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공지능(AI) 교육이 의과대학 정규 커리큘럼 속으로 본격 확산하는 가운데, 교수들은 이미 포화 상태인 교육과정과 교수 인력·인프라 부족을 최대 걸림돌로 꼽으며 제도적 지원을 호소했다.
특히 수도권과 지방 의대 간 역량 격차가 교육 질 차이로 이어지고 있어 국가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은 18일 서울코엑스에서 '의료 AI 교육 및 해외진출 지원사업'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가톨릭의대 김헌성 의료정보학교실 교수(서울성모병원 내분비내과)는 이날 가톨릭대학교 의대생을 위한 의료AI 교육 성과에 대해 발표했다.
김헌성 교수는 "의대 커리큘럼은 이미 꽉 차 있어 새로운 교육을 넣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바쁜 학생들에게 어디까지 가르쳐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크지만, 시대적 흐름에 맞춰 적극적으로 수업을 운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직 시행 초기인만큼 AI 관련 교육은 비구조적이고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실정이다.
김 교수는 "인공지능 전문가는 의료를 잘 모르고, 의료 전문가는 인공지능을 잘 모른다"며 "AI를 현장에서 활용하고 평가해야 하는 의료인들의 신기술 이해도는 낮고, 반대로 AI 개발자 역시 임상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해 실패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체계적 교육 구조가 부재해 교수 개인 역량에 따라 강의 위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며 "대상별·수준별 특성화가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의대는 지난 2022년부터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그리고 디지털 헬스 ▲딴짓하는 의사들 ▲의학과 4학년 선택심화실습 ▲미래의료정보기술 ▲미래의료정보학 등 다양한 강좌를 개설했다.
김헌성 교수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반응은 긍정적이었다"며 "특히 선배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한 수업이 선호도가 높았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업을 진행한 후 학생들 만족도를 살펴봤을 때, 본과 1학년 4.45, 본과 4학년 4.76, 본과 2학년 4.87 등으로 높게 나타났다.
김 교수는 향후 각 분야의 전문가와 의료AI 교육 고도화 및 교육 방법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다학제적 논의를 통해 의료 AI 교육의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며 "방향성이 잡히면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 방법을 논의하고 실질적인 방안을 고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려의대 또한 지난 2022년부터 AI 정규교육 과정을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2022년 예과 1학년부터 본과 4학년까지 5개 수업으로 시작해, 2025년에는 11개 수업으로 확대했다. 특히 ▲SW프로그래밍의 기초 ▲데이터과학과 인공지능은 필수 교양으로 지정해 전 학생이 수강하도록 했다.
교육 시간 역시 확대돼, 예과 학생은 4개 과정 100시간, 본과 학생은 7개 과정 37시간을 이수할 수 있다.
고려의대 이영희 교수는 "AI 교육이 의과대학 6년제 과정에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본교 교양 과정과 연계해 중복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기초 수업 후 응용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나선형 통합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학생들의 수준 차이가 크기 때문에 난이도 조정이 필요하다"며 "향후 AI 활용 진료·연구에 관심 있는 교수를 육성하고, 인프라·실습 자원 확대 역시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 지방의대 교수 "교수자원 한계, 현실적 어려움"
지방의과대학 교수들은 교수 인력과 인프라 한계를 호소하며,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관동의대 최희용 교수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의료AI 교육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들이 복귀하면서 정규 과정이 처음으로 진행됐다"며 "대한민국의학한림원 과제를 통해 어떤 커리큘럼으로 학생들을 교육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지방의대는 기본서를 통해 체계적으로 학생을 교육해야 하는데 아직 의료AI 교육은 기본서가 없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서울의 의과대학처럼 학생들을 위해 다양한 교육 활동을 제공하고 싶지만 학교 역량에 한계가 있어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원의대 이혜성 교수 또한 "AI 수업은 올해 선택 과목으로 3개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며 "학생마다 선호도 및 이해도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심화과정은 방학 시기에 별도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의대는 수도권에 비해 기회가 적고 교과과정이 정교화되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AI 교육에 어려움이 있다"며 "교과과정 개발을 위해 정부부처가 관심 갖고 지원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전공과 무관하게 미래 진료 환경을 준비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에서 만족감이 크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고려의대 의학과 2학년 임예제 학생은 "의대생 코딩 커뮤니티를 만들어 1년 동안 운영하고 있다"며 "한림원 주최 사업을 통해 컴퓨터와 코딩, AI에 관심있는 의대생이 모여 매달 세미나를 열고 각자 진행 중인 프로젝트 공유하고 있다. 논문, 연구, 웹 개발 등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동아의대 의학과 3학년 김찬결 학생은 "의대생 휴학으로 시간이 많아져 인공지능과 데이터 사이언스 관련 동아리 활동에 집중했다"며 "동아리 활동을 통해 세미나에 적극 참여하면서 AI 의료 최신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의대생 AI 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학생의 적극적인 태도 및 잘 이끌어 줄 수 있는 교수, 교육을 가능하게 할 정부 지원이라는 3박자가 맞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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