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관절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존재하며, 이 물질이 면역계를 자극해 질환을 악화시킨다는 사실이 세계 최초로 확인됐다.
16일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 교수팀은 포스텍-가톨릭대 의생명공학연구원, 대구대학교 환경기술공학과 김영민 교수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에서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고, 이 미세플라스틱이 염증과 관절 파괴를 촉진하는 면역학적 병태기전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Polystyrene microplastics activate NF-κB/MAPK signaling in synovial fibroblasts, promoting inflammation and joint destruction in rheumatoid arthritis"라는 제목으로 환경·보건 분야의 영향력 높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임팩트팩터 11.3)에 게재됐다.
류마티스관절염은 면역체계가 자신의 관절 조직을 공격해 만성 염증과 연골·뼈 손상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동안 유전적 요인과 면역 반응에 대한 연구는 활발했지만, 질환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공백에 주목해 미세플라스틱의 역할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을 첨단 분석 장비인 Py-GC/MS/MS로 정밀 분석한 결과, 생활용품 등에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미세플라스틱이 인체 내부, 특히 관절 조직에 축적될 수 있다는 가설을 실제 환자 샘플에서 처음으로 입증한 사례다.
연구는 단순한 존재 확인에 그치지 않았다. 연구팀은 크기 5μm의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을 활용해 세포 및 동물 모델 실험으로 확장하며, 미세플라스틱이 관절염을 어떻게 악화시키는지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세포 실험에서는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에 흡수돼 NF-κB와 MAPK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결과 IL-6, IL-8과 같은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MMP3, MMP9 등 조직 파괴 효소의 발현이 증가했으며, 세포의 이동성과 침습성도 유의하게 높아졌다. NF-κB와 MAPK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핵심 신호 경로로, 활성화될 경우 염증이 급격히 증폭된다.
동물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 장기간 노출된 관절염 모델에서는 관절 염증이 뚜렷하게 악화됐으며, 미세플라스틱으로 자극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를 이식한 제노그래프트 모델에서는 연골 침식과 대식세포 침윤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가 미세플라스틱이 단순한 환경 오염 물질을 넘어 자가면역질환의 병태를 직접적으로 악화시키는 환경 유해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입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세플라스틱과 만성 염증성 질환 간 연관성을 본격적으로 제시한 선도적 연구라는 평가도 나온다.
유승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 노출 물질이 인간 면역질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역세포와 관절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면역독성학 연구"라며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제거·차단 전략이나 질병 악화를 예방하기 위한 환경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환경 문제와 인류 건강을 연결하는 새로운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며, 일상 속 플라스틱이 보이지 않는 형태로 인체와 질병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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