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신 31주 복통으로 병원을 찾았다 자궁파열로 응급제왕절개를 받은 산모 A씨의 태아에게 영구적 뇌손상이 발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진 과실이 없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0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15민사부(재판장 최규연)는 환자 A씨 등이 의료법인을 상대로 제기한 15억여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기각했다.
임산부 A씨는 20주 2일째인 2019년 9월 9일 B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A씨에게 임신 출산력 및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없다는 사실 등을 확인했다.
다만, 2017년 12월경 자궁근종수술을 받은 수술력이 있어 초기진단명은 '기타 이전 수술에 의한 자궁흉터에 기인한 산모관리'로 기재됐다.
A씨는 이후 약 1~4주 간격으로 B병원에 계속 내원해 산전검사 등 진료를 받았다. 임신성 당뇨병, 지방간, 혼합형 고지혈증에 대한 검사결과 정상소견인 등 산모와 태아의 건강은 전반적으로 양호했다.
한편 분만예정일은 처음 내원시 2020년 1월 25일에서 2월 2일로 변경되면서, 1월 20일 제왕절개술을 예정했다.
하지만 A씨는 임신 31주 5일째인 2019년 12월 6일 새벽 3시경 119구급차를 타고 B병원 응급실을 찾아, 오른쪽 옆구리부터 배꼽 방향으로 둔하게 퍼지는 통증이 있다고 호소했다.
의료진은 활력징후를 측정하고 통증을 평가하면서 주증상을 '오른쪽 하복부 통증'으로 보고, 전자태아감시장치를 적용해 비수축검사를 한 다음 신체검진을 진행했다.
이후 의료진은 '급성충수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혈액검사 등 추가적인 검사 없이 영상학적 평가 및 수술적 처치가 가능한 인근 C병원으로 환자를 전원했다.
A씨가 C병원 응급실에 도착했을 때, 혈압 110/70mm/Hg, 맥박 92회, 호흡 18회, 체온 36.2도로 의식상태가 명료했다. 다만 지속적인 복부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A씨가 자궁내임신 환자임을 확인하고 B병원에서 확보하고 온 정맥주사로를 통해 수액과 진통제(데노간) 투여를 시작했다.
이후 의료진은 충수염 감별 등을 위해 MRI 검사를 진행했다. 판독 결과 급성충수염은 보이지 않고, 우측 수신증이라고 결론지었다.
의료진은 응급 경피적 신루설치술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당일 12시로 수술 일정을 잡았다. A씨는 수술을 대기하면서 호흡곤란을 호소해 비강캐뉼라를 통해 분당 2L 산소공급이 이뤄졌고, 지속적으로 우측 옆구리 부위 쑤시는 양상의 통증을 호소했다.
의료진은 11시 20분경부터 30분 동안 비수축검사를 진행했고, 태아 변이도 '중등도 내지 활발'한 것을 확인했다. 다만 조기진통이 의심돼 자궁수축억제제(마그네슘)를 투여했으나 A씨가 오심, 구토를 보여 중단했다.
의료진은 12시 혈관조영실에 도착해 신루술 삽입 시행 전 도플러 초음파검사를 했고, 태아심장박동수는 150~160회로 측정됐다. 시술은 우측 신장에 카테터 삽입 후 종료됐으며 도플러 초음파검사를 통해 태아심장박동수는 130~140회로 측정됐다.
의료진은 A씨를 응급실로 이실했다. 하지만 수술 후 환자는 간헐적 복부 통증을 호소했고, 오후 1시경 비수축검사 및 도플러 초음파 결과 태아심장박동수가 잡히지 않았다.
이에 산부인과 전문의가 산과 초음파를 진행한 결과, 태아 서맥 상태로 회복되지 않자 응급제왕절개술을 결정하고 수술에 필요한 절차를 생략한 채 산소를 최대로 공급하며 수술실로 내려갔다.
오후 1시 25분경부터 응급제왕절개술이 진행됐다. 분만 후 A씨의 복강내 약 2500mL의 혈액복강이 관찰됐고, 이전 근종수술 받은 것으로 추정되는 부위에 약 10㎝의 자궁파열이 확인됐다.
의료진은 자궁파열 부위를 봉합하고, 응급수혈을 진행 후 수술을 마쳤다. A씨는 입원치료를 받은 뒤 12월 30일 퇴원했다.
제왕절개로 출산한 A씨의 태아는 '초기울음 없음, 심장박동수 60회 미만, 자발호흡 없고 처져있음' 등의 상태를 보여 대기하던 소아청소년과 의료진이 곧바로 소생술로 양압환기를 진행했다.
약 1분간 양압환기 후 심박동수 124회, 산소포화도 58%인 등 청색증을 보이고 산소포화도가 60%대에서 오르지 않자, 의료진은 기관내삽관 완료 후 양압환기를 시했해 심박동수 157회, 산소포화도 92%까지 올라왔다.
의료진은 양압환기기계를 사용하면서 태아를 인큐베이터로 이동해 신생아중환자실에 입원시켰다. 이후 신생아 집중치료실에서 2020년 2월 8일까지 계속 치료를 받았다.
A씨의 신생아는 현재 상태는 뇌성마비 대운동 기능분류 시스템 5단계(수동휠체어로 다른 사람이 옮겨줘야 한다)로 평가되며, 대운동 기능평가 결과 뇌영상 자료 및 치료경과 등을 기반으로 장애유형 뇌병변의 '심한 장애'로 판정받았다.
신경외과 전문의는 '출생 당시 호흡과 관련된 문제로 발생한 저산소성(허혈성) 뇌손상으로 인해 심각한 신경학적인 장애가 남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감정했다.
이에 A씨는 의료진 과실로 태아에게 영구적 뇌손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2년 전 자궁근종절제술을 받았고 임신주수 32주로 말기에 해당해 자궁파열의 위험성이 높았음에도 의료진은 자궁파열을 의심하지 않아 결국 태아가 장시간 저산소성 뇌손상에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MRI 검사결과 자궁파열 진단 후 곧바로 응급제왕절개술을 해야 했지만 이 또한 지체됐다"며 "출생 후 30초 이내에 기도를 확보하고 1분 이내에 양압환기 등을 시행했어야 하지만 실패해 결국 영구적 뇌손상을 입게 됐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우선 B병원은 A씨가 내원하자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초음파를 통해 태아 위치, 태반, 자궁, 양수 상태에 이상 없음을 확인 후 인턴의 동행 하에 환자를 C병원으로 전원했다"며 "이 과정에서 필요한 조치가 없었다거나 불필요한 조치를 통해 시간이 지체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환자에게 자궁근종술을 받은 수술력이 있지만 태아심장박동수가 정상이고 이상이 없었기 때문에 곧바로 자궁파열을 의심하고 추가검사를 진행했어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도 밝혔다.
또한 "C병원은 MRI 검사 후 충수돌기가 있는 부근에 복수가 있어 충수염인지 여부를 확정하기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며 "임신 중이라 조영제를 사용하지 못하고 여러 방향에서 확산강조영상 등을 촬영했고 영상에서 복수도 있어서 평가가 쉽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진료가 지연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의료행위 자체가 가지는 일반적인 위험성과 불확실성에다가 결과를 예측하고 조치를 결정하기도 어려운 분만과 출산에 대한 산부인과 진료의 특성이나 한계 등까지 고려하면 의료진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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