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의 수원이안과가 재사용 가능한 의료가운을 도입해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의사 8명이 하루 300여명을 진료하고 수술 20건을 소화하는 이 병원은 기존 면포 가운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도 일회용보다 경제적인 대안을 찾았다. 20년 경력의 김기영 원장을 만나 재사용 의료가운의 실제 사용 경험을 들어봤다.
면포 가운의 한계…"보풀이 수술실 환경 위협"

김 원장이 재사용 의료가운 도입을 결심한 가장 큰 이유는 기존 면포 가운에서 발생하는 보풀 문제였다. 안과는 현미경으로 미세한 부위를 다루는 만큼,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보풀도 치명적일 수 있다.
"면포에서 나오는 보풀이 수술 부위에 들어갑니다. 환기구 청소를 하면 온통 초록색 보풀로 가득 차 있을 정도예요. 직원들 호흡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죠."
실제로 과거 수술 중 보풀이 환자 눈 안에 들어가 떠돌아다니다 나중에 발견된 경험도 있었다. 다행히 이미 소독된 상태라 큰 문제는 없었지만, 김 원장은 다른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회용 가운도 대안이 될 수 없었다. 하루 20개씩 사용하면 연간 5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고, 폐기물 처리도 큰 부담이었다. 폐기물 업체와의 수거 계약도 어려워 "감당이 안 됐다"는 게 김 원장의 설명이다.
직접 써보니…"착용감·경제성·안전성 3박자 충족"
재사용 가운의 가장 큰 장점은 착용감이었다. 면포처럼 무겁고 답답하지 않으면서도 일회용만큼 가볍고 편안했다.
"면포는 무겁고 더워요. 특히 여름철에 수술이 길어지면 정말 힘들거든요. 그런데 재사용 가운은 일회용처럼 가벼우면서도 고압증기멸균을 70회 이상 견딥니다."
경제성도 우수했다. 개당 4만원으로 면포(3만원)보다 초기 비용은 30% 정도 비싸지만, 탄소섬유가 포함돼 내구성이 뛰어나다. 면포는 고압멸균 과정에서 60~70회 사용 후 찢어지지만, 재사용 가운은 70회 이상 멸균해도 문제가 없다. 장기적으로는 면포보다 경제적이고, 일회용(개당 1~3만원)과는 비교 자체가 안 된다는 평가다.
가장 중요한 보풀 문제도 완전히 해결됐다. "현미경 수술을 하는 안과 입장에서는 보풀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도입 이유가 됩니다"라고 김 원장은 강조했다.
예상치 못한 장점들도 있었다. 정전기가 전혀 발생하지 않고, 물이나 피가 묻어도 마치 고어텍스처럼 흘러내려간다. 안과는 수술 중 세척을 많이 해서 물을 많이 쓰는데, 면포는 금방 젖는 반면 재사용 가운은 방수 기능이 탁월했다. 외과처럼 피가 많이 나는 과에서도 유용할 것이라는 게 김 원장의 평가다.

공동원장 4명 만장일치..."아예 전부 바꾸자"
수원이안과는 2005년 개원 이후 20년간 공동원장 4명이 함께 운영해온 병원이다.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구조지만, 재사용 가운에 대해서는 모두가 만족했다.
"가격이 비싸면 무조건 안 쓰는 분들인데, 샘플링을 해보고 나서 '아예 이걸로 다 바꿔달라'고 요청할 정도였어요."
특히 여름철 수술 시 가벼운 착용감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수원이안과는 대부분 수술이 10분에서 1시간 정도지만 긴 수술도 있어 착용감이 중요한 요소였다.
폐기물 절감 효과도 컸다. 과거 일회용 가운으로 전환을 시도했다가 폐기물 업체와의 갈등으로 포기한 경험이 있던 만큼, 재사용 가운은 환경적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이렇게 좋은 제품이 왜 더 널리 쓰이지 않을까. 김 원장은 홍보 부족을 아쉬워했다. "비슷한 규모 병원 원장들 모임에서 얘기했더니 다들 한 번 와서 보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실제로 보면 생각이 달라질 겁니다."
세탁 및 소독 시스템 구축도 과제다. 대형병원은 세탁업체와 연계한 순환 시스템이 가능하지만, 중소형 병원은 자체 소독 시설을 활용해야 한다. 수원이안과는 자체 소독실의 고압증기멸균기를 활용하고 있다.
김 원장은 "대형병원처럼 세탁업체 시스템을 구축하려면 물류센터가 필요한데, 지방 중소형 병원까지 커버하기는 어렵다"며 "차라리 병원이 직접 구매해서 소독하는 방식이 더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수원이안과는 현재 100~200개 단위 구매를 협의 중이다. 김 원장은 재사용 의료가운 도입을 고려하는 병원들에게 "직접 써보는 게 가장 확실하다"고 조언했다.
"처음에는 가격 때문에 망설였는데, 막상 써보니 착용감, 안전성, 경제성 모두 만족스러웠습니다. 대형병원에서도 충분히 도입 가치가 있고, 특히 수술량이 많은 병원일수록 비용 절감 효과가 클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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