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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발 '의정협의체' 압박에 물밑 방어 본격화하는 의료계

발행날짜: 2022-10-14 05:30:00

의사 정원 방어논리 마련하는 의협…산하단체 의견 모은다
OECD 경제보고서 조명 유력…의정연 "의료비 폭증할 것"

국회가 '의정협의' 재가동 압박 수위를 높이자 의료계도 물밑에서 이에 대비하는 모양새다. 의정협의에 나서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선제적으로 방어 논리를 준비해둬야 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는 분위기다.

13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대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관련 방어 논리를 준비하고 있다. 정치권의 의정협의 재개 압박으로 의정협의 논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의료계가 선제적으로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 현장. 사진=국회 전문기자협의회.

앞서 지난 6일 보건복지부 대상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복지위 정춘숙 위원장은 의사 증원은 필요한 조치지만 의정협의에 진척이 없는 만큼, 복지부에 오는 20일 종합감사 전까지 관련 구체적인 계획을 제출하라고 주문했다.

같은 날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9.4의정합의에 '의대 없는 지역의 의대 신설' 관련 내용이 없다며 이 같은 지역에서의 의대 신설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더욱이 의정협의 재개 조건인 코로나19 안정화가 가시화했다는 평가가 우세해지면서 관련 정치권 압박이 심화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지금의 정치권 기조로 봤을 때 실제 코로나19 안정화 여부와 상관없이 언제든 의정협의체가 재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 의료계 관계자는 "확진자가 줄기는 했지만 증상이 있어도 검사를 안 하는 환자가 늘어난 것을 고려해야 하고, 올 겨울 트윈데믹이 예상돼 코로나19 안정화를 속단하긴 이르다"며 "다만 정치권 압박도 그렇고 시기적으로 언제든 의정협의체가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는 물밑에서 의사 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을 방어하기 위한 논리를 구축하고 있다. 다만 이는 관련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은 아니라고 못 박았다.

이와 관련 의협 한 관계자는 "의협 내부에서 의정협의에 대응하기 위한 별도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며 "다만 의료계가 관련 논의에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의협은 정치권 공세를 방어하기 위한 논리 구축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산하단체와 지역의사회 입장을 모으고 있으며 젊은 의사 피해가 특히 큰 만큼 관련 의견수렴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관련 의협 박수현 대변인은 "추후 정부가 어떤 태세를 취할지, 의정협의에서 어떤 연구 자료가 제시될지 등에 대한 예측과 관련 반박을 준비하는 등 무기를 만드는 단계로 보면 된다"며 "특히 관련 정책과 밀접한 젊은 의사의 생각이 굉장히 중요하다. 이와 함께 산하단체 의견을 취합해 이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정책연구소와도 긴밀히 협조하고 있다. 의정연은 그동안의 연구로 의사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의 위험성에 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발표된 OECD 경제보고서가 정치권의 주요 근거로 제시될 수 있어 이에 대한 반박도 준비 중이다. 해당 보고서엔 우리나라는 전문의와 입원 진료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어 의사 정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발표 당시 의협은 해당 보고서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여선 안 되며 의정연을 통해 관련 내용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의정연은 OECD 경제보고서는 국내에서 보고된 내용을 취합한 것으로 현 상황을 종합적으로 짚는 자료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일본과 미국 역시 우리나라와 같은 의사 정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필수의료는 정원이 문제가 아니라는 것. 하지만 정치권 시선이 의사 정원과 공공의대에 매몰돼있다는 우려다.

의정연 우봉식 소장은 초고령 사회로 의료비 폭증이 예견된 상황에서 의사 정원을 늘릴 경우 국민건강보험 재정이 붕괴 수준에 이를 것으로 진단했다.

우 소장은 "2007년 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가 국민 1000명당 1명으로 증가하면 의료비가 종전대비 22%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행위별 수가제를 시행하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의사 수를 늘린다면 건보 재앙을 넘어 국가 붕괴 수준의 사단이 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영국, 러시아에서 공공의료로 서비스 질이 떨어져 영리 병원이 등장하는 등 해외 실패사례가 많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유행세 당시 의료원이 병상이 있음에도 확진자를 받지 않는 등 문제가 명확하다"며 "의료비는 폭증하는 반면 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것이 분명한데 이를 확대하겠다는 저의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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