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 증원 정책이 충분한 교육 인프라 확보 없이 추진되면서, 학생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소진시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의료계 지적이 나온다. 의대생들은 과도한 학업 부담 및 교육 질 저하 등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는 비판이다.
28일 대한의사협회 김경태 감사는 성명을 내고, 정부 의대 증원이 교육 여건을 선제적으로 갖추지 않은 채 학생 수만 우선적으로 늘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지적했다.

증원 결정 이후 전임교원 확보는 2030년까지 단계적 계획에 머물러 있다. 반면 현장에서는 정년퇴임과 사직으로 교원 수가 줄어 교수 1인당 학생 수가 급급증하며 교육 환경이 악화했다는 분석이다.
시설 부족 문제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례로 충북대학교 의과대학의 경우 강의실이 부족해 임시 공간이나 극장형 공간을 동원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증설 공사는 2026년에나 완료될 예정이다.
해부학 실습 또한 기존 10개 테이블을 17개로 늘려 운영하고 있으나, 한 테이블당 10명 안팎의 인원이 배정돼 실습의 밀도와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학사 운영의 파행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학생들은 한 학기에 31학점을 이수하는 등 사실상 1년 치 교육 과정을 단기간에 몰아서 수강하고 있다는 것.
실제 충북대 의대 24학번 재학생 3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현재 수업을 듣는 학생들조차 대학 생활의 스트레스와 졸업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감사는 "지역의료에 기여하겠다는 포부를 가졌던 학생들이 교육 환경 부실로 인해 졸업 후 지역을 떠나겠다는 선택을 고려하고 있다"며 "지역의료 활성화라는 정책 목표가 오히려 학생들을 밀어내는 역설적인 상황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원이 급격히 늘었음에도 인턴과 전공의 수련 기회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없어 학생들은 공정한 평가와 향후 진로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며 "의대 정원 문제는 숫자를 넘어 학습권과 교육의 질에 직결된 문제다. 정부는 지금 교실과 실습실에서 벌어지는 현실을 직시하고 정책의 성패를 학생들의 삶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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