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이 의사의 업무 생산성을 실질적으로 높이고 있으며, 이는 향후 의료 인력 수급 정책 논의에서 핵심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의료 AI가 진단·판독 시간 단축과 업무량 감소라는 정량적 효과뿐 아니라, 진료 집중도 향상과 정확성 제고 등 질적 효과도 확인한 만큼 의대 증원 논리의 허점을 파고든 것으로 평가된다.
12일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은 주저자 임지연(공동저자 김계현, 교신저자 문석균)의 논문 'How Does Medical Artificial Intelligence Revolutionize Physician Productivity?'가 국제학술지 Yonsei Medicine Journal(YMJ)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의사 인력 증원 논의가 지속되는 가운데, 의료 AI의 도입 확산이 의사의 근무 시간 단축과 업무 효율화를 어느 수준까지 돕고 있는지를 해외 연구 사례를 중심으로 검토했다.
연구진은 다수의 국제 연구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의료 AI가 EMR(전자 의무기록) 작성·영상 판독·병리 분석 등 반복적이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업무를 대체 또는 보조함으로써 의사의 생산성을 크게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의무기록 작성에서는 생성형 AI 기반 기록 보조 기술이 특히 두드러졌다.
입원환자 1명당 기록 작성 시간이 약 10분 단축돼, 하루 평균 9명의 입원환자를 진료하는 의사 기준으로 약 1시간 30분의 업무 시간이 절감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음성인식 기반 문서 자동화 솔루션은 환자당 기록 시간을 28.8% 줄여 의사가 진료에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전체적으로 EMR 작성 시간이 최대 40%까지 줄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임상 분야에서도 AI의 활용 효과는 폭넓게 관찰됐다.
영상의학에서는 AI 모델 적용 시 기흉 X-ray 판독 시간이 46%, 두개내 CT는 11.23%, 폐 질환 X-ray는 10% 단축됐으며, 영상 판독 전 과정을 자동화하는 통합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평균 판독 시간이 22.10% 줄었다.
소화기내과에서는 캡슐내시경 분석 과정에서 불필요한 이미지가 자동 제거되면서 판독 시간이 35.60% 단축됐고, 병리학의 전립선암 슬라이드 판독에서는 21.94% 감소했다.
내과 영역에서는 말초혈액도말 검사 분석 시간이 무려 61% 단축돼 진단 효율이 크게 향상됐으며, 신경외과에서는 뇌종양 SRS 영상 분석 과정에서 AI 기반 자동 병변 분할을 활용해 윤곽 생성 시간이 약 30% 줄어드는 성과가 확인됐다.
업무 부담 경감 측면에서도 의료 AI의 효과는 확실하게 드러났다.
유방촬영술에서는 AI가 저위험군 이미지를 자동 분류해 전체 판독 업무량이 절반가량 감소했고, 폐결절 분야에서는 LDCT 스캔의 음성·저위험 사례를 AI가 선별하면서 의사가 직접 검토해야 하는 수가 77.40%~86.70% 줄었다.
병리학에서도 고위험 영역 자동 표시, 정상 슬라이드 선별 등으로 업무량이 50~70% 가까이 감소한 사례가 다수 보고됐으며, 신경과 영역에서는 EEG 자동 분석을 통해 의사의 검토량이 86% 감소했다.
생산성 개선뿐 아니라 의료 서비스 질 향상도 중요한 결과였다.
AI 기반 임상 예측 모델은 위험도 평가, 합병증 발생 가능성, 재입원 위험 등을 정교하게 분석해 조기 개입과 맞춤형 진료를 촉진했다.
정신건강·혈액질환 등 여러 분야에서 진단 정확도가 향상되고 입원 기간과 사망률이 감소하는 등 치료 성과 개선 사례가 보고되면서, AI의 질적 효과 역시 확인됐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문석균 의료정책연구원 부원장은 "의사 수급 논의는 단순히 인력 확충에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의료 AI로 인해 확대되는 생산성과 역량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본 연구에서는 의료 AI가 진단·판독 시간 단축과 업무량 감소라는 정량적 효과뿐 아니라, 진료 집중도 향상과 정확성 제고 등 질적 효과도 확인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연구가 AI의 기여도를 균형 있게 반영하는 의료 인력 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