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기기 임상시험에서 소프트웨어 기반 기기의 존재감이 급격히 커지고 있다. 진단 알고리즘, 재활·평가 소프트웨어, 디지털치료제(DTx) 등 소프트웨어 의료기기가 임상시험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면서 의료기기 개발 환경이 구조적으로 변화하는 양상이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 의료기기 임상시험계획 승인 현황에 따르면 재활 평가, 진단, DTx 등 소프트웨어(SaMD)로 분류된 임상 승인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2023년 국내 전체 의료기기 임상시험 209건 가운데 디지털치료기기, 디지털의료기기 관련 소프트웨어 임상이 차지한 건수는 23건으로 11%를 차지했다.
2023년은 국내에서 최초의 DTx 품목이 허가를 받은 해. 이와 맞물려 인공지능 진단 기기들이 상용화되면서 임상시험 열기에 불을 지핀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2024년은 전체 160개 임상시험에서 26개가 소프트웨어 임상으로 등록되면서 16.3%로 비중이 확대됐다.
2025년은 임상시험 두 건 중 약 한 건이 소프트웨어일 정도로 급증했다. 9일 기준 올해 임상시험 총 등록 건수는 119건. 이 중 소프트웨어 관련은 44건으로 45.5%을 차지했다.
단기간에 네 배 가까이 성장한 것은 의료기기 임상시험 구조가 하드웨어 중심에서 디지털 기반 구조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변화로 평가된다.
연도별 승인 품목을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임상시험은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진단, 감각기능 평가, 재활, 치료 장비 제어 등 다양한 임상 영역으로 빠르게 확장되고 있다.

특히 2025년 승인 사례에서는 재활의학 분야의 비중이 두드러졌는데, 관절치환술 환자의 기능적 이동성을 평가하거나 수술 후 회복 경과를 정량화하는 재활지원 소프트웨어가 연속적으로 임상에 진입했다. 기존에 치료사 경험에 의존하던 평가를 알고리즘 기반의 측정값으로 치환하는 흐름이 가속화된 셈이다.
진단 분야에서도 소프트웨어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심장 MRI 영상과 의무기록 데이터를 결합해 심장 아밀로이드증을 분석하는 AI 기반 소프트웨어가 임상시험을 시작했고, 뇌질환·심장질환 등 고난도 분야까지 알고리즘이 적용되는 사례가 늘었다.
단순 영상 보조 수준을 넘어 환자 기록과 영상 정보를 통합하는 형태로 발전하면서 의료진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소프트웨어가 임상시험 단계에 본격 진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감각·신경계 평가 영역도 새롭게 부상했다. 2025년 임상 승인 목록에는 후각 인지 기능을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하는 검사기기가 포함되어, 그동안 아날로그 방식에 머물렀던 감각기능 평가가 AI 기반의 정량화 방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치매나 파킨슨병 등 신경퇴행성 질환의 조기 진단을 위한 소프트웨어 개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치료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융합도 주요한 변화로 꼽힌다. 집속 초음파 자극 시스템처럼 기존 하드웨어 치료기기에서 소프트웨어가 치료 프로토콜 설정과 자극 패턴 제어의 핵심 요소로 포함되면서, 단순 장비가 아니라 디지털 기반 치료 플랫폼으로의 진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는 의료기기 기업들이 향후 성장동력으로 소프트웨어를 선택하고 있음을 반영한다. 임상시험의 구성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프트웨어 비중 증가는 일시적 증가가 아니라 의료기기 산업 재편의 전조로 평가된다.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