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김승직 기자] 정부가 병리 인공지능(AI) 활용에 대한 보상체계를 마련했지만, 실제 의료현장에 이를 적용하기 위한 기반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이 실제 의료현장에서 성과를 내려면,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에 대한 국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요구다.
4일 디지털병리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정부와 국회에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재정지원과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의료AI 기술 개발 지원을 넘어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는 제언이다.

협회가 문제 삼은 것은 디지털 병리 시스템 도입에 따른 의료기관의 비용 부담이다. 병리 AI를 활용하기 위해선 슬라이드 스캐너와 대용량 저장장치, 영상관리시스템 등을 갖춰야 해 초기 구축 비용뿐만 아니라 유지관리 비용도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것.
특히 정부가 병리 AI 활용에 대한 비급여 보상체계를 마련했더라도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비용이 해결되지 않으면 실제 의료현장에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이런 부담을 개별 의료기관에만 맡길 경우 병원 규모와 여건에 따라 디지털 병리 도입 격차가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단순한 의료기관 간 기술 격차를 넘어, 환자가 받는 진단 지원과 전문의 협진 기회의 차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디지털 병리는 병리 슬라이드를 디지털 영상으로 전환해 전문의 판독과 AI 분석에 활용하는 기술이다. AI가 병변 탐지와 바이오마커 정량 평가 등을 보조해 암 진단의 정확성과 일관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또 의료기관 간 영상 공유를 통해 희귀암 등 진단이 어려운 증례의 협진과 이차진단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역 간 진단 접근성 격차를 줄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디지털 병리 인프라가 먼저 갖춰져야 한다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AI 기술이 개발되더라도 실제 진료현장에서 이를 활용할 수 없다면 환자가 체감하는 의료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것.
실제 해외에선 디지털 진단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가 추진되고 있다. 영국 정부는 2026년 국가 암 계획을 통해 디지털 병리를 포함한 디지털 진단 분야에 6억 400만 파운드, 조직병리 자동화에 9600만 파운드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우리나라 역시 기술 개발 중심의 지원에서 벗어나 의료기관의 실질적인 도입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별 디지털 병리 도입 현황 및 구축 비용 파악 ▲의료기관 규모·여건 고려한 재정지원 방안을 마련 ▲병리 AI 보상기준을 개선 및 디지털 병리 시스템 구축·유지 비용 지원 방안 별도 검토 ▲영상 품질과 데이터 표준, 개인정보 보호 및 보안 기준을 마련 ▲단계적 확산계획 수립 등을 요구했다.
디지털병리협회는 "의료 AI 강국은 기술 개발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개발된 기술이 실제 진료현장에서 활용되고 국민이 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앞으로도 디지털 병리 인프라 구축 지원과 건강보험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정부와 국회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마련하도록 요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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