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류마티스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인자로 '태반성장인자'를 지목했다. 향후 이 태반성장인자를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한다면 면역체계 이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왼쪽부터 서울성모병원 김완욱, 유승아 교수
서울성모병원 류마티스내과 김완욱 교수팀은 13일 병든 림프구를 자극해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혼란에 빠트리는 결정적 인자인 '태반성장인자' 찾아냈다고 밝혔다.
태반성자인자는 혈관을 생성하는 주요 인자 중 하나로, 임신 중 태반에서 생산돼 태반 내 혈관 형성과 영양막 성장을 촉진시킨다.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관절 내에서 정상인 관절보다 4배 이상 많이 발견된다.
김 교수팀은 이 태반성장인자가 병든 림프구에서 다량 분비돼 혈관 형성을 과도하게 유발한다는 것을 관찰했다. 이로 인해 류마티스 관절염 등 병이 생긴 부위에 혈관이 잘 발달된 경우 증상이 악화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연구 결과, 태반성장인자는 '인터루킨17'이라는 면역반응 유도 물질을 상위 조절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바이오의약품들 중 일부는 이 인터루킨 17을 차단하는 기전으로 개발됐다.
실제로 태반성장인자를 만드는 림프구를 제거한 생쥐의 다리에 만성염증을 유도한 결과 뒷다리 관절의 붓기가 현저히 줄어드는 등 인터루킨 17을 만드는 병든 면역반응이 줄어들고 염증반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반대로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위적으로 태반성장인자를 많이 만드는 림프구를 만들었더니 인터루킨 17이 증가하면서 증상이 나빠졌다.
즉 태반성장인자가 인터루킨 17을 조절하는 한 단계 위의 새로운 약물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를 활용하면 류마티스 관절염, 다발성 경화증 등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
김완욱 교수는 "태반성장인자를 억제할 경우 혈관의 증식과 림프구의 비정상적인 활성을 감소시키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면서 "부작용 없이 류마티스 관절염과 같은 난치성 면역질환을 근원적으로 치료하는 핵심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리더연구자지원사업의 지원으로 진행됐다. 네이처 자매지 '네이처 이뮤놀로지'(Nature Immunology)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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