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비밀번호 변경안내 주기적인 비밀번호 변경으로 개인정보를 지켜주세요.
안전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3개월마다 비밀번호를 변경해주세요.
※ 비밀번호는 마이페이지에서도 변경 가능합니다.
30일간 보이지 않기
  • 의료기기·AI
  • 진단

초고령화 시대 죽음의 시사점

고상백 교수
발행날짜: 2025-05-06 05:00:00

[연재 칼럼]고상백 교수의 의학과 미술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질문을 마주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죽음'에 대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유한한 존재이며, 죽음은 누구에게나 예외 없이 찾아온다. 하지만 현대인들은 이러한 본질적인 질문을 점점 외면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깊은 성찰을 미루고 있다. 고령화 시대를 맞이한 지금, 우리는 죽음이라는 주제를 더 이상 회피할 수 없으며, 오히려 이를 통해 삶의 의미를 더욱 깊이 고민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그림. 한스 발둥 그리엔. 여자의 일생과 죽음, 1510. Hans Baldung Grien. Three Ages of Women and Death, 1510

죽음이 인간에게 불가피하게 다가온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작품으로 한스 발둥 그리엔의 여자의 일생과 죽음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 작품에는 젊은 여자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다듬고 있다. 왼쪽 아래에는 어린아이가 있고, 거울을 받쳐든 노인이 서 있다. 또한 그녀의 머리 위에 모래시계를 치겨든 죽음을 상징하는 존재가 그려져 있다. 이는 인간의 삶이 유한하며, 젊음과 아름다움도 결국 늙고 사라진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죽음과 삶이라는 작품은 죽음과 삶을 강렬한 대비 속에서 묘사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는 화려한 꽃에 둘러싸인 엄마와 아기, 나이 든 여성, 사랑하는 연인들이 서로 얽혀 있으며, 태어나고 성장하며 사랑하고 늙어가는 인간의 삶을 표현하고 있다. 반면, 화면 왼쪽에는 십자가 문양이 새겨진 푸른 옷을 입고 붉은 곤봉을 든 해골이 홀로 서서 삶을 바라보고 있다. 이는 죽음이 삶의 일부이며, 결코 피할 수 없는 존재임을 상기시키고 있다.

현대 사회에서 죽음은 점점 더 ‘보이지 않는 것’이 되어 가고 있다. 의학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의 수명은 연장되었고, 죽음은 병원이나 요양시설과 같은 특정 시설에 갇혀 버렸다. 가족들이 집에서 부모님의 임종을 지키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의료진이 대신 마지막 순간을 함께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변화는 죽음을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두려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는 죽음을 더욱 멀리 있는 것으로 인식하며, 노화와 죽음에 대한 준비를 뒤로 미루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논의가 부재한 사회에서는 노년의 삶 또한 소외되기 쉽다. 건강한 노화와 의미 있는 노년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죽음에 대해 열린 자세를 가질 필요가 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은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기대 수명의 증가로 인해 우리는 더 오래 살게 되었지만, 그만큼 노년기 삶의 질과 죽음의 방식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연명 치료를 어디까지 받아야 하는가? 존엄한 죽음을 맞이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고령화 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어떤 방식으로 삶을 마무리해야 하는가?

그림. 구스타프 클림트. 죽음과 삶, 1910-1915. Gustav Klimt. Death and Life, 1910-1915.

이러한 질문들은 단순히 노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나아가 사회 전체가 함께 고민해야 할 주제다. 선진국에서는 '웰 다잉(Well-dying)'이라는 개념이 확산되고 있으며, 삶의 마지막을 스스로 준비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는 죽음에 대한 건강한 논의를 시작해야 할 때이다.

죽음을 직시하는 것은 삶을 더욱 충만하게 만드는 과정이기도 하다. 만약 오늘이 삶의 마지막 날이라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며, 후회 없이 떠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가 현재의 삶을 더욱 가치 있게 만들도록 돕는다.

죽음을 준비하는 것은 단순히 유언장을 작성하거나 장례 절차를 계획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철학을 정립하는 과정이다. 또한, 죽음에 대한 열린 대화를 통해 가족들과 더 깊은 유대감을 형성할 수도 있다.

야크샤는 힌두 신화에서 '다르마'의 신으로 '마하바라타'에서는 숲과 호수를 지키는 신령한 존재로 등장하여 판다바 다섯 형제 중 유디스티라에게 여러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야크샤와 유디스티라의 문답 중 가장 유명한 질문 중 하나는 '세상에서 가장 놀라운 것은 무엇인가?'이다. 이에 대해 유디스티라는 '매일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살아 있는 사람들은 마치 자신이 영원히 살 것처럼 생각한다'고 대답한다. 이는 인간이 죽음의 필연성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외면하고 살아간다는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야크샤가 던지는 질문은 결국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과 죽음의 의미를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죽음을 논의하는 것은 두려운 일이 아니라, 오히려 더 나은 삶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우리는 죽음을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마주하고, 이를 통해 더 의미 있는 삶을 만들어 가야 한다. 죽음을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삶을 이해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댓글
새로고침
  • 최신순
  • 추천순
댓글운영규칙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
더보기
이메일 무단수집 거부
메디칼타임즈 홈페이지에 게시된 이메일 주소가 전자우편 수집 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기술적 방법을 이용하여 무단으로 수집되는 것을 거부하며,
이를 위반할 시에는 정보통신망법에 의해 형사 처벌될 수 있습니다.