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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의대생 '6만 년 시간' 낭비…뼈아픈 의정갈등 대가"

발행날짜: 2025-08-21 05:30:00

의료정책학교 장재영 교육연구부장(서울대병원 전공의)
"의료계, 메타인지 부족…구체적 대안 없이 국민 설득 어려워"

"의정갈등은 개인적으로 사회적 문제에 대해 숙고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전공의 전체로 보면 너무나 큰 사회적 손실이었다. 의대생과 전공의 약 3만명이 2년간 투쟁에 매달린 것은 결과적으로 '6만 년의 시간'을 허공에 날린 셈이다."

의료정책학교 교육연구부장으로 활동하는 서울대병원 장재영 전공의는 최근 메디칼타임즈를 만나 지난 1년 6개월의 의정갈등을 돌아보며 이 같이 밝혔다.

■ "전공의 모집 '지방-필수의료' 지원율, 윤 정부 의료개혁 성적표"

2024년 2월 윤석열 정부의 '의과대학 2000명 증원'으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마침표를 찍으며, 사직했던 전공의 상당수가 오는 9월 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장재영 전공의는 의정갈등 기간을 돌이켜보며, "개인적으로 의료계뿐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갖고 있는 문제에 대해 숙고해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그는 "전공의 집단 전체로 보면 너무나 큰 손실이었다"며 "약 3만 명의 전공의와 의대생이 2년간 투쟁에 매달린 것은 결과적으로 '6만 년의 시간'을 허공에 버린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그가 언급한 '시간 낭비'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다. 전공의와 의대생의 부재로 인해 필수의료 현장은 심각한 공백을 겪었고, 의료계와 정부 간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장 전공의는 이번 사태가 남긴 가장 큰 상처 중 하나로 '신뢰 상실'을 꼽았다.

그는 "젊은 세대들이 정부에 대한 신뢰를 굉장히 잃었고, 그 불신이 진료실까지 퍼지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가 1년 반 동안 의료정책을 강행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국민적 지지가 뒷받침됐기 때문인데, 의료계가 국민을 설득하지 못한 점은 자성이 필요한 동시에 섭섭한 마음도 있다"며 "진료실에서는 의사와 환자가 서로 한 편이 돼야 하는데 서로 신뢰가 깨져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의사 사회 내상 또한 심각하다. 장 전공의는 "어느 집단이든 갈등이 있을 수 있지만, 주류에 반하는 사람들을 공격하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축출하는 것은 성찰이 필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반대 의견이 제시되면 근거를 생각하고 논리적으로 따져봐야 하는데 '적'이라는 낙인을 찍고 감정적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어느 단체든 대표는 회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경청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전공의 복귀 이후 지도교수 등과의 갈등 또한 우려된다.

하지만 장 전공의는 "일부 극단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교수님들은 교육자로서 전공의와 학생들을 잘 지도해야 한다는 의식을 여전히 갖고 있다"며, "외부에서 보는 것처럼 갈등의 수위가 높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장재영 전공의는 의정갈등 1년 6개월의 시간은 향후 의료계에 나타나는 변화를 통해 평가받을 것이라 강조했다.

그는 "지난 1년 반의 시간이 의미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며 "전공의가 복귀한 후에도 다시 업무에 시달리고 아무 발전이 없다면 정말 실패한 정책, 낭비한 시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번 하반기 전공의 모집 결과가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 성적표"라며 "특히, 지방 의료기관 및 필수의료에 대한 전공의 지원율이 증명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 의료정책학교 2기 내년 상반기 목표…'비대면 진료·AI' 등 안건

장 전공의가 교육연구처장으로 활동 중인 의료정책학교는 지난 3월 개교식을 시작으로 16주간 진행, 지난 8월 1기 과정 수료식을 끝으로 공식 종료됐다. 그는 의대생부터 전공의, 전문의 등이 한데 모여 의료 정책 현안 등에 대해 논의를 진행해왔다.

의료정책학교 2기는 내년 상반기 쯤 재개될 전망이다. 오는 9월 의대생들이 복귀하면 내년 초까지는 학교 수업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

장재영 전공의는 "1기 의료정책학교에서 의대생들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의사가 되기 전 단계에서 본인들이 향후 몸 담을 의료계 정책에 대한 고민이 전공의 등 기성의사보다도 훨씬 크다는 것을 느꼈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향후 의료정책학교가 의사와 의대생을 뛰어넘어 간호사, 약사 등 보건의료 직종 전반으로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재영 전공의는 "의료계는 팀제로 근무하기 때문에 어느 한 직종에 국한되지 않고 서로 얽혀있는 문제가 많다"며 "어느 한 직종의 시각만으로는 해법을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의정갈등 역시 표면적으로는 정부가 의대정원을 2000명 확대해 전공의가 사직했다는 것뿐이지만, 사실 그 안에 간호법부터 의료전달체계, 전공의 수련문제 등 모든 것이 얽혀있다"고 밝혔다.

이어 "지난 1기 수업 때 간호법 및 PA와 관련해 전문간호사협회장이 직접 강의한 일이 있었는데 호응이 높았다"며 "다만 직역 간 간극이 여전히 크기 때문에 실제 확대 운영을 위해서는 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의료정책학교 2기는 비대면 진료 및 AI 등 기술 활용에 대한 내용이 주로 다뤄질 전망이다.

장 전공의는 "비대면 진료는 조건부 허용 등 세부 설계에 따라 실제 효과와 파급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전문가를 초빙해 제도 시행 시 예상되는 차이를 검토하고 의료계 대응 방안을 모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AI는 단순히 진료 효율성을 높이는 데 그치지 않고, 의료산업 전반의 발전과 직결되는 과제"라며 "국내 인프라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2기에서는 공공의료 및 통합돌봄 등에 대해서도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다.

■ "의료계, 메타인지 성찰해야…사회적 공감대 필요해"

장재영 전공의는 의료계 의견이 정책에 효과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메타인지(metacognition)'를 갖고 스스로 성찰하며, 구체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 반대만으로는 사회적 설득력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의료계 입장만을 고수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타당한지 고려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장 전공의는 "그동안 정부와 의료계 갈등을 살펴보면 양쪽 모두 극단적 입장을 고수하다 결국 타협에 실패하고 일방적으로 정책이 시행되는 경우가 많았다"며 "서로 본인 입장만을 강조하기 때문에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재영 전공의는 대표적 사례로 전공의 수련 국가 책임제를 꼽았다. 그는 "전공의 수련에 필요한 모든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라는 식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국민 입장에서는 '의사들에게만 유리한 정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에, 제도를 입법화하려면 보상 범위, 보상 근거, 해외 사례, 국내 적용 방식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료수가 현실화 논의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장 전공의는 "의료계는 수가 정상화를 요구하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건강보험료 인상 부담 때문에 쉽사리 수용하기 어렵다"며 "정부가 무작정 재정을 풀 수 없는 상황에서 국민과 정부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중간 지점을 찾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대면 진료, 주치의제 등 의료계는 모두 예외없이 반대하고 있지만 일정 부분 받아들여야 할 부분도 있다"며 "오히려 어떠한 조건과 제도를 병행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실질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내부적으로 의견을 수렴하기 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장재영 전공의는 간호법을 예시로 들며 "전공의 업무범위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요한 문제임에도 전공의 집단 내부에서조차 의견이 잘 모이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논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처럼 극단적인 대립 구조 속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해답을 찾을 수 없다"며 "국민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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