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관(도)암은 간에서 분비된 담즙을 십이지장으로 흘려보내는 통로인 담도에 생긴 암이다. 초기에 특별한 증상이 없는 탓에 조기 발견이 어려워 임상현장에서 예후가 매우 나쁜 암으로 평가 받는다.
더구나 담관암은 일반적으로 드문 암이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차이가 존재한다. 발생률이 전 세계 2위인 데다 사망률은 가장 높기 때문이다.
그나마 최근 항암 신약의 등장으로 치료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2차 표적치료제로 등장한 팁소보(이보시데닙, 한국세르비에)가 대표적이다.
15일 서울아산병원 유창훈 교수(종양내과)를 만나 임상현장 담관암 치료 트렌드와 함께 주요 항암 신약의 환자 접근성 개선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한 걸음 뗀 치료 패러다임 전환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은 예후가 매우 불량해 기대 여명이 약 4개월에 불과하다. 해당 환자들은 1차 치료 후에도 약 4명 중 1명(15~25%)이 후속(2차) 치료가 필요한데, 1차 치료 실패 후에는 환자의 상태가 급격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90%)이 60대 이상 고령층이라는 점에서 치료 과정도 어렵다.
아직까지 명확히 정립된 최신 표준치료가 부재한 상황이지만, 항암신약을 활용한 치료옵션이 임상현장에 잇따라 등장하면서 패러다임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한 담관암 환자의 1차 치료로는 면역항암제와 젬시타빈-시스플라틴 기반 병용요법이 주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1차 치료 이후 질병이 진행한 환자의 2차 치료는 보통 진단 시점에 시행하는 NGS(차세대염기서열분석) 검사를 기반으로 환자의 분자학적 특성에 따라 약제를 선택하게 된다.
2차 치료로 활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가 국내에 도입됨에 따라 임상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담관암 치료 ‘무기’가 늘어났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다.
이 과정에서 유창훈 교수가 주목한 것은 팁소보다.
팁소보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관암 치료에서 IDH1 변이를 타깃하는 최초의 표적치료제로, 지난 2024년 5월 희귀의약품으로 식약처 허가를 받았다. IDH는 DNA 대사 및 복구를 조절하는 효소로, 그 중 하나인 IDH1 아형에 변이가 생기면 종양 대사산물인 2-HG가 생성돼 종양 발달을 촉진하게 되는데, 담관암은 IDH의 치료적 활용 가능성이 높은 암종으로 알려져 있다.
유창훈 교수는 "IDH1 변이는 간내 담관암에서 주로 발견되며, (전체 간내 담관암 중) 약 10~20%에서 발현된다. IDH1 변이는 KRAS나 EGFR과 마찬가지로 암의 발생과 진행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변이이지만, 작용하는 방식은 다르다"며 "KRAS나 EGFR 변이가 세포 증식을 직접 촉진하는 데 반해, IDH1 변이는 암세포 안에 비정상적인 대사산물을 쌓이게 해 세포의 성질과 종양 주변 환경을 바꾸고, 결국 암의 진행과 환자의 예후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즉, 팁소보는 약제의 기전상 종양의 크기를 빠르게 줄이기보다는, 질병 진행을 지연시키고 암의 성질을 보다 안정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강점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팁소보는 한국인 환자가 포함된 글로벌 3상 'ClarIDHy' 연구를 통해 담관암 2차 치료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치료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팁소보 단독요법은 위약 대비 무진행생존기간(PFS)을 약 2배(2.7개월vs1.4개월) 연장했으며,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63% 감소시켰다. 전체생존기간(OS) 역시 10.3개월로, 위약(5.1개월, 교차투여 조정값) 대비 약 2배 개선된 결과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신체적 기능 저하를 경험한 환자도 위약 대비 유의미하게 적은 것으로 나타나 허용 가능한 수준의 안전성과 삶의 질을 확인했다.
유창훈 교수는 해당 연구 결과를 두고서 생존 지표를 단순히 개월 수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경계했다.
그는 "위약군은 대부분 2개월 이내에 암이 진행될 정도로 기대 예후가 좋지 않은 환자들이었으나, 이러한 조건에도 팁소보 치료군은 무진행생존기간이 약 2배 개선됐다. 일반적인 표적항암제와 다른 관점에서 데이터에 접근해야 한다"며 "생존 지표를 단순한 절대값으로 해석하기보다 위험비(HR)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창훈 교수는 "통상 HR 0.7 정도면 허가를 고려할 수 있다고 보는데, ClarIDHy 연구에서 나타난 팁소보 치료군의 무진행생존 위험비는 0.37로 매우 우수한 편"이라며 "담관암은 기본적으로 예후가 불량한 환자군이 대상이기 때문에 절대 기간 차이 1.3개월만으로 의미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유방암처럼 기본 생존기간이 상대적으로 더 긴 암종의 절대 연장 지표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고, 질환 특성을 고려한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담관암 등 소외 암종, 행정적 유연성 필요
치료옵션이 부족했던 담관암 2차 치료에서도 이처럼 선택지가 늘어났지만, 국내 임상현장에서 이를 활용하기에는 아직도 한계가 적지 않다.
국내 임상현장 치료제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잣대인 급여 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팁소보는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로부터 담관암 급여기준 설정 필요성을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팁소보는 임상 3상의 과정을 모두 거쳤다는 이유에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경제성평가 과정을 포함한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아야 한다.
참고로 동일 치료 선상에서 경제성평가 생략을 통해 지난 5월 먼저 급여가 적용된 페미가티닙과 비교하면 차이가 존재한다. 페미가티닙의 경우 FGFR2 변이가 있는 환자(약 15%) 대상으로 담관암 2차 치료에서 급여가 적용되고 있다.
이를 두고 유창훈 교수는 "현재 승인된 FGFR 표적항암제 등이 2상 또는 단일군 연구에 기반한 것과 달리 팁소보는 위약 대조 3상 연구를 통해 긍정적 결과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근거 수준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유창훈 교수는 항암신약이 늘어나고 있는 시점에서 암종별로 유연한 급여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실화된다면 암종별 치료제 접근성 면에서의 불평등성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다.
유창훈 교수는 "암종 간 형평성도 고려될 필요가 있다. 그간 담관암이 상대적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이유는 환자 수가 적어서라기보다, 치료제가 거의 없고 새로운 약제의 도입 자체가 더디었기 때문"이라며 "기존 치료 옵션이 많고 치료비용의 폭도 넓은 암종에서는 신약의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할 수 있지만, 팁소보처럼 비교 대상이 위약인 약제는 비용 효과성을 입증하는데 구조적인 한계가 발생할 수 있어 급여 문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질환 특성과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의 폭을 전반적으로 파악한 뒤, 담관암처럼 기존 치료 옵션이 거의 없고 한정적인 암종에서는 보다 유연한 평가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며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이 낮아지면 그 부담은 결국 환자에게 돌아간다. 급여 논의가 1~2년 지연되는 동안 환자들이 경험하는 피해는 감히 가늠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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