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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F 2026서 드러난 대웅의 '디지털굴기'…동반성장 숙제

발행날짜: 2026-08-25 05:30:00

약에서 디지털 의료로 성장 방향 무게중심 뚜렷
치료, 예방, 검진 등 서비스도 다양…유명기업 투자

대웅제약이 지난 8월 19~20일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6)에서 12곳의 얼라이언스 협력업체들을 소개하면서 디지털의료의 선두를 표방하는 모습이다.

[메디칼타임즈=박상준 기자]대웅제약이 디지털 의료의 성장성을 일치감치 내다보고 전폭적인 투자와 더불어 빠르게 '디지털 굴기'를 향한 대전환을 모색하고 있다. 그 단면을 볼 수 있는 자리가 지난 8월 19~20일 열린 국제 병원 및 헬스테크 박람회(KHF 2026)였다.

대웅은 이 기간동안 짙은 오렌지빛으로 통일된 대형 파빌리온(부스)를 만들어 놓고 시선을 끌어모았다. 그러면서 협력하는 기업들과 투자업체들을 한 곳에 모아 놓았다. 이는 모든 의료인에게 방향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디지털 의료 주도권을 갖겠다는 이미지를 보여준 것이다.

대웅은 이를 '대웅 얼라이언스(DAEWOONG Alliance)'로 부른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대웅제약이 그동안 물밑에서 진행해온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 확장의 실체와 야망을 처음으로 대외에 공식화한 자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얼라이언스에 포함된 디지털 헬스 대표기업은 12개곳. 프리메디우스, 메디컬에이아이, 아크, 스카이랩스, 에버엑스, 엑소시스템즈, 티알, 씨어스, 퍼즐에이아이, 휴로틱스, 올쏘케어로 낮선 이름과 달리 각자 분야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1티어 기업들이다.

업계는 이른바 예측, 진단, 치료, 관리 등 모든 분야를 다 섭렵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Zone.1 예측·예방 — 병 걸리기 전에 잡는다

기업을 보면 대웅의 방향성도 보인다. 기업을 소개하면, 우선 아크(ARK INC.)는 망막 이미지를 AI로 분석해 만성질환 합병증을 예측하는 'WISKY' 플랫폼을 가진 전도유망한 기업이다. 망막 혈관 상태를 통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을 가늠하는 방식으로, 대웅제약과는 이미 아파트 커뮤니티 기반 프리미엄 헬스케어 라운지 '상벨(SANVEL)' 운영을 위한 업무협약도 맺은 바 있다. 그만큼 검증된 기업이다.

또 프로메디우스는 이번 얼라이언스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다. 흉부 X-ray 한 장을 AI로 분석해 3초 만에 골다공증 위험도를 제시하는 'Osteo Signal'이 핵심 기술을 가졌다. 별도 검사 없이 기존 병원 워크플로에 얹어 위험군을 선별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최근 215억원 규모 투자 라운드에 대웅제약과 네이버가 나란히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고, 대웅제약은 지분 3.9%를 확보했다. 베트남·인도네시아 인허가를 마쳤고 미국 FDA, 유럽 CE MDR 승인도 추진 중이다.

메디컬에이아이는 갤럭시워치 심전도 센서를 활용한 AI ECG 분석으로 심장질환을 선별한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이 회사에 투자를 단행한 바 있다. 엑소시스템즈는 움직임 속 기능적 이상을 잡아내는 'Dynamic EMG' 기술로 근골격계 이상을 조기에 발견한다. 공통점은 모두 진단분야의 국가대표급 기업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Zone.2 진단 — 반지 하나로, 튜브 하나로

반지회사로 잘 알려진 스카이랩스도 대웅의 얼라이언스다. 이 기업은 반지형 혈압계로 이미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CART BP pro'는 반지처럼 손가락에 끼우기만 하면 맥박 파형을 분석해 24시간 혈압을 실시간 측정한다.

이 기술력을 눈여겨본 일본 오므론 그룹의 벤처캐피털 오므론 벤처스가 재무 투자를 단행했고, 오므론헬스케어와는 글로벌 사업 확장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도 체결했다. 국내 혈압측정 가이드라인에도 등장했고 전문가도 인정할 정도로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인데, 이는 대웅이 확대하려고 하는 환자 모니터링의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다.

호흡기 진단 검사 솔루션 회사인 티알. 대웅제약과 협력해 판로를 확장하려는 움직임이다.

티알(TR Corporation)도 강력한 기업이다. 이 회사는 'The Spirokit'이라는 폐기능 검사 솔루션을 갖고 있다. 폐기능 측정과 진단이 어렵다는 현실에 착안해 개발했고, 그 편리성을 인정받아 벌써부터 널리 쓰이고 있다. 수가도 받는 이른바 대박 아이템이다.

대웅제약과 네이버로부터 나란히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으며, 대웅제약과는 국내 총판 계약까지 체결했다. 특히 폐기능 데이터 판독에 네이버클라우드의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연계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제약사·플랫폼기업·의료기기기업 3자가 하나의 사업 구조로 엮인 사례다.

Zone.3 치료 — 스마트폰과 로봇이 재활을 돕는다

에버엑스(EverEx)의 'MORA Cure'는 스마트폰 기반 무릎 통증 디지털치료 솔루션이다. 카메라로 동작을 분석해 근골격계 기능을 평가하고 개인 맞춤형 재활운동을 처방한다. 대웅제약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대웅인베스트먼트'가 시리즈B 투자자로 참여한 포트폴리오 기업이기도 하며, 업계에서는 대웅제약이 이 회사를 아예 인수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다음으로 올쏘케어(Orthocare)는 근골격계 질환에 특화한 디지털 헬스케어 솔루션 'ANAPA'를 개발한 기업이다. 엑소슈트 형태의 착용형 보행재활로봇인 휴로틱스(Hurotics)도 대웅이 품고 있다. 'H-Medi'는 노인이나 뇌졸중 환자의 보행 재활을 물리적으로 보조하는 웨어러블 로봇으로, 향후 고성장 시장이 예상되는 만큼 아낌없는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Zone.4~5 모니터링·사후관리, 진료 효율화 — 데이터를 잇는다

카톨릭의대 조재형 교수가 개발한 아이쿱(iKooB)도 대웅이 투자하고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다수 환자의 실시간 혈당을 모니터링하는 CGM(연속혈당측정) 솔루션이 핵심이다. 대웅제약은 최근 이 회사에 15억원을 투자하며 입원 환자 혈당 모니터링과 의원급 진료지원 플랫폼 확보에 나서고 있어, 실질적인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 효자 아이템으로 꼽히고 있다.

퍼즐에이아이의 음성인식 기반 의무기록 자동화 솔루션도 대웅제약이 판매한다. 'V-Puzzle'은 의료진의 진료 기록 부담을 줄여주는 도구로, "의무기록 자동 작성의 시대"를 알리는 제품이다.현재 대학병원 영상의학과에서 음성판독을 자동으로 기록해주고 있어 확장일로에 놓인 제품이다.

환자 모니터링 시스템의 국가대표라고 볼 수 있는 씨어스도 대웅이 주도하고 있다. 씨어스는 2024년 코스닥 상장 이후 시가총액이 공모가 대비 6배 이상 뛰며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대웅제약은 이 회사 지분 2.63%(장부가 431억원)를 보유하고 있어 향후 동반자의 길을 예고하고 있다.

예측예방과 진단에서도 다양한 회사들과 얼라이언스를 맺고 있다.

이처럼 대웅제약이 내로라하는 디지털 기업을 속속 흡수하며 디지털 헬스케어에 힘을 싣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그동안 영위했던 제약사 유전자를 시대 흐름에 맞춰 디지털의료로 바꿔보겠다는 주도 면밀한 전략이 깔려 있다.

그런 판단의 배경에는 이른바 성장성, 시장성, 사업성에 있다.

신약 개발은 임상 단계별로 시간과 비용이 막대하게 드는 반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미 개발된 스타트업의 기술에 자사의 병·의원 영업망을 결합하는 방식이어서 상대적으로 빠르게 매출로 연결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실제 대웅제약은 원격 모니터링 '씽크(thynC)', 반지형 혈압계 '카트비피', 연속혈당측정기 등을 앞세워 지난해 디지털 헬스 부문에서만 50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또다른 이유는 오너 3세 승계 구도와 맞물린 신사업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업계에서는 윤재승 전 회장의 장남인 윤석민 팀장이 디지털 헬스케어 기업 발굴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단순한 재무적 투자를 넘어 전략적 투자자로서 지분을 확보하고 사업 협력까지 결합하는 방식이 최근 두드러지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그외에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이자 패권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도 무시할 수없다.

국내 디지털헬스산업 매출 규모는 지난해 7조7409억원으로 전년 대비 18.7% 성장했다. 의료 서비스의 무게중심이 '치료'에서 '예방·관리'로 옮겨가면서, 기술력은 있지만 영업망이 취약한 스타트업과 영업망은 있지만 기술 혁신 속도가 더딘 전통 제약사 간 '윈윈' 결합이 업계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업계 전반에 파급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유한양행은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휴이노'의 2대 주주로 참여해 AI 심전도 모니터링 기기 '메모 큐'의 국내 보급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종근당은 에이슬립과 손잡고 수면무호흡증 디지털 진단보조기기 '앱노트랙'의 국내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다. 대웅제약 스스로도 최근 의료 AI 기업 웨이센과 손잡고 AI 내시경 소프트웨어 '웨이메드 엔도'의 국내 판매를 맡는 등, 하나의 얼라이언스에 그치지 않고 개별 제휴를 계속 늘려가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가 가진 전국 단위 병·의원 영업망과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결합하는 '윈윈 모델'이 국내 상위 제약사들 사이에서 사실상 표준 전략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 안에서도 대웅제약의 행보는 유독 공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상반기에만 6개 기업에 74억원을 신규 투자했고, 최근 3년간 누적 직접 투자액은 165억원에 달한다. 단순 재무 투자를 넘어 판권 확보, 총판 계약, 지분 투자를 동시에 결합하는 '전방위형' 전략을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제약사들의 개별 제휴와는 결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얼라이언스 파트너의 성장과 지속가능성 투자가 관건

전문가들은 대웅제약의 얼라이언스 전략 방향 자체에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도, 성공을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대웅제약이 판매하고 있는 환자 모니터링 씨어스 제품군을 전시 시연하고 있다.

행사기간 현장에서 만난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수익모델의 검증'을 꼽는다.

실제 병원이 서비스를 채택하려면, 건강보험 수가에 반영되거나 자체 예산으로 도입할 명확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국내 디지털헬스산업협회 통계에서도 확인되듯 아직 시장은 '의료용 기기' 중심으로 형성돼 있고, 디지털 건강관리 플랫폼 비중은 3%대에 불과하다. 개별 기술의 화려함과 별개로, 이를 묶어 실제 매출로 만드는 '사업화 능력'이 관건이라는 얘기다.

또다른 지적으로는 '파트너십의 지속가능성'도 있다. 디지털 헬스케어 업계 관계자들은 "제약사와 스타트업 간 협업에서 스타트업 쪽은 영업망을, 제약사 쪽은 혁신 기술을 각각 원한다"며 "이 균형이 무너지면 협력 관계가 오래가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는 의료 규제 대응, 임상적 효과 입증, 병원 워크플로 적합성 확보에 실패해 3년 안에 사업 방향을 접거나 전환하는 사례가 드물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대웅제약이 파트너사의 지분을 사들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이들이 실제 임상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규제 대응과 데이터 표준화까지 함께 짊어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날 대웅제약 한 투자사 관계자는 "제약사가 주도하는 얼라이언스가 성공하려면 결국 파트너사들이 '을'로 전락하지 않아야 한다"며 "파트너사들의 성장 로드맵과 요구사항을 세심하게 반영하지 않으면, 영업망을 빌려 쓰는 관계에서 그치고 만다. 대웅제약이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개별 기업들의 목소리를 얼라이언스 운영 구조 안에 제도적으로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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