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의료사고와 관련된 민형사 재판 모두 의료인의 책임이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환자 개인의 상태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의학적 행위기 때문에 법적 판단에서도 이러한 특수성과 불확실성을 충분히 반영해 판결해야 한다."
대한의료법학회 정규원 회장은 최근 메디칼타임즈를 만나 최신 의료사고에 대한 법원 판단 경향을 설명하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후 법학 학사, 석사, 박사를 취득한 정규원 교수는 올해 2월 대한의료법학회 제13대 회장으로 취임했다. 의료법학회는 의료와 법의 접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학문적으로 검토 및 연구하는 학술단체다.
그는 "의료법 분야의 학문적 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후학들이 연구 역량을 발휘하고 학문적 성취를 축적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하고자 한다"며 "단발적 행사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이 지속적으로 학문 활동에 참여하는 연구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 "안정적 진료환경 및 환자 권익보장, 균형 찾아야"
최근 의료사고에 대한 형사처벌 및 민사상 책임의 범위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정규원 회장은 이러한 추세가 단순히 의료인만을 옥죄는 문제가 아니라, 환자에게도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정규원 회장은 "의료사고와 관련해 형사책임을 묻는 시도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민사책임 또한 과도하게 확대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법적 판단 과정에서 의료행위가 본질적으로 지니는 불확실성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중심적 평가가 이뤄지면서 의학적 위험의 불가피성이 간과되는 경우가 많다"고 비판했다.
그는 "소송이 장기화되고 배상책임이 과중하게 부과되면 의료인이 심리적, 경제적 부담이 누적되고 이는 곧 방어적 진료를 유발한다"며 "결국 환자에게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신중한 균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 책임 문제는 단순 책임의 경중을 다투는 차원을 넘어, 형사와 민사 전반에서 책임의 범위와 한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과제를 제기한다"며 "이는 환자의 권리 보장과 의료인의 안정적 진료라는 두 가지 가치를 균형 있게 조율하기 위한 논의로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형사책임의 과도한 확대는 '법치주의 원리'에 반한다고 꼬집었다.
형사제재는 최소한의 수단으로만 행사돼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형사적 제재가 동반돼야 법적 규율로 인정된다는 왜곡된 인식이 퍼져 있다는 주장.
정 회장은 "형사처벌은 엄격히 제한하고, 피해자 보호는 다른 제도적 장치로 보완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무과실 보상제 확대, 공적 기금 운영, 의료배상책임보험의 합리적 정비 같은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안정적인 진료환경과 환자의 권익 보장이 균형을 이루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사법 리스크 및 저수가…필수의료 붕괴 악순환"
의료진 사법 리스크가 높아지면서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등 필수의료 분야 전공 지원자가 급감하는 현상은 이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정규원 회장은 필수의료 의료진 유입을 위해 의료진 법적 부담 완화를 비롯한 수가 정상화 및 국민 인식 개선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단순한 법적 책임의 과중함만으로 필수의료 기피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부족하다"며 "현행 국민건강보험제도의 구조가 문제의 본질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료수가가 사실상 일방적으로 결정되고, 의료인은 그 기준에 맞춰 진료 방식을 조정해야 한다"며 "이러한 구조가 의료 현장의 긴장을 높이고, 소신 진료를 방해하며, 결국 의료사고와 분쟁을 촉발하는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집단에 대한 존중이 약화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 또한 원인으로 꼽았다.
정규원 회장은 "의료인을 포함한 전문가 집단 전반에 대한 사회적 존중이 사라지고 하향평준화를 평등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전문성이 무시당한 의료인들은 경제적 보상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고, 이는 필수의료 기피 현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문성을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회복하고, 필수의료 영역에 대한 현실적인 보상과 제도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며 "그것이야말로 의료 현장의 안정과 국민 건강권 보장을 동시에 실현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 "의료 신뢰 회복, 제도적 정비-사회적 인식 전환 해답"
의료분쟁을 보다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 운영과 관련해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정규원 회장은 "중재원은 의료사고로 인한 갈등을 보다 합리적이고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법원 소송에 비해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감하면서도 전문적 감정 및 조정으로 당사자 간 갈등을 완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자는 보다 신속한 구제를 받을 수 있고, 의료인은 장기간의 소송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에 사회적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향후 운영의 전문성을 더욱 강화하고, 환자와 의료인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분쟁 해결 시스템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끝으로 그는 의료에 대한 사회적 이해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 회장은 "의료행위는 본질적으로 환자 개인의 신체적, 심리적 특성과 상활적 맥락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의학적 행위"라며 "법적 판단에서도 이러한 특수성과 불확실성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사에게 100% 결과를 요구하는 기대는 현실적이지 않다"며 "의료인은 스스로 학문적·기술적 역량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 하고, 사회는 의료의 본질과 한계를 인정하는 성숙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일부 상업적 행태로 인해 의료계 전체의 신뢰가 훼손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의료계 내부의 자정 노력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른바 쇼닥터로 불리며 상업적 목적을 앞세우거나 언론과 매체를 통해 의료행위를 과도하게 과장하는 일부 의료인은 의료행위 본질을 왜곡하고 사회 전체의 신뢰를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행위가 본래의 목적에 충실할 때, 그리고 사회가 의료의 가치를 존중할 때 비로소 의료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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