳐 공개된 급여기준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다.

급여기준이 공개되자 치료제를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허들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개된 개정안에 따르면 '메트포르민(Metformin)+설폰요소제(Sulfonylurea)+오젬픽' 3제 병용요법과 '기저 인슐린+오젬픽' 2제 병용요법에 급여 적용이 가능하다. 이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 일반 원칙에 따른 트루리시티(둘라글루타이드, 일라이 릴리)의 급여 기준과 동일하다.

문제는 기존 당뇨병 치료제 일반 원칙과 달리 오젬픽의 경우, 기존 약제를 2~4개월 이상 병용 투여했음에도 당화혈색소(HbA1c) 수치가 7% 이상인 환자로 급여 대상을 제한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초 투여 시 약제 투여 과거력 및 검사(HbA1c, BMI 등) 결과 제출 의무 ▲이후 3개월마다 HbA1c 및 BMI 검사 결과 제출 의무 ▲투여 초기 3개월간 최대 4주 단위 처방기간 제한 등의 추가 기준도 포함됐다.

또한 트루리시티의 경우 허가사항 범위 내에서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더라도 약값 전액을 환자가 부담하는 조건으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오젬픽 급여기준에는 해당 내용이 포함돼 있지 않아, 전액 본인 부담의 비급여 사용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오젬픽을 급여로 처방받기 위해서는 검사 자료 제출과 4주 단위 병원 방문이 반복되는 등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번거로움이 발생할 수 있다는 평가다.

복지부는 오젬픽 건강보험 적용에 따른 급여기준 의견수렴을 지난 26일 마무리했다. 홈페이지를 통해 급여기준이 공개되자 재검토를 요청하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에 대해 대한당뇨병학회는 동일 성분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를 고려해 오남용을 우려한 것이 급여기준 설정의 배경이라고 보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 김종화 보험이사(인천세종병원)는 "트루리시티는 당뇨병 치료제로만 허가돼 있지만, 오젬픽의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비만 치료제와 용량만 다른 동일 성분"이라며 "환자들 중에는 1mg만 투여해도 체중 감소가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기 투약 기간을 4주로 제한한 것도 이러한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비만 치료제와 동일 성분이라는 특성상 오남용 문제를 함께 고려한 급여기준"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김 보험이사는 "오젬픽 펜 1개의 사용 기간은 투여 용량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입문용의 경우 한 펜으로 6주까지 사용이 가능하다"며 "급여기준과 실제 처방 패턴 간 차이가 존재하는 부분은 정부와 제약사가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 협상을 남겨두고 있는 마운자로(터제파타이드, 일라이 릴리) 역시 오젬픽과 유사한 급여기준이 설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보험이사는 "급여기준에 해당돼 오젬픽을 활용할 수 있는 환자 수는 의외로 적지 않다"며 "정부가 오남용 관리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마운자로 역시 오젬픽과 동일한 급여기준이 적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과도한 제한" 임상 현장 반발

급여 적용을 통해 오젬픽 활용을 기대했던 개원가를 중심으로 이번 급여기준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특히 급여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경우 전액 본인 부담으로도 사용할 수 없도록 설계된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된다.

서울시내과의사회 곽경근 회장(서울내과)은 "급여기준에 부합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 처방을 하면 된다. 문제는 급여기준에 해당하지 않으면 아예 활용할 수 없도록 막아 놓은 점"이라며 "급여기준상 비급여로 활용할 경우 불법으로 간주될 소지가 있다. 지나치게 과도한 제한(cap)을 설정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의사의 판단에 따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일정 부분 열어두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의사가 허위 소견으로 비만 환자에게 처방할 경우에는 그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식이 합리적"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급여기준상 오젬픽 사용을 위해 메트포르민을 일정 기간 선행 사용해야 하는 점 역시 현실과 동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25년 발표된 대한당뇨병학회 제9판 진료지침에서는 기존처럼 메트포르민을 모든 환자의 '무조건적인 1차 치료제'로 권고하는 문구가 삭제됐다.

곽 회장은 "급여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메트포르민을 2개월 이상 사용해야 한다는 것은 환자를 사실상 방치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며 "이번 복지부 고시에 대해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구조라면 급여를 해주는 것보다 차라리 안 해주는 것이 나은 상황"이라며 "심평원 등에 강하게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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