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7·30 재보궐선거에서 전남 순천·곡성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서 이 후보의 주요 공약 중 하나인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을 두고 의료계의 우려가 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26년 만에 처음으로 광주·전남 지역에서 보수정당 출신 국회의원이 탄생했다는 점에서 이정현 후보의 당선은 이번 보궐선거의 최대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반면 의료계는 보수정당 출신이 전남 지역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는 사실보다 이 후보의 공약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다.
이 당선자는 주요 공약으로 순천대학교 의과대학 신설을 내세웠다. 이미 선거운동 기간에 "국회의원에 당선되면 당장 추진하고 싶은 것이 순천대학교 의대 추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순천을 중심으로 인근 지역의 응급의료에 대한 접근성이 열악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당선자는 "순천, 여수, 광양을 포함해 남해, 하동과 보성 구례, 곡성, 저기 고흥에 이르기까지 이 지역에 사는 많은 사람은 갑자기 크게 아프거나 응급상황이 생겼을 때 구급차를 타고 (다른 지역으로)가야한다"며 "(응급상황에서)초기에 가장 중요한 것이 초단위로 아껴야 할 시간인데 한 시간 이상씩 달려가서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역 내 의대 유치는 절대적으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순천의료원을 활용 및 서울대병원 순천 분원 등을 추진하겠다는 구체적 계획까지 제시했다.
그는 "순천의료원을 최대한으로 리모델링을 하고 확장하겠다. 순천대학교 의대가 유치된다고 하면 지체없이 부속병원으로 쓸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싶다"며 "여천, 여수, 해룡, 광양공단의 많은 산업재해를 감안하면 산재병원도 제대로 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대학교 병원을 순천에 설치하거나 그것이 안 된다면 다른 대학교의 의대 분원을 설치를 하고자 한다"며 "당선돼 (국회로)올라가면 순천 시민이 가장 원하는 순천대 의대 유치라는 것을 여러 사람에게 알리고 다른 지역에서 눈치를 못 채게 구체적으로 물 밑으로 이런 구상들을 하나씩 실천에 옮기겠다"고 설명했다.
대한의사협회 강청희 부회장은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자는 지역내 응급의료 미충족을 의대 신설을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며 "응급상황에 대한 지역 내 미충족 욕구는 대학병원 신설로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강 부회장은 "대학병원은 교육과 연구가 목적이지 응급의료가 목적은 아니다"며 "응급의료법이 있는 만큼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배출, 지정함으로써 응급의료의 공백을 메우는 것이 효과적이다. 의대신설을 교육적 검토가 우선이다. 이 당선자의 공약은 포퓰리즘적이다"고 지적했다.
순천대 의대 신설 시 제2의 서남의대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의대 신설이 중요한 게 아니라 기존 의대들로 하여금 일정 수준의 질을 유지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순천대 의대가 신설될 경우 자칫 서남의대 사태가 되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취지가 지역 의료서비스 향상이라면 공공의료 기관 확충과 지역내 민간의료기관을 지원해 시설과 여건 갖추게 하는 게 빠른 길"이라며 "선거철마다 의료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책임질 수 있는 공약을 발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정현 당선자 측은 순천의대 신설이 쉽지는 않지만 지역 주민의 염원인만큼 적극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당선자 캠프 관계자는 31일 메디칼타임즈와의 통화에서 "이 당선자는 출마 기자회견때부터 지역 주민의 염원인 의대신설이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며 "다른 후보들은 의대를 유치하겠다고 할 뿐 로드맵이 없었지만 이 후보는 순천의료원 활용 등의 로드맵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일단은 순천의료원을 대학병원 부속 병원으로 지정할 만큼의 규모 키우는 것을 검토하게 될 것"이라며 "대학병원을 새로 짓는 것에 비해 비용이 굉장히 절감될 뿐 아니라 원도심 지역경제 활성화도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교육부와 복지부를 아우르는 논의구조를 가져가겠다는 계획도 제시했다.
그는 "이 당선자는 교육부, 복지부와 같이 유관부처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나갈 것인지 등 발을 맞추며 조율할 것"이라며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면 당연히 개정작업을 할 것이고 당정 협의 안건으로도 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순천의대 신설은 당위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에 꾸준하게 노력하면 윤곽을 잡을 것"이라며 "의대신설과 관련해 흩어져있는 로드맵을 한 곳으로 모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보수정당 최초의 호남권 승리라는 의미를 감안할 때 새누리당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이 당선자의 승리는 지역감정을 허물로 화합을 이루는 단초이자 선거혁명"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 차원에서 (이 당선자의 공약 지원에 대한)피드백이 없으면 당의 존립 의미가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대학병원 신설에 따른 지역 로컬의 피해 보완도 마련 중이라고 밝혔다.
그는 "의대 추진이 성사될 경우 지역내 민간의료기관의 수익과도 직결된다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며 "순천의대를 특성화 시키는 방안도 이미 초안을 잡아놨으며 향후 전문가 토론회와 협의를 통해 파생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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