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밀의학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으며, NGS 검사는 다양한 암종에서 필수적인 도구가 됐지만 국내 급여 체계는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정밀의학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은 차세대염기서열분석(Next-Generation Sequencing, NGS) 검사가 국내에서는 제도적 한계에 묶여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임상 현장에서는 암 치료 전략 수립에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지만, 정부의 급여 축소 기조 속에 환자들의 검사 접근성은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3일 그랜드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종양내과학회 국제학술대회(KSMO 2025)에서 정혜현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한국의 NGS 상환 현황'을 주제로 발표하며 제도의 문제점 및 개선안을 제시했다.
NGS 기술은 DNA 또는 RNA의 염기서열을 대량으로, 빠르고 정밀하게 분석해 암의 종류를 분류하거나 맞춤형 치료제(표적치료제)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준다.
실제로 폐암 환자에서 NGS를 사용해 EGFR 변이를 확인하면 EGFR 티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가 효과가 있을지 판단할 수 있어 환자의 예후 개선 및 의료재정의 효율적 사용을 기대할 수 있다.
문제는 암 환자를 대상으로 1회에 한해 본인부담률 50%를 적용받는 '선별 급여' 형태로 시행된 이후 보건복지부의 시범사업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2024년부터 폐암을 제외한 암종에 대해 본인부담률이 80%로 상향 조정됐다는 점.
이와 관련 정 교수는 먼저 NGS 검사의 비용효과성에 대한 국내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정 교수는 "진행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전수 조사한 HIRA Research 연구 결과가 올해 공개됐다"며 "분석 결과 NGS 검사를 받은 환자들은 진단 첫 해 의료비가 더 높았지만 2년차부터는 비용이 감소했고, 1~5년 평균 의료비는 오히려 비검사군보다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즉 초기에는 검사와 맞춤 치료제 사용으로 비용이 증가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불필요한 치료를 줄이고 치료 효과를 극대화함으로써 전체 의료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것. 이는 단순히 생존율 향상뿐 아니라 국가 의료재정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입증하는 근거다.
국내 대규모 코호트에서 폐암 외 다른 암종에서도 EGFR, ALK, ROS1, KRAS, BRAF, MET, HER2 등 타깃 유전자 변이가 흔하게 발견된다는 점도 급여 확대의 당위성을 뒷받침한다.
정 교수는 "많은 고형암 환자들에게서 타깃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고 있다"며 "실제로 국내에서 진행된 대규모 코호트에서 폐암 외 암종에서도 타깃 변이가 흔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근무처 병원에서 코호트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유전자 변이가 다양한 암종에서 발견된다는 것을 재차 확인했다"며 "유방암, 췌장암, 난소암 등 여러 고형암에서 치료제 선택에 직결되는 유전자 변이가 확인된 만큼 환자 맞춤 치료 전략을 세울 수 있도록 폐암 중심으로만 제한된 급여를 풀어달라"고 촉구했다.
지역 격차와 접근성 문제도 도마에 올랐다. 까다로운 인증 요건 탓에 대부분의 NGS 인증 기관은 수도권에 집중돼 있어, 실제 환자 거주지와 검사 시행 기관의 불일치는 흔한 현상으로 거론된다. 특히 소득 하위계층이나 의료급여 환자는 검사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교수는 "NGS 검사를 받지 못한 환자에서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게 나타났다"며, 접근성 차이가 단순한 불편이 아니라 생존율 격차로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동반진단과 치료제가 동시에 승인되지 못하고 따로 심사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유전자 변이가 확인돼도 곧바로 치료에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해외에서 널리 사용되는 글로벌 검사 플랫폼 결과는 명확하게 인정되지 않아, 환자가 이미 해외에서 검사를 받아도 다시 국내 인증 기관을 거쳐야 하는 비효율도 있다"고 했다.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큰 액체생검의 활용 문제도 언급했다.
정혜현 교수는 "호르몬 수용체 양성 유방암이나 담도암에서 분자잔존질환(MRD) 검출이 예후 및 치료 결정에 중요하다는 근거가 축적되고 있지만, 현행 제도에서는 진단 목적 이외 활용이 제한된다"며 "국제적으로 보편화된 액체생검 플랫폼 역시 국내 MFDS 인증 장벽에 가로막혀 임상 적용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밀의학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고, NGS 검사는 이미 다양한 암종에서 필수적인 진단 및 치료 결정 도구가 됐다"며 "하지만 한국의 급여 체계는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급여 확대를 위해서는 단순한 검사 비용만이 아니라, 치료 비용 절감 효과와 삶의 질 개선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비용-효과성 연구가 더 필요하다"며 "국제적 규제 기준과 보장성 강화 정책을 조화시켜 더 많은 환자들이 정밀의학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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