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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러온 돌이 보는 '의대 입학 열망' 현상

이진규 학생(경북의대)
발행날짜: 2022-06-07 05:00:00

이진규 학생(경북의대 본과 4학년)

수학과 과학을 좋아하는 우리나라 고등학생이라면 진학 상담시 선생님으로부터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보았을 선택지가 '의과대학 진학'일 것이다. 이상하리만치 우리나라에서는 의과대학에 진학해 의사가 되는 것에 대해 고 평가되어 있는 듯하다. 실제로 수학능력시험 이후 입시 결과를 참고해보면, 이과 계열 상위권 학생들은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전국의 의과대학 정원을 채우게 된다. 만인의 선망의 대상으로 평가되는 국립대학교인 서울대학교의 유명한 자연계열, 공학계열 학과 타이틀조차 지방 사립대 의과대학을 채우고 나서야 채워지는 것을 보면 무엇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번 칼럼에서는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의과대학에 편입학 하여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 '굴러들어온 돌'인 필자의 입장에서 현재 고등학생들이 의대 입학을 열망하는 사회현상을 살펴보고 그 원인에 대한 생각을 나눠 보고자 한다.

사회 공헌 활동과 취약 계층을 위한 교육기부를 위해 대한민국 인재상 수상자들이 모여 만든 비영리 임의단체 '인스타(인재상 수상자들의 스스로 타인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의 대표 위치에서 기획해서 진행중인 사업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들을 위한 진로 멘토링 사업'이 있다.

여러가지 사정 때문에 학교를 떠나야만 했던 중고등학교 청소년의 경우 제도권 밖에서 학업을 지속해야하기에, 시험을 위한 공부는 사교육을 통해 충당할 수 있더라도, 그 외에 학교에서 행해지는 진로나 적성 관련 교육은 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학교 밖 청소년들을 모아 각자의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온 인재상 수상자들과 연결하여 그들의 경험을 나누고 새로운 시각(insight)를 얻어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주도적으로 만들어가기를 기대하며 행사를 기획했다.

하지만 멘토링에 참가한 학생들의 요구는 우리의 기대와는 크게 달랐다. 첫 멘토링에 참가하겠다고 신청한 5명의 학생 중 실제로 참가했던 학생은 3명이었는데 그들은 성공적인 대학진학을 위해 '자발적으로' 학교를 자퇴한 이른바 '전략적' 학교 밖 청소년들이었다. 멘토링에 참석하지 못한 나머지 2명의 청소년들은 센터 선생님의 권유로 신청하긴 했지만, 그들은 대학 진학 혹은 진로 설정에 큰 관심이 있어서가 아닌, 생계 혹은 가정 환경의 이유로 학교를 나온 친구들이었다.

멘토링에 참가한 세 학생들의 공통적인 목표는 '의대 진학'이었다. 의대생이 멘토로 참여하는 행사라 하여 관심을 갖고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일반 고등학생의 의대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또 다른 사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고등학생의 입시를 담당하는 학원가에서 원생을 모으기 위한 이벤트로 이따금씩 주최하는 행사가 바로 '의대생 초청 공부법 혹은 합격 비법 특강'이다.

한 학원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 행사에 100명이 참가하면 3분의1은 의대생이 어떤 사람인지 단순히 보고 싶어서, 3분의1은 진심으로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학생들이, 3분의1은 부모님 등쌀에 떠밀려서 참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 중에서 실제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몇명이나 되느냐는 질문에 아무리 명문고등학교라고 해도 일반 평준화 고등학교 기준 5명 이상 보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니, 행사에 참가한 100명의 학생 중 실제 의대에 진학하는 학생은 1명에서 2명뿐이라고 한다.

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이 의과대학 진학을 갈망하는 이유에 대한 나의 생각을 간추려 보자면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의사라는 직업이 가지는 안정성과 높은 수익, 둘째는 성공적인 직업으로 인정해주는 사회 분위기, 셋째는 의사 면허증 취득 이후 다른 분야의 하고 싶은 일을 비교적 쉽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평균적으로 높은 급여를 받으며 일할 수 있다는 의사라는 직업은 자격증으로 보장받는 직업이기에 일하기 싫을 때까지 일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분명히 있다. 또한, 타인을 치료해주고 도와주는 직업의 특성상 다른 이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대상으로 살아 갈 수 있는 점 또한 충분히 매력적인 부분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의사가 되어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과 안정성은 충분히 다른 직업을 통해서도 보장받을 수 있다. 그리고 타인을 이롭게 하면서 존경을 받을 수 있는 직업 또한 의사 외에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오히려 공과대학을 졸업하고 의대에 편입학해서 의대 동기들을 관찰해보면, 의사라는 외길만을 걸어가는 길 가운데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친구들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된다. 되려, 대부분이 임상의사라는 길을 걸어가고 있는 거대한 물결에 휩쓸려 자신이 살아가고 싶은 삶을 부모와 사회의 기대에 맞춘채 떠밀려 가고 있는 친구들을 볼 때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

실제로 전문의를 취득한 이후 의사 외의 다른 직업을 선택해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최근 부쩍 늘어나는 것을 보면, 의대에 진학한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부족했음에 대한 근거가 되어줄 수 있다.

한정된 사회의 자원과 관심이 특정 부분으로 쏠리는 것은 전체 사회의 발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의대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들로, 의전원 제도 도입과 폐지, 의과대학 편입학, 이공계 박사 전문연구요원을 통한 군면제 등이 있었으나 2022년 현재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현재 파격적인 제도 개편을 통해 의과대학 입시에 대한 과도한 관심이 집중되지 않는 정책과 제도들이 제안되고 실현되어 우수한 이공계 인재들이 각계 분야에서 뜻하는 바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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