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의사협회의 임원으로 활동하면서 과거 TV 의료상담 이후 홈쇼핑·예능으로 활동 영역을 넓힌 일부 의사를 닥터+엔터테인먼트의 합성어 대신 쇼닥터라 명명했다. 의학적 검증보다 흥행을 우선할 때 환자에게 미치는 해를 직관적으로 드러내기 위해서였다.
이제 판이 더 복잡해졌다. 사람이 아닌, AI가 만든 가짜 의사가 온라인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현상을 페이크 닥터라 부르려 한다. 이름을 붙이는 이유는 명확하다. 문제를 정확히 지칭해야 치료, 즉 규제와 자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왜 페이크 닥터인가
쇼닥터의 출발점엔 실존 인물이 있다. 과장·선정성이 문제일 뿐 최소한의 책임 주체가 존재했다. 반면 페이크 닥터는 실체 없는 권위 탈취가 핵심이다. 합성 얼굴과 음성, 의사 가운과 병원 배경, ‘OO의대·전문의’ 같은 레이블을 덧씌워 신뢰를 흡수하고, 초저가 미끼와 쿠폰으로 개인정보를 빨아들인 뒤 텔레마케팅·유사의료로 전환한다.
책임을 추적하기 어렵고, 플랫폼 경계를 넘나들며 빠르게 복제된다. 피해는 지연치료·오진 위험, 과잉지출, 개인정보 유출로 직행한다.
분류가 필요하다: 세 가지 유형
1. 쇼닥터: 실존 의사가 방송·판매 현장에서 과장과 과도한 확신을 남용.
2. 페이크 닥터: AI·배우·아바타가 의사로 인식되게 연출된 콘텐츠. 실체·책임 회피가 구조적 특징.
3. 리얼 닥터: 실명·면허·소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근거에 기반해 설명하는 전문가.
이 분류는 처방을 가른다. 쇼닥터는 자율규범+사전심의 강화로, 페이크 닥터는 표시·검증·책임의 시스템으로 다뤄야 한다.
시민과 현장을 위한 간명한 식별법
• 5초 체크: ①실명·면허·소속 부재 ②“기적·부작용 0·100%” 절대표현 ③근거 링크 없음 ④초저가+마감 재촉 ⑤“혜택 예약”으로 개인정보 요구—두 가지 이상이면 시청을 멈추고 신고하라.
• 30초 점검(전문가·기관): 면허 진위(번호·전문의과·소속), 가이드라인·논문·임상등록 유무, 영상의 합성 신호(입모양·음성 싱크 불일치, 광택 패턴 반복), 신생 채널의 비정상 노출·댓글 폭증.
규범을 새로 깔자: 표시–검증–책임
4. 표시(Feat_AI 라벨 의무화)모든 의료·건기식 관련 영상에 Feat_AI(생성/편집 포함) 배지를 좌상단 전 구간 노출. 배지를 누르면 '어떤 구간이 AI인지, 의사 실명·면허 검증 링크, 광고주·제작사' 팝업이 떠야 한다.
5. 검증(C2PA·워터마크·면허 QR)영상엔 C2PA 메타데이터와 비가시 워터마크를 심어 업로드 단계에서 자동 점검하고, 보건당국이 제공하는 면허 진위 QR/API를 프로필·랜딩에 부착한다.
6. 책임(성과형 집행·플랫폼 연대책임)단속의 성과지표를 ‘삭제 건수’가 아니라 라벨 누락 차단율, 재노출율, 면허검증 클릭률, DB 브로커 차단 건수로 전환해 분기별 공개. 반복 위반 채널은 수익배제→추천제외→계정말소로 단계 제재한다. 또한 “비의료인이 의료인으로 인식되게 하는 AI/배우/아바타 광고”를 명시 금지해야 한다.
의료계의 역할
의료계는 스스로의 언어로 신뢰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학회·의사회는 카테고리별 금지 문구(절대표현·초저가 미끼)와 근거 제시 템플릿(가이드라인·논문·임상등록)을 공개하고, 병·의원 홈페이지와 프로필에 면허 QR을 일괄 부착하자. 동시에 환자 교육용 한 장 체크리스트를 상시 배포해 ‘먼저 의심하고, 바로 확인하고, 함께 신고’하는 문화를 만들자.
이름을 붙여야 보인다. 쇼닥터는 과장에 취한 허용된 위험이었다면, 페이크 닥터는 신뢰를 탈취하는 무허가 위험이다. ‘표시–검증–책임’의 새 규칙을 깔아, 가짜 권위의 경제학을 끝내자. 의사 가운은 흥행의 소품이 아니라, 과학과 윤리의 상징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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