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가제도의 개편은 모든 제약사에 공정한가 또 진정한 제약산업의 발전을 위한 최선의 선택인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약가개편안은 이러한 현장의 의견을 조금이라도 반영을 했다면 조금더 합리적인 안이 나올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긴다.
개편안은 신약과 필수의약품에는 인센티브를 주고, 제네릭 약가는 기존 오리지널 대비 53.55% 수준에서 앞으로는 40%까지 깍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명목은 신약 연구개발을 장려하고 필수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혁신을 통한 선순환 구조를 마련하겠다는 계획인데, 현장의 체감은 다르다.
당장 약값이 인하되는 쪽은 국내 다수 제약사들이고, 특히 중소제약사일수록 타격은 직격탄이기 때문이다.
약가 인하는 곧바로 매출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현금흐름 악화로 연결된다.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여력이 줄어들고, 생산 유지조차 버거워질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으로는 신약 중심 구조로 전환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중소제약사에게 장기란 버텨낼 수 있을 때 의미가 있다.
현재 국내 제약 산업의 다수는 여전히 제네릭과 개량신약을 기반으로 돌아간다. 이 구조를 하루아침에 '신약 중심'으로 뒤집는 것은 정책의 의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수익 기반이 무너지면 인력은 빠져나가고, 연구는 멈추며, 생산 라인은 축소된다. 그 여파는 고스란히 필수의약품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의료 현장에서 약을 처방하는 의사와 조제하는 약사에게도 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니다. 제네릭 가격이 낮아지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환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공급 주체가 흔들리면 결국 약의 안정적인 수급이 위협받는다.
특정 성분 약이 갑자기 품절되고, 대체약을 찾아 처방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은 이미 익숙하다. 예를 들어 4만에 육박하는 갑상선암 환자에게 호르몬제를 공급하는 회사는 D사 한곳이다. 이 회사가 버티고 있는 것은 제네릭 수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약값을 깍는다면 언제라도 공급을 포기할 지 모른다.
이처럼 혁신은 없지만 국민보건을 위해 수익을 포기하고 필수적인 약물을 공급하는 회사도 많다. 항생제, 해열제, 소화제, 호르몬제 등 다양하다.
지금의 개편안은 혁신을 키우기보다 기존 산업의 하부 구조를 먼저 깎아내리는 모양새에 가깝다. 기반이 무너지면 그 위에 아무리 좋은 정책을 쌓아도 오래 버티기 어렵다. 신약 개발을 촉진하려면, 신약 이전 단계의 산업을 먼저 지탱하는 것이 순서다.
중소제약사의 줄도산 가능성은 아직 가정이지만, 근거 없는 공포는 아니다. 약가 인하 폭이 누적될수록 수익성은 급격히 악화되고, 특히 생산 원가와 인건비 부담이 큰 기업부터 무너질 가능성이 크다.
산업의 한 축이 무너지면 나머지 축도 안전하지 않다. 제약 산업이 흔들리면 의약품 공급이 흔들리고, 그 끝에는 환자와 의료 현장이 서게 된다.
정부가 진정으로 신약 개발을 원하고, 동시에 국민 건강을 지키고자 한다면, 가격 인하라는 단선적인 접근만으로는 부족하다. 중소제약사가 버텨낼 수 없는 혁신은 결국 산업 전체를 흔들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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